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는 술이 아니고/ 밥이나 마찬가지다/ 밥일 뿐만 아니라/ 즐거움을 더해주는/ 하나님의 은총인 것이다.' 심온 천상병은 '막걸리'를 이렇게 읊조렸다. 귀 동량으로 전해들은 얘긴데 막걸리를 너무나 좋아했던 그는 말년에 해질녘이면 단골 술집에 들러 혼자서 막걸리 한두 잔 걸치는 것을 낙으로 삼곤 했다. 당시 단골 술집 주모는 늙은 할머니였는데 어느 날부터 그는 단골 술집을 바꾼다. 그 이유를 농담 삼아 그의 부인이 넌지시 물었다. "새 술집 주인은 젊고 예쁜 여인인가 보네요?" 그가 한마디 던진다. "문디 가시나! 새로 가는 술집은 막걸리 잔이 훨씬 더 크다 아이가…." 우스갯소리지만 시인의 막걸리 사랑은 그만큼 남달랐다.
고전에 의하면 막걸리 색깔이 애 낳은 새색시 젖과 같다 해 젖은 아기를 위한 것이고 막걸리는 어른을 위한 것이라 했다. 그만큼 국민주라는 소릴 게다. 막걸리의 '막'은 '마구', '걸이'는 '거르다'라고 하여 '막 걸러낸 술'이란 의미로 풀이된다는 설도 전해진다. 그 유명세만큼이나 막걸리를 부르는 예명도 다양하다. 탁하다고 해서 '탁주', 농사철에 빼놓을 수 없다고 해서 '농주', 천연 발효주라 몸에 좋다고 해서 '약주', 나라의 대표적인 술이라 해서 '국주'라고 부르기도 한다. 2009년도에는 10대 히트상품 1위에 오를 만큼 그 인기가 하늘을 찔러 국제적 브랜드 반열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내 '효자주'라 불리기도 했다. 2년 전 일본인 친구가 관광차 제주를 찾은 적이 있었다. 2박 3일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던 날 그 친구는 부친에게 드릴 선물을 산다며 잠시 마트에 들르기를 원했다. 그는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주류코너 쪽으로 가더니 막걸리 10병을 샀다. 부친이 꼭 막걸리를 사오라고 신신당부했단다. 예전에는 한라산 소주를 선물로 사가곤 했는데 막걸리를 사는 걸 보고 그 인기를 실감했었다.
대한민국의 대표주 막걸리 하면 전북 전주가 떠오른다. 막걸리 문화로 유명세가 높은 곳이 전주다. 그곳의 명물인 막걸리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전주엔 막걸리 골목의 원조라 불리는 삼천동을 비롯해 8곳의 막걸리 거리가 있다. 단순히 막걸리를 파는 주점이 즐비하게 늘어선 골목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거리마다 그들만의 독특한 막걸리 문화가 스며있다. 거리에 들어서는 순간 막걸리 하면 떠오르는 소박하지만 넉넉한 인심과 정이 넘쳐있음을 느낄 수 있다. 8곳의 거리마다 각각의 매력과 개성 있는 안주와 막걸리의 색다른 문화가 숨어있다는 뜻이다. 중요한 것은 그 막걸리 거리가 전주의 문화의 거리로 자리를 잡고 그 유명세를 톡톡히 이어가는 이유가 관광객들을 위해 만들어진 거리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토박이들이 원하는 거리로 만들어진 것이기에 그곳에 그들의 문화가 살아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그들의 문화를 느끼고 싶어 전국 마니아들이 찾아든다. 어느 개그우먼의 말처럼 '느낌 아니까'.
굳이 열거하지 않아도 제주에도 여러 가지 특색 있는 거리가 다양하게 조성돼 있다. 모든 거리가 그렇지는 않지만 그 속을 보면 제주 사람들의 문화를 거의 찾아 볼 수가 없다. 모두가 관광객을 모태로 삼았기 때문이다. 제주 사람도 찾지 않는 거리에서 그들은 무엇을 보고 느낄까? 한번쯤은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닌 가 싶다. 혹시 전주에 갈 기회가 있으면 막걸리 거리를 한 번 들르기를 권한다.
<정윤창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