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개막하는 제14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끄는 스타가 우사인 볼트(27·자메이카)라는 데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100m(9초58)와 200m(19초19), 400m 계주(36초84) 세계기록을 보유한 볼트는 이번 대회에서도 단거리 3관왕의 위업을 이루겠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볼트가 세 종목을 모두 제패한다면 2009년 베를린, 2011년 대구 대회를 포함해 모두 8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어 역대 최다관왕인 미국의 '전설' 칼 루이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도 볼트의 행보에 주목하며 이번 대회 공식 프로그램에 루이스와 볼트의 기록을 비교하는 등 시간을 뛰어넘은 두 전설의 경쟁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췄다.
1961년생인 루이스와 1986년생인 볼트는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르게 세계 육상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191㎝, 81㎏의 루이스는 남자 단거리에서는 100m에 집중하면서 멀리뛰기에서도 재능을 발휘해 '만능 스타'로 맹위를 떨쳤다.
역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루이스는 100m와 400m 계주에서 각각 세 차례 우승했고 멀리뛰기에서 두 번 정상에 올라 8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95㎝, 94㎏으로 루이스보다 더 탄탄한 체격 조건을 자랑하는 볼트는 직선 주로와 곡선 주로를 아우르는 폭발적인 가속도를 원동력 삼아 100m와 200m를 모두 쥐락펴락해 왔다.
두 차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볼트는 200m와 400m 계주 금메달을 모두 휩쓸었고 100m에서도 금메달 1개를 보태 다섯 차례 정상에 올랐다.
루이스는 만 22살 44일이던 1983년 헬싱키 대회에서 첫 정상에 올랐고, 볼트는 22살 359일째인 2009년 베를린 대회에서 첫 금메달을 손에 넣는 등 세계무대에서 정상에 오른 시기도 비슷하다.
역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나온 상위 35개의 기록 가운데 두 번뿐인 세계신기록도 볼트와 루이스가 나눠 가졌다. 볼트는 2009년 베를린에서 9초58을 작성했고 루이스는 1991년 도쿄 대회에서 9초86의 신기록을 세웠다.
물론, 루이스는 볼트의 기록을 평가절하할지 모른다.
루이스가 활약하던 시기에는 세계선수권대회가 4년마다 한 차례 열렸으나, 볼트는 2년마다 세계대회에서 질주를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루이스는 처음으로 세계선수권대회가 2년 만에 치러진 1993년 슈투트가르트 대회에서는 200m 동메달 하나를 수확하는 데 그쳤다. 당시 루이스는 32살이었다.
반면 볼트는 벌써 세 번째 대회를 맞지만 아직 27살로 한창 전성기를 지나고 있다.
이런 배경이 있기에 서른 살이 넘어서 몸 관리를 위해 철저한 채식주의자로 변신한 루이스와 여전히 치킨 너깃 광고를 찍고 대회를 마친 뒤에는 클럽 파티를 즐기는 볼트를 비교하는 것이 흥미를 더하기도 한다.
생활 스타일의 차이에 더해 단거리 육상을 양분하는 미국과 자메이카의 대표 스타라는 상징성까지 결합하면서 두 전설 사이에는 시간을 뛰어넘은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루이스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직후 볼트의 기록 향상을 두고 금지 약물 복용이 의심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볼트는 지난해 런던올림픽 직후 "루이스를 존경하지 않는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공교롭게도 루이스의 발언과 반대로 볼트는 약물로 얼룩진 이번 대회에서 육상의 깨끗함을 증명할 스타 중 첫손가락에 꼽히며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21세기 육상의 전설을 써내려가는 볼트가 '20세기의 전설' 루이스를 넘어 어디까지 향할지도 흥미롭게 지켜볼 만하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