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신에 정성을 드리지 않으면 풍흉이 찾아와…"

"영등신에 정성을 드리지 않으면 풍흉이 찾아와…"
[제주당굿 기록](11)하도리 각시당 요왕맞이굿
  • 입력 : 2013. 05.23(목) 00:00
  • 김명선 기자 nonamewin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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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하도리 각시당에서 치러진 영등맞이굿은 32년만에 복원된 것이다. 이번 영등맞이굿에는 그동안 참여를 안했던 면수동 단골들도 함께하면서 그 의미가 더해졌다. 사진은 영등맞이굿을 집전하고 있는 고복자 큰심방과 하도리 단골들의 모습. 김명선기자

영등철 하도리 마을 전체가 일주일간 굿축제장
옥황상재 셋째가 좌정한 각시당서 영등굿 열려


제주도의 동쪽 끝에 위치한 하도리 본향당(삼신할망당)에서는 음력 1월에는 신과세제과 음력 2월에는 영등굿이 집전된다. 하도리에는 1960년대 말까지만 해도 5개의 당이 있었다. 현재는 서동 본향당과 면수동 본향당, 각시당이 남아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본향당은 새마을운동이 본격화 되면서 '미신타파'운동이 일었고, 당시 사라질뻔 했던 것을 지역의 유지가 면수동으로 옮겨 몰래 당굿을 지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이후 다시 본향당을 옮기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면수동 단골이 반대하면서 같은날 굿을 집전하고 있다. 본지가 이번에 찾은 하도리 신동에 위치한 각시당에서 행해지는 영등맞이굿 현장이다.

▶옥황상재의 셋째공주가 좌정한 각시당=각시당이란 색시를 모시고 있는 신당이란 뜻이다. 옥황상제의 셋째 공주가 귀양와서 당신으로 좌정했다는 신당이다. 곧, 옥황상제의 셋째 공주가 부왕의 명을 거역한 후 속세로 귀양와 좌정하고 단골들을 보살피는 당신이 되었다는 것이다.

요왕맞이란 무속사회에서 해신인 용왕을 맞아 기원드리는 제의이자 그 제차이다. 굿의 본주가 해양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면 바다생활을 "탈 없게 해 주십시오"하고, 또 해상사고로 바다에서 돌아가신 조상이 있다면 "그 영혼을 극락세계로 보내주십시오"하고 빈다. 그밖에 바다생활에서 넋나간(겁난) 일이 있고, 그로 인해 시름시름 앓는 이가 있다면 '넋들임'의 제의로 용왕제에서 요왕맞이가 있다.(제주무속학사진. 진성기)

하도리 각시당도 음력 2월 13일 영등할망(바람신)에게 해녀들과 어부 그리고 타지에 나가있는 신앙민들의 무사 안녕과 풍요한 해산물 채취를 기원하는 의례를 치르는데 이곳의 심방은 하도리 본향당의 매인심방인 고복자 큰심방이 모든 의례를 집전한다.

각시당의 단골 대부분은 해녀인데 이들은 영등할망, 선왕, 신앙민의 몫으로 메(쌀) 세그릇, 돌레떡, 생선, 과일, 야채, 전, 삶은 계란, 술, 지전 등을 해마다 정성스레 준비해와서 올린다.

모든 이들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굿판이 끝날 무렵에는 각자 갖고온 쌀로 쌀점(쌀재비)을 봐주며 심방의 액막이가 끝나고 나서는 각자 준비해온 재물들을 조금씩 때 내어 바다에 바치는 의례인 결명을 한다. 이어 정성을 다해 바다를 향하여 올 한해 바다에서의 무탈과 온가족의 안녕을 두손모아 빌고 또 빈다.

▶32년만에 복원된 영등맞이굿=예전 하도리 각시당에서 행해지던 영등맞이굿은 5~7일간 열렸다. 하도리 마을이 워낙크다 보니 3개동과 1개동씩 나뉘어서 모든 마을이 굿을 하다보면 일주일정도 걸렸던 것이다. 이 기간 마을전체가 축제장으로 변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앉은굿 형태로만 진행되어 왔다.

이후 마을에 안좋은 일이 계속해서 이어지면서 올해는 일주일은 아니지만 32년전에 끊어졌던 요왕맞이굿을 복원했다. 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 소속 심방들이 함께하면서 이날 하루 각시당에서는 큰굿이 열린 것이다. 올해 영등맞이굿에는 면수동 단골까지 함께 해 그 의미를 더 했다.

고복자 큰심방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상주의 몸으로 영등맞이굿을 마지막으로 했었다. 어머니도 살아 생전에 당과 마을에 대한 애착심이 강했었고, 돌아가시면서도 단골들을 정성스레 보살필 것을 강조했다"며 "30여년이 흐른 후에야 다시 예전처럼 영등맞이굿을 집전하게 되었는데 주변의 많은 도움을 받았다. 모두가 해녀와 어부, 마을주민의 무사안녕을 기원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 회원들이 올해 하도리 각시당에서 치러진 영등맞이굿을 함께 했는데 이용옥 큰심방이 요왕질침을 집전하고 있다. 또한 단골 씨드림과 뱃놀이를 하는 모습. 김명선기자

▶"씨드림 잘하고…조상신 잘모셔야"=예전 어르신들은 영등할망이 음력 1월 15일 제주에 들어와서 2월 15일에 우도로 나간다고 그랬다. 이 기간 물 한사발이라도 올려놓고 정성을 들여야 한다. 영등할망이 지나간 곳은 전복 등 해산물을 하나도 구경할 수 없는데, 이는 영등신이 해산물을 모두 먹어 버렸기 때문이란다. 이때 영등신에게 정성을 들이면, 신은 미안한 마음에 바다와 땅에 씨를 뿌리고 간단다.

영등굿에서 좁쌀 등을 가지고 씨드림과 씨점의 의례를 지낸다. 씨드림이란 영등굿의 소제차의 이름이자 그 의례이다 심방은 영등굿을 주관해 나가다가 씨드림의 제차에서 점쳐보고 단골과 함께 바닷가로 나아가 좁씨를 뿌리는 의례다. 이때 좁씨는 바다의 해산물의 씨를 상징한다.

씨점이란 영등굿의 제차에서 심방이 좁씨를 뿌려보고 하는 점법의 한 가지이다. 심방은 영등제의를 집행해 나가다가 씨점의 제차에 이르면 제단 앞의 돗자리 위에서 미리 준비된 좁씨를 내어 놓는다. 그 좁씨를 쥐어 돗자리에 뿌려보고, 좁씨가 흩어지고 뭉쳐진 상태를 보고 그 해의 해산물의 풍흉을 예언하는 점법이다.

그리고 이 점법의 상태를 보아 해산물의 수확이 어렵겠다고 판단되면 씨드림 의례를 베푼다. 씨드림은 단골들과 좁씨를 몇 되들고 바다로 나아가 용왕님께 올해 물건을 하영 내와 주십서하고 비는 의례이다.

고 큰심방은 "이처럼 사면이 바다에서 신에게 의존하는 것에 다른 방법이 없었던 해녀들은 신을 모시는 일에 각별한 정성을 기울였다"며 "그러나 최근 세태가 변하면서 조상신 조차도 제대로 잘 모시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조상없는 자식이 없다'는 속담을 새기고 신을 모시기에 앞서 조상신부터 섬기는 일에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상신을 모시는 일은 자손의 부귀영화를 위한 일이다. 모두가 산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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