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자영업의 위기, 세무행정의 직무유기

[월요논단]자영업의 위기, 세무행정의 직무유기
  • 입력 : 2013. 05.20(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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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직장을 퇴직하고 조그만 음식점을 창업한 A씨는 최근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처음 음식점을 시작할 때만 해도 그럭저럭 자신의 인건비는 건졌지만 지금은 인건비는 고사하고 적자 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폐업을 하자니 투자비가 아깝고, 계속 하자니 쌓여만 가는 적자가 걱정이다.

처음 시작할 때 주변에 비슷한 업종이 없었지만 지금은 몇 개가 더 들어서 나눠먹기가 불가피해졌다. 당연히 매출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비용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다 최근 들어서는 종업원 구하기도 쉽지 않다. 1시간에 몇 만원씩 주는 변태 업소가 성행하면서 구인난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A씨를 정작 화나게 하고 있는 것은 세금이다. 가게는 적자인데 세금은 오히려 더 늘고 있다는 것이다. A씨는 이런 현상을 가져오게 만든 건 국회의원들과 정부의 직무유기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우리사회를 든든하게 떠받쳐주던 자영업의 위기가 심상치 않다.

A씨의 이런 하소연은 관련기관의 통계에서도 잘 나타난다. 지난 달 기준 도내 자영업자는 9만1000여 명. 일년 사이에 6000명이나 늘었다.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너도나도 자영업에 뛰어든 결과다. 이에따라 전체 취업자 가운데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29.1%에서 올해는 30.3%로 높아졌다.

그러나 제주지역 자영업자의 성적표는 암울 그 자체다. 신용보증재단이 조사한 전국 소상공인 신규사업체 생존율 현황에 따르면 제주지역 자영업자의 1년차 생존율은 76.8%로 창업 1년 이내에 23.2%가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2년차 생존율은 63.4%, 3년차 54.2%, 4년차 47.9%, 5년차는 43.1%에 불과하다. 신규창업자 절반 이상이 5년을 넘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은 중소기업중앙회 제주지역본부의 소상공인 경영실태 조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경영수지에 있어 흑자는 9.9%에 불과한 반면 적자 27.5%, 현상유지 62.6% 등으로 경영난으로 인한 폐업 대기자가 많은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데다 정부의 자영업자에 대한 세금정책은 A씨의 푸념처럼 직무유기에 가깝다. 자영업자들은 매출의 10%를 부가가치세로 내야 하는데 이를 좀 완화시켜주는 간이과세자라는 것이 있다. 부가가치세법에 따라 연매출 4800만원 이하인 사업자에 대해서는 복잡한 세금 신고 대신 정부에서 정한 일정비율의 세금만 내도록 하는 제도이다. 영세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인 셈이다.

그런데 연매출 4800만원을 한달 매출로 계산하면 400만원이다. 순수입이 400만원이라도 생활이 시원치 않을 터인데 매출이 400만원이라면 그야말로 한사람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 적자사업장이다. 이런 액수가 정해진 것은 지난 99년. 이후 10년이 넘도록 이 기준은 한번도 바뀌지 않았다.

그런데다 정부의 카드사용 장려정책으로 카드매출이 차지하는 비용은 급격하게 늘어 자영업자의 수입은 그야말로 유리지갑이다. 과거에는 현금 매출도 어느 정도 있어 약간의 축소신고도 가능했지만 지금은 단돈 1만원도 카드로 계산하는 것이 보통이다. 관련단체에서 그동안 줄기차게 이 기준을 올려달라고 정부와 국회의원 등에게 요구해왔지만 번번이 묵살 당했다는 것이다.

이제 자영업자의 위기는 우리사회의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더 이상 대책을 미룰 경우 도미노처럼 우리 사회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 중앙정부와 자치단체가 모두 팔을 걷어부치고 나서야 한다. 세금문제는 가장 기본적인 대책이다. 이를 방치하는 것은 A씨의 주장처럼 직무유기다.

<김한욱 전 제주자치도 행정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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