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미희 제주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의사와 환자가 만나 병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행위를 의료면담이라고 한다. 최근 의학교육에 환자-의사관계가 중요해지면서 의학공부를 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의료면담의 중요성 및 그 방법에 대해 가르치고, 또 의사자격증시험에서 실기시험을 볼 때 모의환자와의 의료면담을 행하는 자세를 평가하고 있다.
의료면담에 대해 가르칠 때 의료면담의 목적은 정보를 수집하고 환자-의사관계를 적절하게 수립하면서 치료와 교육효과를 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 의료면담이라는 한자어의 구성을 보더라도 의료(醫療)란 의술로 병을 고치는 행위와 관련된 일들을 말하며, 면담(面談)이란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한다는 의미이므로 결국 어떠한 병을 치료하기 위해 시행하는 모든 행위에서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한다는 뜻이다. 즉 의료에 있는 '료(療)'자가 말해주듯 병을 고치고 치료하는 것이 의료면담에서 빼먹지 말아야하는 중요한 목적인 것이다. 그러나 의료가 점차 세분화되면서 진료의 대상이 사람이 아닌 어떤 장기, 어떤 질환만으로 되면서 의료면담의 목적이 이뤄지지 못할 때가 있다.
얼마 전 60대 중반 여성 환자가 딸과 함께 병원을 찾았다. 환자는 온 몸이 처지고 기운이 없고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했다. 환자는 이미 다른 병원에서 심장부터 뇌까지 다양한 정밀검사를 받았지만 모두 정상이라고 들었다고 했다. 수년전부터 집안에 우환도 많고 장사를 하면서 손님들과도 싸울 일이 많아 마음에 병이 들어 그런가하고 우울증약과 신경안정제를 먹기 시작했고, 실제로 약을 먹으면 좀 괜찮아진다고 했다. 하지만 혹시 몸에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불안해 내원한 경우였다. 이 환자는 불편한 부분에 대해 다양한 진료를 통해 검사받았으며, 진단을 통해 치료까지 받고 있음에도 또다시 병원을 찾은 경우였다. 불편한 부분에 대한 다양한 검사결과 신체이상이 아니었고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과 불안이 다양한 신체증상을 야기하게 된 것으로 우울과 불안을 조절하는 약을 먹으면 증상이 호전되는 환자였다. 진단과 치료를 시행하고 있음에도 이 환자가 다시 내원하게 된 것은 바로 의료면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러 의료면담을 통해 검사도 했고 결과가 정상이라는 말도 들었으며, 심리상태에 대해 우울과 불안이 있어 약 처방도 받았으나 현재 환자가 불편해 하는 부분이 바로 이 심리상태로 인해 나타날 수 있다. 심리상태에 대한 치료가 신체증상도 좋아지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교육 및 치료효과를 주는 면담이 시행되지 못했기 때문에 적절한 정보를 수집해 필요한 검사를 했으며, 맞는 약 처방을 내렸음에도 환자는 계속 불안해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환자에게 이 부분에 대한 면담을 시행한 것만으로 환자와 보호자는 고맙다고 인사하면서 귀가했다.
의료면담은 정보를 수집하는 것 외에도 교육과 치료효과를 주어야 한다는 목적을 다시 한번 기억하면서 환자와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할 때 시행하는 의료의 '료(療)'가 '병을 고치고 고통을 면한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자 한다.<공미희 제주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