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도지사의 듣기 거북한 '막말' 파동이 있었다. 제왕적 도지사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 사건이었다. 주민의 한사람으로서 듣기에 결코 유쾌한 언사는 아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는 제주가 왜 행정체제개편이 필요한가를 보여줬다. 도지사의 언행 의도를 차치하더라도 행정체제개편은 우도정의 핵심공약 중의 하나이자 제주 지방자치의 미래 모습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가 되기에 그 필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먼저, 우도정은 행정체제개편의 필요성에 대해 냉철히 성찰해야 할 것이다. 특별도의 출범 목적은 자치분권과 국제자유도시의 조성이다. 기존 국제자유도시의 비전에 지방분권의 철학을 접목한 것이다. 이의 실천을 위해 단일계층으로 행정체제 개편이 있었다. 결국 사람, 상품, 자본의 이동이 자유로운 국제자유도시의 추진과 획기적인 자치권의 확대는 '특별자치'의 명분이자 키워드이기도 하다. 그간 특별도에 대한 정부 주도의 성과 평가가 있었으나 대부분 아전인수격이다. 그러나 언론 등을 통해 드러난 주민들의 평가는 이와는 사뭇 다르다. '제왕적 도지사'로 함축하는 권력 집중 현상과 행정 만능주의, 기초자치단체의 폐지에 따른 자치 현장의 실종, 견제 기능이 미흡한 도의회, 그리고 여전히 표류하고 있는 주민참여제도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결과는 갈등의 심화로 나타나고 있다. 해군기지 건설과 영리병원 그리고 산 남북간의 격차 등을 둘러싼 갈등이 대표적이다. 그밖에도 근본적으로 국제자유도시라는 비전의 현실성 그리고 방향을 상실한 산업구조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제기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둘째, 그간 실험해온 제주형 자치·행정 체제 모색의 실패이다. 4개 시군이 폐지되고 2개의 행정시가 설치된지 10년이 다 돼 간다. 그러나 기초자치단체의 부재에 따른 왜곡현상은 의외로 심각하다. 행정시의 무기력과 지방정치의 실종 그리고 주민접근성의 미흡이 줄곧 지적돼 왔다. 현 행정시의 애매모호한 위상으로는 효율성의 기대도 어렵다. 집행부를 견제, 감시해야 할 도의회나 감사위원회와 같은 기구들도 약한 권한과 독립성 미흡으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기초자치단체의 부재는 도와 주민 사이에 완충지대를 제거한 셈이다. 결과는 지속되는 주민과의 갈등을 중재할 기제가 없다는 것이다. 주민들의 입장에서 기초자치단체가 부활해야 하는 이유이다. 제왕적 도지사의 출현과 방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 행정체제개편위원회의 분발을 촉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행정체제개편은 도민들의 자치 역량 제고를 염두에 둔 분권형 거버넌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행정제도는 오랜 기간 역사적 요인에 의해 형성돼 왔다. 대부분의 행정 구조가 시·도 및 시·군·구 2개의 자치계층구조와 이에 읍·면·동이 추가되는 3개의 행정계층구조로 구성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때로는 주민 이익을 둘러싸고 기초와 광역단체장이 경쟁도 하고 이를 통해 정치과정의 질을 높이라는 의미가 있다. 그간 지역내의 첨예한 갈등을 불러일으킨 사안들의 경우 예외 없이 정책의 내용뿐만 아니라 절차나 과정상의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정책추진과정에 있어 예견되는 의견 차이를 충분한 상호토론과 정치적 경쟁과정 없이 근거도 아리송한 여론조사 등에 의존하며 갈등의 골을 심화시키기도 했다. 특별도 역시 기본에의 충실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중층 자치를 통해 정책결정과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덧붙여 이는 의회를 정치과정의 파트너로 인식할 때 가능한 일이다. 기초의회의 부활을 통해 자치시대의 건전한 정치욕구를 훈련, 충족시켜야 할 것이다.
<이경원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