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로병사]제주의 봄을 맞이하며

[생로병사]제주의 봄을 맞이하며
  • 입력 : 2013. 04.12(금)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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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쌀쌀한 기운이 감돌면서 완연한 봄을 기다렸던 많은 사람들이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있다. 그보다 전에는 따스한 봄기운이 내려앉은 가운데 벚꽃이 온 천지를 하얗게 수놓으면서 진정 봄이 온 것으로 느낄 정도였다. 벚꽃이 만개할 즈음 제주시 전농로는 그야말로 벚꽃이 터널을 이루면서 많은 상춘객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었다. 날씨까지 좋았기 때문에 금상첨화였다. 벚꽃 구경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모두 밝고 따뜻했다. 자연이 가진 치유의 힘이랄까. 제주도에는 이런 아름다운 풍광이 무궁무진하다.

맑은 하늘, 강렬한 햇살과 바람은 제주를 대표하는 환경이기도 하지만 우리 몸에는 좋지 않은 불청객이 되기도 한다. 더구나 봄철이 되면 그 정도는 심해지는데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 눈에 나타나는 질환을 빼놓을 수 없다. 그 중 백내장과 '군날개(익상편)', '거짓비늘 증후군'의 환경적 원인으로 햇살과 바람이 지목되고 있다.

군날개는 결막의 퇴행성 변화로 보통 눈의 안쪽 결막으로부터 시작해 혈관이 풍부한 섬유조직이 결막과 각막의 경계 부위를 넘어 각막의 중심부를 향해 삼각형 모양으로 자라나는 질환이다. 그리고 '거짓비늘증후군'은 불 앞에서 유리를 부는 사람(glassblower)들에게서 수정체가 비늘처럼 벗겨지는 현상이 자주 나타나자 이를 '비늘증후군'이라고 부른 데서 유래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비늘증후군과 형태는 같으면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질환을 통칭하고 있다. 거짓비늘 증후군은 자각증상은 없지만 백내장뿐만 아니라 원발 개방각 녹내장의 강력한 위험인자가 되기 때문에 안과적 검진을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필요하다.

시간을 거꾸로 돌려 지난해 여름으로 돌아가 본다. 제주대학교병원 안과에서는 예방의학교실과 우도를 방문해 안과적 검진과 함께 거짓비늘 증후군의 유병률을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조사했다. 우리나라에서 공식보고된 연구결과가 없기 때문에 국내 지역간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중국보다는 7% 정도 높았고, 일본보다는 4% 가량 높은 양상을 보였다. 지역적 특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셈이다. 결론적으로 아주 뜻깊은 방문이었다.

각막을 전공한 안과의사로서 요즘 가장 행복한 순간은 세균이나 곰팡이균에 심하게 침식된 각막염 환자가 항생제의 도움을 받아 균을 이겨내고 시력이 회복되는 것을 볼 때다. 물론 반대의 경우가 발생할 때도 있고 그럴 때는 가슴이 아프다. 좀 더 노력할 수 밖에 없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또다른 전쟁(?)을 치른다. 굳이 사족을 붙인다면 최신논문을 검토한다든지, 선배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질병과 싸우는 사람들이라는 동료의식을 갖게 된다. 더불어 매일매일 안과적 질환과 치열하게 싸우며, 혹시 도움을 찾아 올지 모르는 많은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렇듯 안과학교실은 늘 많은 사람들의 건강한 눈(目)을 지키기 위해 혈안(血眼)이 되고 있다. 기를 쓰고 달려들어 독이 오른 눈이 된다는 뜻의 혈안이 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백세시대를 맞아 눈은 구백냥이라는 속담처럼 건강한 눈을 지키기 위해 모든 안과 의료진은 항상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정진호 제주대학교병원 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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