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영등신이 찾아오는 바람길에 신화마을 세운다

[월요논단]영등신이 찾아오는 바람길에 신화마을 세운다
  • 입력 : 2013. 06.03(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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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한립읍 귀덕리 이장님과 전 이장님 두 분을 연구소에서 만났다. 이장님들이 전통문화연구소에 날 찾아온 건, 신화마을을 만들려는데 자문을 좀 해달라는 거 였다. 이장님은 내가 쓴 책 '제주칠머리당 영등굿'과 '바람의 축제 칠머리당 영등굿' 두 권에서 중요한 부문들을 복사해 가지고 다니면서 필요할 때는 복사본의 줄친 부분을 지적하며, 영등신이 영등달이 되면 초하룻날 우리 마을 귀덕리 '복덕개'로 들어와 영등달 15일에 우도 '질찐각'으로 제주를 떠난다는 부분, 그리고 영등할망이 제주에 산 구경, 물 구경, 꽃구경 올 때는 모든 식솔을 다 데리고 온다는 글(내가 앞의 책에서 소개한 박인주 심방의 식솔동반설)에 주목했다. 또한 바람의 신 영등할망이 그녀의 식솔들, 할르방으로부터 영등대왕, 영등호장, 영등우장, 영등별감, 영등좌수 모두 일곱 식솔들을 데리고 온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러한 신화의 이야기를 살리면서 영등신들의 석상 일곱 개를 제주 돌로 하나씩 조각해 '복덕개' 공원부지에 세워서 점차적으로 영등신화 테마공원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이었다. "이사장님이 이 분야엔 전문가엔 핸게마씸. 자문 받으레 왔수다. 어떵 잘 될 것 닮수가"하고 물으니 "안 될 것도 엇수다. 잘 될 거우다. 잘 해 봅서"라고 답했다. 나는 부정할 일이 아니라 적극 찬성할 일이라며, 마을이 중심이 돼 원형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자료를 충분히 검토해 자기 마을의 신화나 역사를 문화콘텐츠로 개발해 나가는 것이 21세기 문화마을 만들기 사업이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보태면서 적극적인 찬성의 뜻을 전했다.

해마다 영등이 들면(음력 2월 달이 되면), 제주를 방문하는 바람의 신 영등신은, 마지막 꽃샘추위를 서북계절풍과 함께 가지고 왔다가 영등이 나갈 때(음력 2월 15일에) 바람과 추위를 다 거둬 가면 들판과 바다, 세경 '너븐드르'엔 꽃씨, 해녀들이 물질하는 '바당밭'엔 해초 씨를 뿌리고 가신다는 영등할망을 맞이하여, 할망이 들어오는 바람길 귀덕 '복덕개'의 초입부터 영등신맞이 환영제가 열린다면, 제주의 촌촌 마을 마을마다 신을 맞이하고 보내는 영등축제가 제주의 아름다운 계절축제로 자리잡을 것 같았다. 때문에 나는 이왕에 시작하려면 당장 시작하시라며 이런 것들을 주문했다. "신제주에 신화거리가 있지요. 그런데 신화의 거리에 가 보면, 신화에 등장하는 신의 이름만 있지 신화의 내용, 이야기가 없어 아쉽습니다. 그렇지만 영등신이 찾아오는 바람길에 세운 신화마을 귀덕리에 가면 영등신이 들어왔다는 복덕개 포구에는 영등신들의 신상들이 제주 현무암으로 조각돼 있는데, 이 지역에 사는 화가 강 아무개의 조언을 듣고, 제주가 낳은 장인 장공익 옹이 조각한 영등할망의 식솔들 7개의 신상들이 세워졌습니다. 신상마다 특이한 성격들이 보이는데, 할망의 신상은 칼칼한 영등바람을 닮았는지 곱지만 성질이나 부림직한 모습이고, 영등호장은 따뜻한 호인 같고, 영등우장은 궂은 날씨처럼 우장을 쓴 모습"이라며 조각된 신들마다 영등바람을 의인화한 것이라는 얘기를 했다. 그리고 "이 신상들은 제주의 석공 '돌챙이의 예술품'이주" 하며 평범하면서도 제주다운 모습을 가진 신화마을, 이곳엔 옛날부터 영등할망 들어오는 곳으로도 유명하지만, 제주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접담질(겹담으로 쌓은 돌담길)'이 있어 올레길 처럼 귀덕리에 오신 김에 이런 것들을 보고 가십시오 하는 날들을 그려보았다. <문무병 민속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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