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털 한 올이 천하 이익보다 소중해"

"내 털 한 올이 천하 이익보다 소중해"
최진석의 철학 강의 '인간이 그리는 무늬'
  • 입력 : 2013. 05.17(금) 00:00
  •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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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업가들이 생존을 위해 인문학 강좌에 몰려들고 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도 "애플의 기술은 인문학과 결합돼 우리의 심장이 노래하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냈다"고 했다. 일찍이 인문학을 '생존'과 연관시킨 통찰력을 지녔던 것이다. 인문(人文)이 '인간의 무늬'를 뜻하므로 인문학은 '인간이 그리는 무늬'를 탐구하는 학문이라 할 수 있다. 인문학을 배우는 목적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인간이 그리는 무늬의 정체와 인간의 동선을 알기 위함이다. 과거는 인간의 동선 뒤쪽이고, 미래는 앞쪽 방향이니 미래를 준비하려면 '인간이 움직이는 동선'이나 '인간의 무늬'를 우선 가늠해야 할 일이다.

최근 EBS 인문학특강에서 노자 강의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최진석 서강대 교수는 인문학이 고매한 이론이나 고급한 교양을 쌓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도구라 정의한다. 한국 사회의 인문학 열풍을 이끌고 있는 사람들도 대학 안팎의 연구자들이 아니라 기업인들이라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인간이 움직이는 흐름을 읽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업인들은 알고 있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한국 사회 곳곳에서 상상력과 창의성이 화두에 오르내리고 있다. 최 교수는 상상력이란 인간이 움직이는 동선의 방향이 어디로 움직일지 꿈꿔 보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또한 창의성이란 인간이 그리는 무늬의 방향이 어디로 갈지 꿈꿔 보고 또 꿈꿔 보다가 그 나아가는 방향 바로 앞에 점을 찍고 '우뚝' 서 보는 일이다. 따라서 상상력과 창의성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인문의 향기를 피해서는 안 된다. 상상력과 창의성을 최대의 핵심 문제로 생각하는 기업에서 인문학을 필요로 하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인문적 통찰의 힘, 그것은 바로 생존의 무기이다.

책은 최 교수 특유의 쉽고 재밌는 강의를 듣는 것처럼 이야기체로 술술 진행되지만 쉽게 페이지를 넘길 수는 없다. "멋대로 해야 잘할 수 있다", "멘토를 죽여라", "진리가 무엇이냐고? 그릇이나 씻어라", "이성에서 욕망으로, 보편에서 개별로 회귀하라", "내 털 한 올이 천하의 이익보다 소중하다", "대답만 잘하는 인간은 바보다"와 같은 내용들이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계속해서 이어진다. 냉철한 이성과 체계에 대한 습득, 본질에 대한 숭배, 정치적 계산, 이념에 대한 철저한 수행에 익숙한 우리의 지식과 상식의 체계를 흔들어놓기 때문이다. 소나무.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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