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건강보고서 3H](24)초로기 치매

[제주건강보고서 3H](24)초로기 치매
'깜박깜박' 건망증으로 넘기기엔 정도가 심하다
  • 입력 : 2013. 06.14(금) 00:00
  •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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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방영됐던 TV드라마 '천일의 약속'에서 여주인공 서연(수애 분)이 앓았던 알츠하이머병. 극중 수애는 가위를 찾던 중 "노화현상이 빠른 것 같다"는 소리를 듣자 불같이 화를 내는 등 알츠하이머는 간혹 인격 변화가 나타나 성격이 변하거나 사소한 일로 화를 내거나 감정 조절이 안된다. 드라마 '천일의 약속'은 당시 제주대학교병원에서도 촬영이 있었다.

65세 이하 전체 치매의 20%
노인성 치매 '알츠하이머병'

건강한 생활습관 예방 효과

일부 젊은 주부들 사이에서 외출에 나선 직후 가끔 가스레인지 불은 껐는지, 휴대전화는 어디에 뒀는지 깜박깜박하는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는 얘기를 접할 수 있다. 건망증이라고 하기엔 조금 심해 "혹시 치매 초기증상이 아닐까?"하는 주부들이 있다고 한다. 갱년기에 접어든 여성들이 호르몬 변화를 겪으면서 이러한 초로기 치매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주대학교병원 신경과 이정석 교수의 자문을 통해 초로기 치매에 대해 상세히 알아본다.

초로기 치매는 진단명이 아니고 65세 이하에서 발생하는 모든 종류의 치매를 포함하는 용어이다. 2006년 대한치매학회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65세 이하에서 치매가 있는 경우가 전체 치매 환자의 20%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조발형 알츠하이머병, 전측두엽치매, 혈관치매 환자로 질환에 따라 상당히 다른 예후를 보인다.

▶조발형 알츠하이머병=흔히 노인성 치매라고 불리는 알츠하이머병은 1960년대까지만 해도 50대 중반에 발생하는 병으로 여겼었다. 1907년 알츠하이머병으로 보고된 첫 환자가 50대 초반 여자였고, 1968년에야 치매가 발생한 고령자의 뇌에서 알츠하이머병에 합당한 소견을 보인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병이 노인성 치매의 70~80%라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1970대 이후이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10% 정도는 65세 이전에 발생하는 조발형 알츠하이머병에 해당한다. 조발형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65세 이상에서 발생하는 알츠하이머병보다 유전성 경향이 더 강하고 질병의 악화 속도가 더 빠르며, 기억력 장애 뿐만 아니라 언어장애, 전두엽 기능장애, 시공간지각장애 등의 인지기능 장애가 더 일찍 발생한다는 점이다. 일찍 발생하고 빨리 나빠진다는 것이다.

▶혈관치매=최근 연구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60% 정도에서 뇌혈관질환이 동반된다고 한다. 또 알츠하이머병 없이 뇌혈관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혈관치매도 있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심장질환, 그리고 흡연과 같은 혈관위험인자의 관리는 혈관치매 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병의 악화를 줄여줄 수 있는 치매 예방법이다. 뇌졸중이 발생하면 그해에 15% 가량의 환자에게서 치매가 발생하고 매년 3% 정도 치매가 추가적으로 발생한다.

▶전측두엽치매=기억력은 괜찮은데 발음이 서서히 안 되면서 말을 못하거나 또는 말을 하기는 하는데 점점 말의 뜻을 이해를 못하게 되는 언어기능과 연관된 전측두엽치매가 있다. 이와 함께 일반인과 생각이 많이 달라지면서 이상한 행동을 하는 행동기능과 연관된 전측두엽치매가 있다. 이러한 치매들은 주로 고령에서 발생하는 알츠하이머병과 달리 50대 초반부터 발생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다.

▶초로기 치매의 문제점=혈관치매는 앞서 언급한 혈관위험인자를 잘 관리하면 진행을 적절히 억제할 수 있는 조절 가능한 치매이다. 이에 비해 조발형 알츠하이머병은 약물에 대한 반응이 떨어지고 비교적 빠른 악화를 보인다. 뿐만 아니라 50대 초중반 발생 시 자녀들이 아직 어리고 배우자의 고통이 장기간 지속된다는 점이 큰 문제이다. 현재 연구되고 있는 치매백신이 성공한다면 알츠하이머병이 주는 고통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수 있을 것으로 전문의들은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시도되고 있는 치매백신연구는 아직까지 성공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측두엽치매는 뚜렷한 치료약이 나오고 있지 않는 분야이다. 환자 발생이 알츠하이머병이나 혈관치매보다 매우 적어 사회적 관심이 적은 것이 문제점이다. 다만 조발형 알츠하이머병처럼 전반적인 악화를 보이지 않고 초기에는 비교적 국한된 뇌부위만 위축되다가 어느 시점이 지나면 전반적인 뇌위축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대책=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고 보호자의 보살핌을 받으면서도 비교적 급격히 악화되는 조발형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은 보호자는 물론 병원의사들 조차 안타깝게 여긴다. 그러나 대다수 환자는 앞서 언급한 혈관위험인자만 조절하더라도 악화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카다실(CADASIL)이라는 뇌에 있는 작은 혈관이 안 좋은 병이 있는데, 한 연구에 따르면 금연을 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 어떤 사람에게는 뇌경색 발생이 15년까지 차이가 난다는 보고가 있다. 물론 담배를 안 펴도 뇌경색이 생기는 경우도 많이 있다. 그러나 흡연 여부에 따라 뇌경색의 정도와 뇌경색 재발은 분명히 차이가 난다. 아울러 매일 과음하는 사람들은 심한 기억력장애와 정서적 불안정을 가져온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선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먹는 식단을 참고해야 할 것이다. 한 가지 음식과 한 가지 운동이 치매를 예방하는 법은 없다는 얘기다. 아침에서 저녁까지 유지되는 건강한 생활 습관이 치매를 예방하고 현재 생긴 치매의 악화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40분정도 빨리 걷기, 주변 사람과 즐거운 대화하기, 규칙적인 수면, 낮잠 적게 자기, 책 읽고 생각하기, 그리고 취미 생활하기는 우울증을 막아주고 치매를 줄여주는 치매 예방의 비법이라고 이정석교수는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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