멋들어진 축제
  • 입력 : 2013. 03.26(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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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아침 출근길 차장 사이로 내리 쬐는 아침 햇살도 그렇거니와 겨우내 움츠렸던 거리 곳곳에서 꽃망울들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보니 봄이 왔음은 확실한 것 같다. 제주의 봄은 축제의 계절이기도 하다. 올해에도 왕벚꽃, 한라산청정고사리, 유채꽃, 가파도청보리 등 다양한 봄 축제로 지역 곳곳에선 상춘객들을 반길 준비에 한창일 터이다.

연중 전국 지역단위로 치러지는 축제는 900여개가 넘는다고 한다. 이는 기초 자치단체별로 따지면 지역마다 2~3개 이상의 축제가 매년 개최된다고 볼 수 있다. 제주자치도만 보더라도 연 30여개의 축제가 도내 각 지역에서 열린다. 적은 수가 아니다. 문화관광부에서는 매년 지역별 축제 평가를 통해 대표축제, 우수축제, 유망축제 등으로 구분해 차등적으로 예산을 지원한다. 그 지정 축제 수는 40여개에 불과하다. 이는 전체 지역축제의 5%도 채 넘지 않는 수치다. 축제 개최수가 워낙 많다 보니 대부분의 축제가 지역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해 그들만의 놀이로 전락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반증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치적을 쌓기 위한 홍보 수단으로 변질되는 관 주도형 사례도 비일비재한 게 사실이다. 반드시 과감한 구조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문학에서는 축제 기원을 개인 또는 공동체에 특별한 의미가 있거나 결속력을 주는 사건을 기념해 의식을 행하는 행위로 일종의 종교의례에 있다고 본다. 그러한 축제는 강력한 사회통합력을 갖는다. 바로 문화 결속력 때문이다. 지역축제의 트렌드를 문화 콘텐츠로 바꿔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일본 규슈지방 사가현 가라츠市 서쪽에 위치해 있는 요부코라는 자그마한 해안마을에선 해마다 6월이면 '오오쯔나히키 마쯔리'라는 지역축제가 열린다. 굳이 해석하자면 '큰 줄다리기 축제'이다. 40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을 만큼 그들에게 있어 줄다리기는 고유문화의 힘을 상징한다. 3일간 열리는 6월 축제를 위해 마을에서는 주민들이 나서서 연초부터 줄다리기를 제작한다. 줄다리기 크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축제가 열리는 날이면 신당에서 제를 지내고 남자 청·장년층이 지역의 전통 옷을 입고 농신(農神)과 어신(魚神)으로 나뉘어 줄을 당기며 축제를 즐긴다. 그 외 주민들은 풍악을 울리며 흥을 돋운다. 워낙 줄이 크고 길어서 한차례 줄다리기에 양쪽으로 250여명씩 500여명이 참여한다. 노인 분들은 줄다리기 내내 호스를 이용해 물을 뿜어댄다. 물을 묻은 커다란 줄이 점점 무거워지면 수많은 관광객들이 옷 젖는 줄 모르고 줄다리기에 동참한다. 가히 그 모습은 장관이다. 축제가 열리는 3일 내내 마을의 모든 집들은 문을 모두 열어젖히고 음식을 만들어 손님을 맞는다. 오는 손님이 많을수록 복이 들어온다 해 정성껏 손님을 대접한다. 그들은 그들의 고유한 문화를 즐기고 있을 뿐인데 그 모습을 보기 위해 수많은 관광객들이 그 조그마한 농어촌 마을을 찾는다. 멋들어진 축제임에 틀림없다.

4월19일부터 서귀포시 남원읍 일원에서 열리는 한라산 청정 고사리 축제가 단순 고사리 꺾기라는 기존의 틀을 벗어내 그들만의 독특한 버스투어 문화 체험 축제로 바뀐다. 축제기간도 10일간으로 늘렸다. 주민이 하나 돼 오래 오래 기억에 남을 멋들어진 문화축제가 되길 기대해본다.

<정윤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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