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건강보고서 3H](34)제주지역 수혈업무의 특수성

[제주건강보고서 3H](34)제주지역 수혈업무의 특수성
기상악화·야간 대형사고시 다량의 혈액공급 안돼
  • 입력 : 2013. 08.30(금) 00:00
  • 조상윤기자 sych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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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역내 혈액원에서 혈액에 대한 일부 특수검사를 할 수 없어 헌혈된 혈액을 필요한 환자에게 수혈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사진은 지난 20일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에서 열린 '사랑의 헌혈 캠페인'. 연합뉴스

검사업무 서울 등 3곳 통합
다른지방과 협조체계 한계

특수검사 정부지원 있어야

수혈은 외상이나 수술로 인한 다량의 출혈, 혈액의 성분을 파괴하는 질환과 백혈병 및 혈우병과 같이 혈액 내 필요한 성분을 만들지 못하는 질환 등 갖가지 이유로 다른 사람의 혈액을 받는 치료를 일컫는다.

17세기 초 혈액 순환에 대한 근대적인 개념이 정립된 동물의 피를 사람에게 수혈하는 치료법이 시도됐다. 19세기 초에는 출혈이 심한 환자에게 공여자의 동맥을 환자의 정맥에 연결한 후 주입하는 직접 수혈 요법이 시행됐다. 때문에 당시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치명적인 용혈 수혈 부작용을 피할 수 없었다. 1900년 카를 란트슈터이너(Karl Landsteiner)가 ABO 혈액형을 발견한 다음에야 ABO 불일치에 의한 용혈 수혈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게 됐다.

제주대학교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김선형 교수의 도움으로 제주지역 수혈업무의 특수성에 대해 알아본다.

수혈 업무는 크게 건강인으로 부터의 헌혈과정과 헌혈된 혈액의 제조과정 그리고 환자에게 수혈과정으로 나눌 수 있다. 헌혈과정에는 헌혈자의 신원확인, 문진, 채혈, 휴식 등의 과정이 포함되고, 헌혈된 혈액의 제조과정에는 혈액성분제제의 제조, 검사, 보관, 공급 등의 과정이 포함된다. 이 두 가지 과정의 대부분은 제주지역인 경우 대한적십자사 제주혈액원(이하 제주혈액원)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이후 환자에게의 수혈과정은 도내 각 의료기관에서 담당하고 있다.

도내에서는 수혈업무 거의 모든 과정들이 다른지방과 동일하게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헌혈된 혈액에 대한 검사 업무는 제외돼 있다. 예전에는 제주혈액원에서 검사 업무도 담당했으나 2000년대 초반 적십자사 혈액원의 검사기능 통합 이후 각 지방의 적십자사 혈액원에서 담당하던 검사 업무가 전국 세 곳의 검사센터(서울, 대전, 부산)로 이관해 통합 운영되고 있다. 현재 제주도내에서 헌혈된 혈액의 검사 업무는 대한적십자사 중앙혈액검사센터에서 이뤄지고 있다.

검사기능 통합이후 헌혈혈액의 검체를 서울로 운송하는 과정이 추가돼 검사결과 보고까지 시간이 추가로 더 소요되고 있다. 현행 혈액관리법상 검사결과가 모두 보고돼 적합 혈액으로 판정이 나온 후에야 의료기관으로 혈액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혈액공급 가능 시간이 더 늦춰진 셈이다. 따라서 기상 악화 등으로 인해 검체를 서울로 운송할 수 없는 경우에는 혈액 공급이 불가능하게 됐다.

검체를 다른지방으로 보내 검사 업무를 수행하는 것 뿐 아니라, 혈액공급 과정에서도 지역 특성상 많은 어려운 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상 악화시, 야간 등 외부와의 교통수단이 끊기는 시간에 대형사고 등으로 갑작스럽게 많은 양의 수혈이 필요할 경우 제주혈액원에 보관된 혈액이 부족하면 도내 환자들은 그대로 방치될 수 밖에 없다.

특히 RhD음성 같은 희귀혈액형 환자는 도내에 혈액형이 일치하는 혈액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다반사이다. 제주혈액원에서는 이런 때에 대비해 다른지방의 적십자사혈액원과의 연락 체계를 마련, 타 혈액원에 여유혈액이 있는 경우 그 혈액을 받는 조절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지방의 혈액원에 여유혈액이 있어도 항공편 등을 통해 제주로 혈액을 보내기까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실제 도내 환자에게 수혈을 하기까지는 짧게는 수시간, 길게는 며칠까지도 걸릴 수 있다. 정기적으로 수혈 환자들은 미리 필요한 혈액을 예약해 수혈할 수 있지만 예상치 못하게 응급으로 수혈할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사실상 다른지방으로부터 제때 혈액을 공급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혈액이 제때 공급되지 못하는 경우를 대비해 제주지역 의료기관들은 의료기관 혈액원을 인가받고, 질병관리본부 내 혈액안전감시과에서 실시하는 정기심사를 받으며 혈액원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 응급상황시 의료기관 자체적으로 헌혈을 통해 환자에게 수혈을 하기 위한 조치다. 그런데 의료기관 혈액원도 헌혈된 혈액에 대한 검사 업무를 자체적으로 완료해야만 환자에게 수혈할 수 있는데, 이 검사 중 일부 항목은 도내에서 시행할 수가 없다. B형간염, C형간염, 에이즈 바이러스에 대한 핵산증폭검사(NAT)와 인체 T림프영양성 바이러스(HTLV) 검사 등이다. 이 검사들은 의료기관에서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검사가 아니라 헌혈된 혈액에 대한 특수 검사로, 국내에서 검사하는 곳은 대한적십자사 혈액검사센터(중앙(서울),중부(대전),남부(부산))와 한마음혈액원 검사센터(경기 과천) 뿐이다.

특수 검사가 시행 불가능하기 때문에 의료기관 혈액원에서 응급으로 헌혈을 받아도 그 혈액을 필요한 환자에게 수혈할 수 없다. 이에 따라 혈액관리법 개정시 제주지역과 같은 도서지역에서 응급수혈을 하는 경우 NAT 검사와 HTLV 검사를 생략할 수 있는 예외조항을 신설토록 질병관리본부에 수차례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도내 혈액원에서 NAT 검사와 HTLV 검사 업무를 수행하는 것에 대해 정부 지원을 요청하는 건의도 했으나 아직까지 명확한 해답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김선형 교수는 "제주도내에서는 혈액공급이 지연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며, 혈액공급이 아예 중단될 위험도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도내 각 의료기관과 제주혈액원 뿐 아니라 도민 전체가 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정부의 정책적 지원, 재정적 지원 등을 함께 요청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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