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제주생태문화해설사와 토종벌

[월요논단]제주생태문화해설사와 토종벌
  • 입력 : 2013. 09.16(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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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의 능선 따라 농익은 들꽃들이 봄날에 보지 못한 성숙함과 풍성함을 안겨준다. 가을인 게다. 온갖 벌 나비들이 분주하게 휘돌아다니며 사랑과 평화를 나눈다. 아인슈타인이 그랬던가. 지구상에 벌이 사라지면 지구에 종말이 온다고.

토종벌은 집을 지킬 때 머리를 안으로 담고 꽁지를 밖으로 보인다고 한다. 반대로 양봉은 꼬리를 안으로 담고 머리가 밖으로 나와 있다. 전쟁이 벌어져 서로 싸울 때면 등을 보이고 있는 토종벌이 쉽게 공격을 당해 여지없이 양봉에게 집을 내어 주고 패하고 만다. 토종벌은 양봉에 비해 몸집은 작으나 탄탄하고 꿀맛이 뛰어나 좋은 값으로 인기를 얻고 있지만 갈수록 그 모습을 보기가 힘들어 졌다. 물론 양봉 또한 이상기온과 환경의 영향으로 개체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토종벌의 그러한 습성은 사람에게도 별반 다를 바 없다. 공격적인 외세에 비해 우린 항상 수세적이고 잘 내어주고 잘 당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손님이 오면 반드시 공항까지 가서 배웅을 하고 돌아갈 때 역시 공항까지 가서 환송을 해야 한다. 식사도 대접해야 하고 시간을 내어 구경은 물론 안내도 직접 해야 한다. 게다가 선물까지 한아름 안겨 보내드려야 직성이 풀린다. 우리에게 봉사란 아무 대가 없이 그저 섬기고 받드는 것이다. 그러나 서양에서의 서비스는 거의 대부분 봉사료를 요구한다.

1989년 이탈리아 로마에 갔을 때의 일이다. 우리가 탄 버스에 안내원은 분명 한국인인데 그 옆에 현지인이 한명 붙어 있다. 그가 하는 일은 달랑 깃발 하나 들고 같이 다니다가 버스에서 조는 일 외엔 하는 일이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그곳에서는 자국 안내인의 이익을 위해 법과 제도적으로 반드시 현지 안내인을 동반케 한다. 25년 전의 일이다. 이태리 등 선진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 신흥 관광국에서도 이젠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떠한가?

작년 2012 WCC 제주총회를 준비하면서 제주특별자치도는 생태문화해설사를 양성했다. 6억4500만원의 예산을 들여 200여시간의 교육을 통한 172명의 생태문화해설사를 배출한 것이다. 생태문화해설사들은 교육과정을 통해 제주의 문화와 자연, 제주의 역사, 생태와 환경, 지질, 스토리텔링 작성기법 등을 공부하고, 51개 탐방코스에서 현장교육도 받았다. 지난해 환경대축제장에 투입돼 생태문화해설 및 각종 축제프로그램 홍보, 행사장 지원 등 자원봉사활동을 펼쳤으나 WCC가 끝난 후 사실상 방치되다시피 하고 있다.

해설사는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 생태와 환경 등 전문적인 것들을 재미있게 풀어 이야기해 줌으로써 이해를 쉽게 하고 관광의 질과 품격을 높이는데 크게 이바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런 귀한 자원들이 있는데도 활용을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런 중에도 각종 사설단체에서는 끊임없이 이런저런 해설사 과정을 개설하여 모집하고 양산해 내는 중이다.

해설사 활동을 막연히 여생을 아름답게 보낼 봉사활동 정도로만 보는 이들은 흔치 않다. 전문적인 일로서 자신의 마지막 열정을 바칠 기회로 여기고 싶어 한다. 보다 나은 대우와 법적, 제도적으로 안정된 근무여건이 조성돼야 하는 이유이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서 어떻게 하는 것이 도민을 위한 일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토종벌 신세가 되지 않으려면….

<김천석 제주문화곳간 바람이 머무는 숲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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