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로병사]배경인물이 사는 세상

[생로병사]배경인물이 사는 세상
  • 입력 : 2013. 05.31(금) 00:00
  • /조상윤기자 sych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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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두 제주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가 늘 최고인 것이 있다. 이렇게 이야기 하면 사람들은 IT와 스마트폰 등을 생각할 것이다. 그것도 늘 1등이다. 하지만 오늘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거의 10년 이상 OECD 국가 가운데 독보적인 1등자리를 지키고 있는 자살 이야기이다. 경제 성장 1위와 자살률 1위에는 무슨 상관관계가 있을까?

늦게 시작해서 언제나 빨리 세계 1등을 다투게 되는 나라. 우리나라 만큼 빠르게 모든 것을 이루어 내는 나라는 없다. 선진국들이나 다른 나라들은 도대체 우리나라가 이루어 내는 이러한 방식들을 정말 모르고 있는 것일까? 다른 나라들은 도대체 떠올리지도 못하는 그런 방법들이 있는 것일까? 불행하지만 그런 것 같다.

많은 학생들이 일류대학을 가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모든 인생이 쉽게 풀리기 때문이다. 올림픽에서는 은메달, 동메달을 딴 선수들은 관심의 초점이 되지 않는다. 금메달을 딴 선수에게 집중되고, 다른 선수들은 잊혀지고 사라져 간다. 얼마 전 유명한 수영선수는 올림픽이 끝난 후에는 지원이 끊어져 홈쇼핑 채널에 출연까지 하였다.

1등만 살아남는 세상에서 1등이 아닌 사람들은 소설의 배경인물일 뿐이다. 배경인물은 소설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가지지 못한다. 주인공의 배경이 될 뿐, 하나의 인격체로서 인정을 받지 못하는 등장인물이다. 이 세상에는 1등은 한명 뿐 나머지는 모두 배경인물일 뿐이다. 성적이 주인공인 소설의 배경인물…. 배경인물은 주어진 성격이 없으므로 자존(自尊)이라는 개념이 주어지지 않는다.

우울증은 자존심이 전혀 없는 상태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1등만이 존재하는 세상에 우울증과 자살이 극단적으로 많은 것은 정신과 의사의 입장에서는 이상한 일도 아니다. 사회는 소외된 사람들과 개인적인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그 여파로 우울증과 자살이 끊임없이 증가한다.

도대체 어떤 대책들이 우울증과 자살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인가? 공평무사하고, 1등이 아닌 사람들이 주인공이 되는 사회를 만들지 않고 수박 겉핥기식의 대책들만을 가지고는 점점 더 깊은 비극 속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다. 학생들을 위한다고 만들어지는 새로운 입시제도는 학생들을 더욱더 압박하고 빈부격차가 벌어질수록 학생들 간의 계층이 더 벌어지게 한다. 재벌의 이익을 대변하고 중소기업의 이익은 무시하며, 가진 자들의 세금은 줄여주고 못가진 자들에게는 세금을 더 늘리는 사회에서 어떤 공평무사한 정책이 나오고 소회된 사람들이 세상으로 나오게 할 수 있을 것인가?

국내에서는 사회경제적 불균형을 줄이고 1등 지상주의를 없애고 공평무사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울증과 자살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김문두 제주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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