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로병사]화가 르느와르의 고통

[생로병사]화가 르느와르의 고통
  • 입력 : 2013. 09.27(금)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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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고 부드러운 화풍으로 편안함을 주었던 19세기 인상파 화가 르느와르는 50세에 인생의 큰 시련을 맞게 된다. 그림을 그려야 하는 손이 붓고 뻣뻣해지고, 점점 심해져 어깨, 무릎 등 온 관절로 통증이 퍼져나갔다.

치료제가 없었던 당시에 고통 받는 르느와르에게 주치의가 해줄 수 있는 처방은 자기 전 독한 위스키 한잔이었다. 고통에 대한 분노 때문이었을까? 관절이 망가지면서 부드러웠던 그의 그림은 거칠고 강렬한 화풍으로 변했다.

4000년 전부터 버드나무가 통증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었고, 고대 이집트에서 버드나무 껍질을 갈아 상처에 바르거나 달여 먹었다고 전해져 왔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도 버드나무를 처방했다는 기록이 있다. 19세기가 되자 과학은 천연 치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연구대상으로 삼았던 식물 가운데 하나가 버드나무였다.

1890년 독일의 화학자 펠릭스 호프만은 관절염을 앓고 있던 아버지 때문에 연구하던 중 버드나무 껍질에서 해열과 통증에 효능이 있는 '살리신산'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추출에 성공해 바이엘사에서 약품으로 개발하게 된다. 이것이 20세기 명약 '바이엘 아스피린'의 탄생이다. 이 아스피린은 관절염의 통증을 완화시켜주고 생활의 불편도 줄여주긴 했지만, 먹을 때만 증상이 완화될 뿐 관절은 점점 파괴됐고 위장출혈, 간이상 등 부작용이 있었다.

1950년 스테로이드 합성에 성공한 필립 헨치박사는 류마티스 관절염환자에게 이 약을 투여해 말끔히 증상이 좋아지는 보고를 했고, 이 성과로 노벨의학상을 받게 됐다. 그러나 의학계는 1년 만에 스테로이드의 관절염치료의 효과가 일시적이고 부작용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 후 류마티스 관절염은 치료할 수 없는 병이며, 관절이 파괴돼 장애가 되는 운명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1980년부터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류마티스 관절염은 자가면역에 의해 만성염증이 생기는 병임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치료도 염증만 치료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병의 원인에 대한 치료를 해야 되는 것을 깨닫게 된다. 마침내 1990년대 말에 류마티스 관절염의 새롭고 획기적인 치료제인 생물학적제제가 출시됐다. 병의 원인에 바탕을 둔 치료제로, 증상의 완화도 확실하고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는 효과가 입증되면서 관절염 치료의 큰 획을 긋게 됐다.

하지만 이 좋은 약도 망가진 관절을 되돌릴 수 없다. 치료시기를 놓치면 소용 없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기에 진단하고 병의 초기부터 효과적인 치료를 해 병의 진행을 막아야 한다.르느와르의 그림을 보면서 그가 관절염의 고통에서 해방됐다면 얼마나 더 감동적인 그림이 나왔을 지를 상상해본다. <김진석 제주대학교병원 류마티스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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