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의 추천으로 '꿈꾸는 다락방'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사실 이런 종류의 자기계발서들이 하는 얘기란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책은 특별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성공의 예를 까다롭게 골랐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저 그런 유명인사들은 취급하지도 않았다. 이름만 들어도 알 유명인사들(스티븐 스필버그, 피카소, 호텔왕 콘라드 힐튼, 아인슈타인, 에스테 로더 등등), 정말로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이들의 이야기만을 소개했다. 저자가 선별한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는데, 모두 '금수저' 물고 태어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이들은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했다. '자수성가형'인 셈이다. 또한 저자는 이들의 성공사를 단 한 문장으로 수렴했다.
'꿈을 그리는 능력'이 성공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공식화하자면 R=VD(R=Realization, V=Vivid, D=Dream)가 된다. '생생하게 꿈꾸면 이루어진다'라는 뜻이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에 자리에 오른 이들은 출발선에선 사실 다른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좀 뒤쳐진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은 성공한 자신의 모습을 생생하게 꿈꾸었고, 그것을 굳게 믿었다. 다른 사람들이 허무맹랑한 꿈이라고 무시했지만 그 믿음을 끝까지 밀고 나갔다. 그리고 결국 최고의 자리를 쟁취하게 되었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난 뒤 찝찝한 마음이 들었다. 과연 개인이 자신의 강한 의지만을 가지고 성공을 얻을 수 있을까. 개인이 몸담고 있는 시스템이 그것을 억압한다면, 얘기는 달라지지 않을까. 많은 지성인들이 이 시대를 '새로운 중세'라 표현하고 있다. 평론가 신형철의 표현을 빌리자면, 재벌1세들은 무식하게 일만해도 큰 돈을 모을 수 있었다. 그들의 자녀들인 재벌2세들은 부모가 가진 학업 컴플렉스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최상급의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그리고 다른 상류층들과, 혹은 연예인들과 결혼했다. 재벌3세들은 이제 유전자마저도 특별해진 셈이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공교육 코스를 착실히 밟아왔지만 왠지 뒤쳐진다는 느낌, 벽이 있는 것같은 느낌. 이 느낌이 우리 세대를 규정지을 수 있는 공통된 느낌이 아닐까. 완벽하게 중세를 재현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20대들은 공감할 것이다. 천만원대의 일년치 대학등록금, 고시원과 원룸을 전전하는 생활, 터무니 없이 비싼 통신요금 및 공공요금과 대책없이 올라가는 물가 등등. 숨이 턱턱 막힐 수밖에 없다. 아르바이트를 하나 더 해도 모자랄 판에 누가 꿈을 생생하게 꿀 시간을 따로 낼 수 있겠는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시스템이 잘못 되었다는 것은 가방끈이 길어서 잘 알고 있지만, 감히 손대지도 못하겠다. '운동' 같은 건 결국 실패에 귀결된다고 80~90년대에 청춘을 보낸 부모가 말했으니까.
그래도 위안이 되는 점은, 먼 과거에 어떤 사람들이 불현듯 민주주의나 첨단기술 등등 현대를 이루는 것들을 생생하게, 간절하게 꿈꿨기에 지금의 세계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꿈꾸는 것은 자유다. 허무맹랑한 이야기라도 내가 꿈꾸는 순간, 다양한 미래의 가능성들 중에는 내 꿈이 포함되는 것이다. 내 또래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돈주머니 채우려고 아프지도 않은데 자꾸만 치료를 보채는 '힐링'따위 내던져버리고, 좀 더 공격적인 꿈을 같이 꿔보자는 의미에서. <양은석 서울예대 문예창작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