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愛 빠지다]강가자 세계향토음식 연구가

[제주愛 빠지다]강가자 세계향토음식 연구가
세계에서 습득한 전통요리 제주에 적용
  • 입력 : 2013. 08.16(금) 00:00
  •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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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교포 3세인 세계향토음식연구가 강가자씨는 2년전 표선면 가시리마을이 '로컬푸드레스토랑' 운영을 위해 메뉴 개발자로 초청하면서 제주와 인연을 맺게 됐다.

제주 옹기항아리 이용 유기농 요구르트 호평
손쉬운 재료 활용 천연효모빵 개발에도 박차

20살 때부터 시작한 그녀의 역마살은 제주도에서 멈췄다. 사람과 자연, 문화, 옹기가 그녀를 사로잡아서다. 재일교포 출신의 강가자씨 이야기다.

재일교포 3세로 오사카 출신의 강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지난 2001년 몽골에 가기 위해 서울을 방문했다. 오사카농업고등학교 제과제빵과를 다닌 그녀는 각 나라의 전통요리를 공부하기 위해 처음으로 몽골을 찾아 현지의 전통음식과 사람들의 삶을 체험했다.

몽골을 가기 위해 서울을 경유했을 때 자신의 뿌리인 한국이 궁금해졌던 그녀는 이듬해 서울 대학로에 있는 국제교육진흥원 어학원에서 한국어를 배웠다. 그리고 배화여대 전통조리과에 입학해 한국의 전통음식을 습득했다. 이후 그녀는 10여개 국가를 돌아다녔다. 중국과 태국, 미얀마, 인도, 터키, 그리스 등 아시아와 유럽을 방문했으며, 멀리 남미까지 찾아가 멕시코와 쿠바, 과테말라의 전통음식을 체험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대학에 진학해 졸업한 뒤 적당히 직장을 잡고 결혼이나 하라"던 부모님의 권유도 역마살을 막지는 못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전통음식을 체험한 그녀는 이후 홍대 인근 카페 '수카라'에 초대 셰프로 근무하면서 한국의 친환경 농산물을 이용해 새로운 음식 메뉴를 개발했다. 오래 전부터 그녀가 방문한 나라의 현지인들이 먹어온 식재료와 요리법을 십분 활용했다.

그렇게 쌓은 경험이 책 '있는 그대로 지금 이대로'로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 여러 나라의 사람들이 남긴 메시지와 요리법들을 풍부한 사진과 함께 전달해주는 이 책으로 그녀에게는 세계향토음식 연구가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그리고 2년 전 표선면 가시리마을이 '로컬푸드레스토랑'을 운영하기 위해 그녀를 메뉴 개발자로 초청하면서 제주와 인연을 맺게 됐다.

당시 가시리 입주작가였던 남편도 만나 결혼으로 이어졌다. 결혼 후 남편과 함께 가시리에서 예래동으로 이주한 그녀는 제주의 제철 채소로 각종 요리를 개발하고 있다. 도예공간 '담화헌'의 옹기를 접하고 나서는 옹기항아리로 만든 요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담화헌에서 열린 음식세미나에서는 옹기로 발효시킨 요구르트와 된장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녀가 전하는 간단한 레시피다.

"유약을 입히지 않은 제주의 옹기항아리에 우유와 요구르트균을 넣고 발효시키면 순한 요구르트가 만들어져요. 설탕 대신 천일염을 조금만 넣어도 단맛이 나게 되지요. 된장도 제주옹기를 이용하면 오히려 일본된장보다 더 맛있게 만들 수 있어요. 옹기는 스스로 숨을 잘 쉬기 때문에 곰팡이는 곰팡이대로 잘 피고, 숙성은 숙성대로 잘 되기 때문이지요." 담화헌 세미나 때 이 요구르트와 된장을 맛본 이들은 한결같이 그 맛에 매료됐다.

"공장에서 화학 배양해 나오는 효모는 재미 없다"는 그녀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뭇잎과 유기농 과일껍질을 이용한 천연효모 빵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현재 사는 곳에서 나오는 유기농 작물로 요리를 하는 지론은 그렇게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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