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路 떠나다]제주시 '한라생태숲'

[길 路 떠나다]제주시 '한라생태숲'
단풍 들 채비하는 호젓한 숲길이 날 오라 손짓하네!
  • 입력 : 2013. 10.04(금)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호젓한 탐방로 천천히 걸으며
만끽하는 초록의 막바지 향연

끝날 것 같지 않던 무더위도 순식간에 저만치 물러섰다. 그리고 그 자리엔 어느새 가을이 꿰차고 앉았다. 이 즈음의 숲은 단풍이 물들기 전 막바지 초록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찾은 곳이 '한라생태숲'이다.

한라생태숲은 제주시에서 5·16도로를 타고 서귀포 방향으로 가다 보면 제주CC를 곧 지나서 만날 수 있는 숲이다. 시내에서 불과 10~20분이면 닿을 수 있는 숲이 있다는 건 제주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싶다. 2009년 9월 개장한 196㏊의 광활한 생태숲은 초지를 조성해 목장으로 사용되던 공간을 자연생태계 복원기법으로 복원했는데, 2000년 착공후 10년만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한라생태숲은 여러가지 방법으로 만날 수 있는데, 가을색으로 변신하기 전 초록빛을 마음속에 한가득 담고파 야자 매트가 잘 깔린 탐방로를 따라걷기로 했다. 길이도 4.5㎞로 부담없이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아침 일찍 서둘러 찾은 숲길에서 만난 햇살은 기분좋게 따스하고 인적도 뜸해 고즈넉하다. 새소리만이 고요한 숲의 정적을 깨운다.

딱 한 사람이 걸을 수 있을만큼의 폭으로 만들어진 탐방로가 길 안내자 역할을 한다. 주말에만 누릴 수 있는 꿀맛같은 늦잠도 포기한 채 나름 서둘렀다 싶었는데, 이미 반대편에서 걸어오면서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네는 탐방객들을 제법 만나게 된다. 순간 나 혼자만 부지런을 떤 게 아니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발걸음을 옮겨놓는 중간중간 초가을 햇살이 숲 그늘로 파고든다. 경사가 심한 오르막이나 내리막이 없어 완만해 부담스럽지 않은 숲길을 걸으며 맑은 숲향기를 깊게 들이마시노라니 몸도 마음도 절로 맑아지는 듯하다.

2㎞쯤 걸었을까? 탐방로 사이에 놓인 나무의자가 눈에 띈다. 잠시 걸음을 멈췄다. 서두를 것 없이 잠시 쉬어가기로 작정하고 자리를 잡았다. 한 모금 들이킨 물이 꿀맛이다. 대충 봐도 다가오는 자연의 풍부함에 숲이 뭇 사람들의 발길을 불러모으는 이유를 알겠다.

그 곳에서 5분쯤 걸으면 셋개오리오름 삼거리에 닿는다. 왼쪽으로는 한라생태숲 탐방코스로 생태숲 안내소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길은 편백나무숲~삼나무숲길~절물휴양림~노루생태관찰원으로 이어지는 숫모르편백숲길 코스다. 계획대로 한라생태숲길을 택했지만 숫모르편백숲길을 걸었던 지난해 겨울 초입의 추억이 떠오른다. 하얀 눈이 수북하게 쌓인 탐방로를 따라 걸으며 만났던 편백나무숲과 삼나무숲에 매료됐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계절은 어느새 한바퀴를 돌아오고 있다.

삼거리부터 탐방로는 야자 매트가 아닌 흙길로 이어진다.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는 흙길이다.

생태숲을 빙 둘러도는 탐방로를 따라 걷지 않더라도 곳곳에서 얼마든지 생태숲을 느낄 수 있다. 750여종의 식물과 500여종의 동물이 단풍나무숲·구상나무숲·벚나무숲·참꽃나무숲·산열매나무숲 등 13개 테마숲과 1곳의 암석원, 2개의 생태연못을 따라 곳곳에 숨어 있다.

이번 주말 제주는 10월 태풍 '피토'의 간접 영향권에 들 가능성이 있다고 기상청은 예보하고 있다. 태풍이 지나면 다음주말쯤부터 한라생태숲은 성미급한 나무들이 초록색에서 울긋불긋한 옷으로 하나 둘 갈아입으면서 탐방객들에게 더욱 풍부한 가을을 안겨주지 않을까?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5660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