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미술이 도시를 꽃피우는 감성시대

[월요논단]미술이 도시를 꽃피우는 감성시대
  • 입력 : 2013. 08.19(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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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나 런던 같은 유럽의 도시들을 여행하기 위해 준비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소는 어디일까? 아마도 루브르박물관, 오르세미술관, 대영박물관, 테이트모던 같은 뮤지엄이 될 것이다. 뮤지엄은 도시의 얼굴이고 지역의 역사를 세우는 용광로이자 문화를 전파하는 발전소라는 사실을 뒤이어 인정하게 될 것이다. 좀 더 여행에 노하우가 생긴 경우에는 관객을 압도하는 대형 뮤지엄보다 개인미술관이나 지역기념관을 더욱 선호하게 된다. 가령 밀레기념관이나 반고흐기념관 그리고 모네기념관 따위가 그것이다. 이들은 바르비종, 오베르 쉬르 와즈, 지베르니와 같은 시골의 마을을 관광명소로 탈바꿈해 놓은 예술가들로서 국경을 초월해 세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오래전 미래학자들이 예견했던 감성의 시대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뮤지엄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각도 많이 달라졌다. 그리고 상상박물관에서 사이버뮤지엄에 이르기까지 뮤지엄의 기능 역시 확장되거나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우리나라 관계법령을 보면 뮤지엄은 두 개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 문화예술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공간이자, 일반공중의 문화향유 증진을 위한 공간이 그것이다. 하지만 21세기에 맡겨진 뮤지엄의 대표적 기능은 '지역 정신문화의 산실이자 관광산업의 자원'이라는 점일 것이다. 한마디로 미술관을 포함한 뮤지엄은 도시를 꽃피우는 문화기반시설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놓은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2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뮤지엄 숫자는 총 921개소(박물관 743개소, 미술관 178개소)로 되어 있다. 선진국에 비교하면 아직도 충분하다 할 수 없지만 우리나라의 박물관 증가추이는 분명 이상기류를 타고 있다. 민선 지방자치제가 처음 시행될 당시인 1995년에 비교하면 17년만에 600여개소가 늘어난 셈이다. 여기에다 미등록관 82개소를 더하고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과학관을 합치면 박물관 1000개소의 시대로 이미 진입한 상태다.

제주도의 경우 이상기류의 중심에 서 있다. 소위 '박물관 천국'이라는 이름이 이를 대변해 준다. 인구대비 뮤지엄 수가 전국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서 나온 말이다. 2012년 말 기준으로 제주도에는 등록박물관이 총 88개소(박물관 70개소, 미술관 18개소)이며 미등록박물관 15개소를 포함하면 100개소가 넘는 뮤지엄이 섬 전체에 흩어져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의 1%지역이 전체 박물관 10%을 보유하고 있는 형국이다. 물론 이러한 수치는 좀 더 세밀한 조사와 분석이 요구된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분명한 점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작금의 뮤지엄 증가추이를 볼 때 종합적 정책연구와 관리시스템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가 됐다는 것이다.

제주도 인구가 60만 시대에 접어들었다. 세계7대자연경관에 선정되고 유네스코 트리플크라운 달성에 따른 제주브랜드 가치의 급상승 효과라고 한다. 관광객 1000만 시대로의 진입 역시 제주의 역사에 새로운 장을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지정학적 배경을 고려할 때 '지역 정신문화의 산실이자 관광산업의 자원'으로서 제주도내의 뮤지엄에 부과된 사명은 녹록지 않다. 아시아 환태평양 지역은 문화산업 경쟁 체제로 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일본의 나오시마섬 프로젝트와 세계명화 모작으로 유명한 오츠카미술관이 그렇고 중국이 보여주는 미술시장 전략과 현대미술 약진정책이 그렇다. 국내의 상황도 예외는 아니다. 광주, 부산, 서울 등지에서는 특화된 비엔날레를 통해 지역의 가치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문화산업경쟁의 시대에 행정기관의 역할과 자치단체장의 혜안이 구현돼야 할 때는 내일이 아니라 바로 지금이다.

<김영호 중앙대 교수·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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