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愛 빠지다]제주를 담는 사진가 박기종씨

[제주愛 빠지다]제주를 담는 사진가 박기종씨
아름다운 제주의 속살을 빛으로 그려요
  • 입력 : 2013. 04.19(금) 00:00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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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대책없이 제주에 둥지를 틀었다는 사진가 박기종씨는 카메라를 매고 제주 곳곳을 누비면서 셔터에 담아낸 생생한 제주의 속살을 전하고 있다. 강희만기자

끌림처럼 제주 정착… 카메라 들고 곳곳 누벼
트위터 등으로 생생한 소식 전하는 '홍보대사'

빛으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 박기종(47)씨의 화폭엔 제주 향기가 가득하다. 화사한 봄의 빛깔이 스치듯 남았고, 거친 바람도 지나다 앉았다. 박 씨는 제주의 속살을 향해 셔터를 누르는 사진가다. 자연과 사람, 제주에서 만난 모든 게 그의 렌즈에 오롯이 담긴다.

한 해만 살아봐야지 했던 게 1년하고도 5개월이 넘었다. 막연히 제주가 좋았다는 박씨는 "끌림처럼 정착하게 됐다"고 한다. 마음을 먹고 실행에 옮기기까지 딱 한 달 걸렸다. 머물 곳도 마련하지 않은 채 자동차 한 대에 짐을 챙겨 떠나온 여행이었다.

"먼저 정착한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1~2년은 살아보고 결정하는 게 좋다고 하더라고요. 이곳 생활이 맞지 않으면 힘이 들 수도 있다는 거죠. 그래서 대책 없이 내려오게 됐습니다."

제주의 자연은 더없이 좋았지만 주변의 말마따나 생활은 쉽지 않았다. 일년 중 반 이상이 흐릿한 섬 날씨도, 제주만의 독특한 문화도 적응하기 힘들었다. 박 씨는 "낯선 환경에 무조건 적응하려다 보니 쉽지 않았던 것 같다"며 "적응하려고 애쓰기보다 그냥 받아들이니 서서히 편해지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럴 때마다 그에게 힘이 돼 준 것은 '카메라'였다. 아는 이 하나 없는 제주에서의 유일한 벗이기도 했다. 카메라를 매고 제주 곳곳을 누볐다. 사진을 찍으면서 만나는 제주의 모습은 전보다 더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정착 전에도 3~4번 제주를 방문한 적이 있어요. 그때 본 자연도 무척이나 아름다웠죠. 그런데 머물다 보니 아름다움을 넘어서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특히 안개가 깔린 사려니숲을 걸을 때였는데 순간 저도 모르게 울컥하더라고요. 그 순간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겁니다."

박씨는 자신의 발길이 닿는 곳에서 건져낸 생생한 제주의 모습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다. 제주도에 도착한 때부터 시작한 트위터와 몇 달 전에 문을 연 블로그를 통해서다. 인터넷 상에서 '제주도에 있는 피카소 박'이란 이름으로 활동하는 박씨는 사진으로 제주 소식을 전하며 천여명의 트위터 친구들과 소통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사진을 찍어달라는 부탁도 들어온단다. 지난해에는 일본 잡지사에서 먼저 연락이 와 현지에서 발간하는 홍보 책자를 만드는데 필요한 사진을 제공하기도 했다.

서울이 고향인 박씨는 "제주로 올 때까지만 해도 다시 사진을 찍게 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5년간 사진관을 운영하다 정리하고 프리랜서 사진가로 활동했지만 제주에서 새로운 일을 찾아보고 싶었다던 그였다. 그의 또 다른 꿈은 여전하다. 마음을 붙잡는 곳에 게스트하우스를 여는 것이다.

"중산간 부근에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싶습니다. 부담없이 머물다 갈 수 있는 작은 쉼터 같은 곳이요. 그곳에서 제주를 찾는 여행객에게 어떻게 하면 재밌고 색다르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지 가르쳐 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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