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광장]변하지 않는 것

[한라광장]변하지 않는 것
  • 입력 : 2013. 09.17(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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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버스는 바뀌어도 여전한 녹슨 요금수납기. 편의점이 무성하지만 지금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구멍가게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시대에서 이들은 여전히 세월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우리 대부분은 그 사실을 잊고 삶을 이어나간다. 그리고 우연히 이런 사실을 깨달았을 때 언제나 그랬듯 반가움으로 다가온다. 당연한 것을 기억해낸 것이지만 그만큼 우린 뒤돌아볼 겨를조차 없던 건 아닐까.

우리가 살아가는 삶도 다르지 않다. 세월이 지나도 우리가 살아갔던 기억들은 변하지 않는다. 고등학생 시절 막연히 꿈꾸웠던 소망들. 거창했지만 그 포부만으로도 대견하게 느껴졌던 시간들. 다만, 우리는 잊고 만다. 세월의 흔적을 보지 못하는 것처럼 때론 뒤돌아보지도 않는다. 그래서인지 어린 시절의 기억은 지금의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거울이 된다. 다시금 그때를 떠올려보면서 과연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반성해본다.

사람에게 꿈은 처음으로 삶의 이유가 되어주지만 때론 가장 먼저 현실을 깨닫게 해준다. 초심을 이어나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누구보다 용기있던 소망은 어느새 현실에 맞추어져 있고 누구못지 않게 간절해진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현실과 타협해버린 삶은 세밀하게 다듬어진 수작인가 아니면 당당하지 못한 인생인가. 순수했던 그때의 꿈조차 어린 생각이라 치부해버리곤 한다. 우리가 살아갔던 시간은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우리의 마음만이 변해버린 것이다.

선택의 기로에서 우리는 현실과 타협해야 하는 순간을 마주한다. 대학생인 지금도 취업이라는 큰 산이 다가오고 있다. 무엇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자신의 꿈을 위할 것인가, 안정된 미래를 위해 쉬운 길을 택할 것인가. 그 답 없는 전쟁에서 우리는 쉴틈 없이 앞으로 나아간다. 현실을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꿈을 이해하지 않고 현실을 직시하라는 무심한 말은 비수가 되어 마음에 꽂힌다.

꿈인가 아니면 만족해야만 하는 현실인가, 삶의 문제에는 모범 답안이 없다. 하지만 이 세상엔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살아간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그들 또한 현실의 벽에 부딪쳤지만 단 한번뿐인 인생을 위해 주어진 조건에 만족하지 않았다. 당장의 미래를 위해 현실에 수긍했던 것처럼 우리가 꿈꿨던 세상은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는 진짜 방법은 현실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다. 꿈을 간절히 꾸는 것이다.

사람은 두 가지 방식으로 살아간다고 한다. 하나는 미래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려나가는 사람. 또 다른 하나는 자신의 지난날을 되새겨 보는 사람. 현실에 안주하여 쉬지 않고 달려왔다면 이제는 뒤돌아볼 시간이다. 꿈에 다가가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 꿈을 간직했던 시간들은 여전히 남아있다. 당장의 상황에 지지 않기 위해 때때로 우린 그 간절함과 이유를 기억해내야 한다. 우리가 간직했던 꿈만큼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았으면 한다.

<오소진 제주대학교 전자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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