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생명력 샘솟는 신록의 곶자왈

숲의 생명력 샘솟는 신록의 곶자왈
[길 路 떠나다]서광동리 곶자왈 산책로
  • 입력 : 2013. 05.17(금) 00:00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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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현숙기자

지난해 8월 조성 '서광이 비치는 숲길'로 이름지어
2.3km 평탄한 코스 … 기묘한 돌·덩굴식물 등 눈길
화전경작·목축 등 토착민 생활모습도 엿볼 수 있어

숲의 생명력을 간직한 신록의 곶자왈에 가본 적이 있는가? 초록이라도 동색(同色)이 아니다. 수십여가지의 명도와 채도를 달리한 초록빛을 머금은 숲에 가만히 앉아 나뭇잎 사이로 하늘을 쳐다본 적이 있는가? 그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빛이 눈부시다 못해, 찬란하다는 것을 느낀 적이 있는가? 이를 느끼고 싶다면 지금 당장 생명의 숲 '곶자왈'로 가보라.

지난 15일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동리 곶자왈 생태탐방로를 찾았다. 평화로 상창사거리에서 자동차 박물관을 지나 서쪽으로 약 2km지점 왼쪽에 넓은 주차장이 보이고 그 안쪽으로 생태탐방로 입구가 나타난다. 이곳의 또다른 이름은 '서광이 비치는 숲길'이다.

입구 옆에는 안내판과 아늑한 정자도 마련돼 있다. 이 숲길은 지난해 안덕면이 사업비 2억원을 들여 제주만의 독특한 곶자왈 숲길을 만끽하고 누구나 찾고 싶은 도보여행 명소로 만들기 위해 만들어졌다. 탐방로에 붉은 빛 송이를 깔고 주변을 정비해 8월에 완공됐지만 아직까지 이곳을 찾는 발길은 그리 많지 않다.

2.3km 이어지는 산책로를 걷다보면 친절한 이정표와 나무이름표가 잘 붙여져 있어 곶자왈의 다양한 식생을 만끽할 수 있다. 산책로 구간이 높낮이가 없이 대부분 평지로 1시간 정도면 아이들과 손잡고 찬찬히 둘러보면서 느릿느릿 걸어 돌아볼 수 있다. 아직은 방해없이 호젓하게 거닐거나 가족과 함께 부담없이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이 길은 곶자왈의 다양한 식생과 울창한 수목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고 옛 토착민들의 화전경작, 숯가마터가 있어 선조들의 생활행태까지 엿볼 수 있다.

생태탐방로 입구에는 안내판이 설치됐다. 여기에는 '곶자왈은 화산분출시 점성이 높은 용암이 크고 작은 암괴로 쪼개지면서 분출되어 요철지형이 만들어지면서 나무, 덩굴식물들이 뒤섞여 숲을 이룬 곳을 이르는 제주 고유어'라고 쓰여 있다.

설명처럼 예전에 곶자왈은 자연림과 가시덩굴이 혼합적으로 식생하고 있어 경작지로 이용하지 못해 불모지로 인식돼 왔지만 지금은 생태학적 가치가 재평가되면서 지키고 보호해야할 숲으로 인정받고 있다. 제주 생태계의 허파 역할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곶자왈은 한라산에서 중산간을 거쳐 해안선까지 분포함으로써 동식물들이 살아가는데 완충지대 역할을 해주고 있다. 예전에 기껏해야 땔감이나 사냥터, 식용·약용식물을 캐러가던 곳이었다면 이름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무수한 생명을 품고 있는 땅이다.

한라산에서 바다까지 하나로 이어지는 제주생태계의 생명선인 곶자왈이 끊긴다면 제주의 자연은 생명력을 잃을지 모를 일이다.

숲에 들어서자 마자 만난 초피나무가 줄이어 반겨준다. 이맘쯤 가장 맛있다는 자리물회와 잘 어울리는 초피잎의 향기에서 취하고 만다.

발길이 닿을 때마다 사각사각거리는 소리를 즐기고 바람소리, 새소리를 즐기면서 걷다보면 기이한 형상을 한 나무들의 모습과 덩굴식물들의 오묘한 모습에 또다시 시선을 뺏기고 만다. 곶자왈은 공중습도가 높은데 반해 표토층이 거의 없기 때문에 대부분 나무 씨앗은 바위틈이나 심지어 바위 위에서 발아해 형성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곶자왈의 나무들은 성장속도가 매우 느리고 특히 발아한 나무의 뿌리는 바위사이로 드러나 있다. 오랫동안 신비한 생태를 비밀스럽게 간직한 곳이다.

이곳에서 만난 도보여행객 김모(46)씨는 "길지 않은 구간에 이토록 다양한 식생과 모습을 만날 수 있다니 놀랍다"며 "짧은 구간을 걸었는데도 왜 곶자왈을 지켜야 하는지 알겠다"고 말했다.

울창한 숲 사이로 송이가 깔린 탐방로를 얼마나 걸었을까. 목장 경계를 위해 만들어진 잣성과 화전경작터가 보인다. 산책로에는 소와 말이 오간 흔적이 곳곳에 있다. 누군가 놓았을 돌 무더기에 작은 돌 하나 얹어 놓으니 나뭇잎 사이사이로 반짝이는 햇빛으로 숲이 경쾌해진다. 땅위의 것을 받아들이고 땅 속 기운을 뿜어내는 숲을 걸어서일까. 한바퀴를 돌아 나오는데 왠지모를 기운이 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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