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을 쓴 허준은 "술을 지나치게 마시면 내장에 독이 쌓여 수명이 짧아진다. 술은 적당히 마시면 백약지장(百藥之長)이 되지만 지나치면 백독지장(百毒之長)이 된다"고 했다.
국내에서 음주관련 질환으로 드는 비용만 6조원이 넘어선지 오래다. 그뿐만 아니라 성범죄와 가정폭력 60% 이상, 신체 상해 및 강·절도사건 40% 이상이 술김에 일어나고, 알코올 의존증 환자의 자살 및 상습 폭행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최고 100배 이상 많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제주의 성인 고위험 음주율도 22.6%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제주알코올센터 음주 실태 조사에 따르면 제주지역 20대 고학력군의 알코올 의존 위험이 타 연령대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의 성인 5명 중 1명 이상이 고위험 음주군에 속한다고 한다.
같은 물이라도 소가 마시면 젖이 되고, 뱀이 마시면 독이 되듯이 술도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보이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술의 이롭고 해로움은 그 자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마시는 사람의 태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현명한 사람은 술의 긍정적인 면을 최대한 살려 건강 생활을 지속시키고 화목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자제력을 발휘한다. 그리해 술이 우리 인생을 더욱 즐겁게, 더욱 풍요롭게 하는 '신의 선물'이 되는 것이다.
관대한 음주문화가 음주 경험 연령을 13.2세로 점차 낮추고 있다. 나는 술을 늦게 배웠는데 그 이유는 술을 마시지 않고 맨 정신일 때 하지 못하는 말과 행동을 술의 힘을 빌려 한다는 것은 비겁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3·1운동 공약삼장 중 "최후의 일인까지, 최후의 일각까지…" 문구가 있는데 술자리에서 내가 고집스럽게 지켜온 행동강령 중 하나이다. 즉 마지막까지 술자리에 남는 것을 의무인 것으로 생각했다.
술은 담배 같은 기호품이 아닌 음식이기 때문에 어른들과도 같이 마실 수 있다. 오히려 집안 어른들이 앞장서서 손자나 아들에게 함께 술자리를 베풀어 술버릇을 교육시키기도 한다. 그런데 술이 음식이기 때문에 편식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골고루 닥치는 대로 술을 마시는 억지도 있다.
술을 행복하게 잘 마시자는 'Happy Drink 119' 운동이란 것이 유행이다. 119는 한 가지 술로, 1차에 마치고, 오후 9시 이전에 귀가한다는 의미다.
술은 과음하면 취하고 그래서 "술 앞에 장사 없다"는 말도 있다. 심하면 '술 먹는 개'라고도 했다. 술이란 많이 마시는 게 자랑이 아니라, 술을 마심으로 얼마나 즐거웠느냐이다.
법화경에는 '처음에는 사람이 술을 마시고, 그 다음에는 술이 술을 마시고, 마지막에는 술이 사람을 마신다'고 경고했다. 이제 술을 입으로만 마시지 말고, 마음으로 마셔 절주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몸은 너무 정직하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까? 젊었을 때 지나친 음주는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었을 때는 후유증으로 중병이 들거나 세상을 뜨거나 아예 술을 못 마시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음주에도 엄정한 자기 관리 즉 '중용(中庸)'이 필요하다.
우리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가정의 행복이다. 저녁이 있는 가정의 삶이 과도한 술 때문에 증발되어서는 안 된다.
비 내리고 상실감과 우울함이 겹치는 날, 막걸리 한 잔에 파전을 안주삼아 마음이 통하는 친구 또는 존경하는 사람과 나누는 정이 흐르는 덕담은 우리 인생에서 축복이다. 내 인생이 아무런 조건 없이 나에게 '술 한 잔'을 사주니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 <김태수 장전초등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