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 행락철을 맞아 나들이나 고사리 채취 등을 위해 숲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뱀에 물리거나 벌에 쏘이는 경우가 많아진다. 때문에 응급상황시 적절한 대처가 중요하다. 사진=한라일보 DB
뱀에 물리면 흥분말고 심신안정
독극물센터 지정병원에 해독제
벌에 쏘이면 통증·부종 등 증상
따뜻한 계절 봄이 되면 야외활동이 많아진다. 특히 제주지역 특산물인 고사리 채취를 위해 숲이나 들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뱀에 물리거나 벌에 쏘이는 사례도 증가한다. 이같은 일이 생기지 않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벌이나 뱀이 나올 만한 곳을 피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뱀에 물리거나 벌에 쏘였을 경우 응급 처치 방법이나 대처 요령, 예방법을 알아 두는 것이 좋다. 제주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박현수 교수의 도움으로 자세히 알아본다.
뱀을 발견하면 우선 뱀이 있는 지역을 빨리 벗어나는 게 상책이다. 만약 뱀에 물렸다면 심신을 안정시키도록 노력한다. 움직이거나 흥분할 경우 뱀독이 더 많이 흡수 되고 퍼지게 된다. 뱀에 물린 부위는 심장이 있는 가슴보다 낮게 유지하고 움직이지 않도록 한다. 손가락이나 손이 붓기 전에 시계나 반지 등을 제거한다.
이빨 자국을 보면 독을 갖고 있는 독사는 두 개의 구멍이, 여러 개의 이빨 자국이 나란히 나는 일반 뱀과 구별이 된다. 그렇지만 독사 여부를 떠나 뱀에 물렸다면 서둘러 가까운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 의료기관까지 가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경우 상처 부위보다 몸에 가까운 부위(근위부)를 가볍게 묶어 준다. 묶은 부위보다 몸에서 먼 쪽(원위부)으로 피가 안 통할 정도로 강하게 묶는 것은 말단 부위 허혈을 유발시켜 위험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물린 부위를 빨거나 상처를 내는 것은 신경이나 동맥, 인대 등에 상처를 줄 위험이 있어 절대 금물이다. 뱀독을 빨아내는 것의 안정성이나 효과가 확인된 것은 아직 없으며, 상처 부위를 냉수에 담그거나 전기를 흘리는 등의 시술도 임상적으로 확인된 효과는 아직 없다. 현장에서 응급 처치를 했다하더라도 뱀독에 의한 쇼크가 발생할 수 있어 119 구급대에 연락을 취해 가까운 의료기관을 즉시 찾도록 해야 한다.
뱀에 물린 상처에 임상적으로 세 가지 현상, 즉 물린 부위의 상처 자체(부종, 통증, 발적)와 혈액학적 이상(혈소판 감소, 혈액 응고 시간 지연, 섬유소원 결핍), 그리고 전신적인 증상(저혈압, 빈맥, 금속성 또는 고무 맛 느낌, 구강 점막 부종과 감각 이상) 등이 발생하면 뱀독에 노출된 것으로 진단할 수 있다. 반나절(8~12시간)이 지나도록 이러한 증상이 없으면 단순 교상으로 볼 수 있다.
독극물 센터로 지정돼 있는 병원에는 뱀독에 대한 해독제(항독소 항체)가 마련돼 있다. 항독소 항체는 여러 뱀독에 대한 중화 항체가 섞여있는데, 혈압이나 의식 상태의 변화가 있거나 혈액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있는 경우, 또는 상처 부위의 부종, 통증, 발적 등이 심해지는 경우 투여하게 돼 있다. 몸무게에 맞춰 충분한 용량을 정맥 주사로 투여하게 된다. 초기 투여 이후에도 추가로 한 번 더 항독소 항체 접종이 추천되고 있어 입원 치료를 필요로 하게 된다. 그러나 항독소 항체는 그 자체도 5% 정도의 환자에게서는 혈청병, 과민 반응(부종, 쇼크)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항독소 항체 처치는 항상 병원에서 시행돼야 한다.
이 외에도 상처 부위의 2차 세균 감염이나 파상풍에 대해서도 예방할 수 있도록 소독이나 예방주사, 항생제 등을 맞아야 하다.
뱀에 물려도 8시간 이상 뱀독에 의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 퇴원해도 되지만 이후에도 통증이나 부종, 출혈이 생기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뱀독에 중독된 환자는 중환자실 치료를 받아야 되는 경우도 있고 종종 사망하기도 한다.
벌에 쏘이는 경우 대개 쏘인 부위의 통증, 발적(피부나 점막에 염증이 생겼을 때 그 부분이 빨갛게 붓는 현상), 부종, 가려움이 생긴다. 상처 부위가 눈이면 안구의 이상, 입이나 기도 부위인 경우 기도 폐쇄, 관절 부위이면 관절통 등 부분적인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여러 군데를 쏘였으면 전신 독성 증상이 나타난다. 구역, 두통, 어지러움, 발열, 졸음 등이다. 심한 경우 신부전, 간부전, 횡문근 융해증이나 경련, 의식 저하, 호흡 부전 등도 생길 수 있다. 따라서 100여 군데 이상 벌에 쏘였다면 입원치료를 받아야 한다. 다발성으로 쏘이지 않은 경우라도 과민반응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대부분 쏘인지 15분 내에 증상이 나타난다. 초기 증상으로 눈이 가렵고, 얼굴에 발적이 생기며, 마른 기침이 나온다. 증상이 일찍 나타날수록 치명적이며, 기도 부종에 따른 질식과 혈관 확장에 따른 쇼크로 사망할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쏘인지 1주에서 2주 정도 후에 지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몸살 기운이나 발열, 두통, 관절염 등의 혈청병이 그것이다.
상처 부위에 벌침이 남아 있다면 제거해야한다. 입으로 빨거나 후비지 말고, 납작한 카드 등으로 침을 제거하고 깨끗하게 소독한다. 집어서 빼낼 경우 잘못하면 남아있는 독침 주머니를 짜서 주입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한다. 초기에 상처 부위는 냉찜질을 통해 부종을 줄이고, 독이 흡수되는 것을 늦추도록 한다. 부종이 심할 경우 상처 부위를 심장보다 높게 해 부종을 빼도록 한다. 전신 독성 증상이나 과민 반응은 빠르게 진행할 수 있어 수상 직후 수 시간은 병원에서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과민 반응이 있었던 환자는입원해야 하며, 지속적으로 혈압이 낮은 경우 중환자실에 입원해야 한다.
벌에 쏘이지 않기 위해선 풀숲에서 들어갈 때는 스킨, 로션 등 화장품이나 향수 등 벌을 불러들일 수 있는 제품은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