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도시계획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압축성장과정을 거치면서 도시개발은 물리적 환경정비라는 인식에 경제개발의 논리가 덧씌워지면서 상업성과 경제성을 앞세운 도시개발이라는 인식이 고착화됐다고 생각된다.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도시개발에 대한 인식과 개발방식은 변한 것이 없다. 여전히 주민생활의 편의성을 표면적으로 내세우면서 경제성과 상업성을 가치를 추구하는 도시개발 철학이 우선시 되는 것이다. 제주사회에서 논란이 되었던 롯데시티타워, 예례동 휴양형 주거단지, 그린시티, 한라산과 비양도 케이블카 설치 등 도심지와 중산간 일대의 개발사업도 그러하고 최근 제주도정에서 제시한 '건축물 고도관리 기본계획(안)'도 그러하다. 특히 '건축물 고도관리 기본계획(안)'을 들여다보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상당히 걱정스러운 점이 적지 않다.
첫째, 건축고도완화 논의의 과정과 검토기간이 적절한가? 건축물고도규제는 도시 전체의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중요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특히 계획안에서는 단기계획으로 1년6개월 시행후 2015년 전면검토를 한다는 논리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도시관리를 겨우 1년6개월 정도밖에 내다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둘째, 형평성의 기준이 적절한가? 상업성과 경제성 논리에 의해 건축고도 가 완화된 택지개발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간의 형평성을 거론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이미 제주의 여건에 맞지 않는 고층고밀화로 개발된 지역을 기준으로 비교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원도심은 해안에 인접해 있는 해안도시이자 제주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역사도시이다. 반면 신제주는 주택보급률 확보라는 논리 아래 아파트 중심으로 개발됐고 개발기업의 상업성과 경제성이 덧씌워지면서 개발된 도시이다. 근본적으로 원도심과 신제주의 장소적 가치와 의미, 도시형성의 접근방식이 다른 곳을 형평성의 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원도심에 대한 역사인식과 도시를 바라보는 태도와 인식의 문제와 직결되는 것이기도 하다.
셋째, 건축고도완화만으로 지역활성화가 가능한가? 제주도의 도시개발에 있어서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논리의 핵심 키워드가 랜드마크, 지역 경제활성화, 상징성이다. 그러나 높고 큰 것만이 랜드마크와 상징성이 될 수 없음은 국내외 여러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더욱이 건축물 고도완화를 통해 건설경기가 개선되고 주민의 삶의 질이 개선되며 나아가 지역활성화가 이루어진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대규모의 물리적 개발을 중단하고 지역의 정체성과 다양한 자원을 극대화하는 도시개발에 치중하는 네덜란드, 독일, 브라질 등의 선진도시 사례를 조심스럽게 검토하기를 권하고 싶다.
다섯째, 선보전 후개발의 도정 기조에 모순되지 않은가? 보전 대상은 물리적 자연환경의 생태적 가치뿐만 아니라 장소와 공간의 가치, 경관의 가치 등 비물질적인 가치도 포함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소와 경관을 훼손하고 역사의 흔적을 지우는 개발은 상당히 우려스러운 것이 아닐 수 없다.
우리에게 도시는 개인적인 삶의 터이기도 하고 집단적인 공동체 공간으로서 상호의존적 보완의 관계 속에 살아가는 공간이다. 이러한 활동의 결과들이 축척되고 오랜 세월의 흐름 속에서 성숙되면서 독특한 지역의 문화가 형성되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정체성이라 한다. 요즈음 유행하는 창조도시, 문화도시들이 그러하고 제주도가 지향하는 환경수도 역시 그런 도시와 지역을 꿈꾸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도시관련 각종 마스터플랜과 기본계획을 들여다보면서 지금 제주도의 도시는 무엇을 꿈꾸고 있는가, 우리에게 어떠한 도시를 가꾸어 가려는가, 깊은 자기성찰이 필요할 때라 생각된다.
<김태일 제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