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우리 생활 속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몇 블록 걷다 보면 연이어 있는 편의점, 가정용품, 사무실용품, 보험…. 이제 기업은 농산물까지 생산하려고 욕심을 보이고 있다. 문어발식 경영과 독과점으로 비정상적 초과이윤을 추구하는 재벌기업의 농업진출은 우리 농업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게 될까?
농업의 시작으로 인류는 발전하기 시작했다. 농업은 가장 인간적인 노동이고, 인류의 오늘을 있게 했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의 충족을 위한 일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근본을 이루는 농업에까지 기업이 진출을 한다는 것에 나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경계심이 나만의 일은 아니다. 농민들도 그러하다.
얼마 전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기업의 농업 참여를 조건부로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던 말이 언론에 기사화 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동필 장관의 말과는 달리 '대기업-동부그룹 농업생산 진출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구성돼 농민들은 기업의 농업진출에 대한 강한 반대를 표현했다.
농민들의 반발로 동부한농은 FTA피해보전기금이 투입된 화웅지구사업을 포기했다. 그러나 FTA피해보전기금을 환수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동부한농이 화웅지구사업을 포기한 마당에 FTA 피해보전기금 87억을 포함한 160억이 넘는 정부자금은 전액 환수돼야 마땅하다. 동부한농도, 정부도 정부자금을 회수하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FTA피해보전기금은 FTA로 인한 개방농정으로 농민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기금이다. 그런데 그 기금을 FTA의 수혜자인 기업에게 투자를 하다니 현 정부의 농업에 대한 인식이 어떠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농업에 농민이 없어도 된다는 것이다.
이번 동부한농사태는 그저 효율성만을 앞장세워, FTA에 대응해 농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는 허울 좋은 명목으로 동부한농의 농업진출 욕심을 용인해주는 것이다. 동부팜이 오로지 수출을 위해 토마토를 생산한다고 하나 이 말은 미덥지 못하다.
농민들은 대기업의 농업생산 진출 자체를 반대한다. 대규모 자본과 권력으로 골목상권을 집어 삼키는 것도 모자라, 농민들을 땅에서 몰아내며 국민의 먹거리를 장악하겠다는 시도를 막으려는 것이다.
그들의 '농업의 기업진출 반대 요구'를 이기적이다 혹은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이라고 폄하하지 않았으면 한다. 기업의 농업진출은 무수한 노동자의 고혈과 중소기업의 희생 속에 성장해온 재벌이 이제는 농민의 파산과 몰락을 전제로 추가적인 기업이윤을 실현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일이 현실이 된다면 수십 년간의 무차별적인 개방농정으로 두 동강이 난 한국농업은 완전히 초토화되고 말 것이다.
<박지혜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총무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