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튀는 논술학교](14)실전 모의고사-인문사회 논술 해설

[톡톡튀는 논술학교](14)실전 모의고사-인문사회 논술 해설
"현대사회 폭넓은 시각으로 폭력 의미 해석해야"
  • 입력 : 2013. 10.15(화) 00:00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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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저항하는 혁명적 폭력 정당성 용인 가능
폭력 상황 배제해 폭력자체 처벌 주장 비현실적


1) 문제 배경

출제된 제시문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폭력 사태를 성찰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글들을 중심으로 구성하였다. 폭력에 대해 깊이 있고 폭넓은 이해가 가능한 글들을 통해 흔히 접하게 되는 '폭력은 나쁘다'라는 단순 논리에서 벗어나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시각에서 폭력에 대한 다양하고도 현실적인 통찰이 가능하도록 하는 문제와 연관되는 제시문들이기도 하다.

2) 제시문 해설

제시문 (가)는 EBS TV가 방영한 <지식채널ⓔ>를 책으로 엮은 '지식ⓔ' 3권에 실린 '버튼을 누르지 않는 이유 : 스탠리 밀그램의 권위복종 실험'에서 발췌한 글이다.

제시문 (나)는 틸 바스티안의 '가공된 신화, 인간'에 나오는 내용으로서, 인간의 폭력적 행동을 동물적이거나 본성에 연유하는 것으로 보는 인간중심적 시각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제시문 (다)는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가져온 글이다. 유대인 학살의 주범인 아이히만이 재판에서 자신이 저지른 죄를 무의도적이고 우연적이며 잠재적인 것이기에 '폭력 아닌 폭력'으로 합리화하는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글이다.

제시문 (라)는 '묵자'에서 발췌한 글이다. 폭력은 경중(輕重)이나 대소(大小), 공사(公私) 여부와 관련하여 그 불의(不義)함을 구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공적(公的)인 폭력이라는 이유로 그 정당성을 인정하는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제시문 (마)는 데일리 메일의 2011년 1월 기사에서 인용한 글이다. 물리적(육체적)인 폭력뿐만이 아니라 극단적인 열정이나 염려, 분노에 기인한 정서적(정신적) 폭력도 폭력이라는 주장이 담겨 있다.

제시문 (바)는 배링턴 무어의 '독재와 민주주의의 사회적 기원'에 나오는 부분으로, 혁명적 폭력이 오히려 억압적 과거를 극복하고 덜 억압적인 미래를 건설하게 만들어 주기에 긍정적 역할을 담당한다는 폭력 옹호론을 펼치고 있다.

제시문 (사)는 웬디 브라운의 '관용'에 나오는 글로서, 개인적 차원에서의 관용은 권장될 수 있지만 정치적 차원에서의 관용은 오히려 폭력을 정당화시키는 권력과 결탁하여 악용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3) 논제 해설

<논제 1>제시문 (가]의 사례를 통해 제시문 (나)를 설명하시오.

▶우수답안=(가)는 부당한 권위에 대한 복종을 보여주고 있는데, 충분한 지성과 교양이 갖춰진 사회에서도 인간이 권위자의 비윤리적 명령에 복종한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인간이 거부할 수 있는 부당한 권위와 폭력에 대해서도 자발적으로 복종하기에 그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나]는 인간이 자신의 죄를 동물적 본성, 혹은 야수적 본능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책임을 전가하고 회피하지만 오히려 그러한 범죄들은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온 이성, 지성 및 이데올로기에서 기인한것임을 지적하고 있다.

(가)의 입장에서 (나)를 설명하면, 부당한 명령에 복종한 것은 동물적 본성 때문이 아니라 그 명령의 권위에 복종하지 않았을 때 자신에게 돌아올 불이익과 그 명령을 따랐을 때 확보될 최소한의 안정을 따져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선택을 한 이성적 사고 때문이며, 이것이 정의롭지 못한 복종의 주요한 원인인 것이다. 인간은 나에게 피해를 입히기 전에 그 사람을 죽이는 것이 현명하다는 이성적 판단에 따라 비이성적이고 잔인한 명령에 복종하며, 죄책감 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야만적이고 폭력적인 경향이 있는 존재일 수 있다.

▶우수답안 분석=본 문항은 제시문들의 핵심을 파악한 후 앞의 제시문에 기초해서 뒤의 제시문을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관건이다. 제시문 (가)의 내용은 인간은 부당한 권위 앞에서 자발적으로 폭력에 복종한다는 것이며, 제시문 (나)의 내용은 인간은 본능이 아닌 이성적인 차원에서 폭력을 스스로 선택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제시문 (가)와 제시문 (나)의 정확한 내용을 요약하고 핵심을 정리한다면 어렵지 않게 서술할 수 있는 문제이다. 인간은 동물적 혹은 본능적인 차원에서 폭력성을 지닌다는 일반적 통념과 달리 이성적인 자유 의지에 의해 폭력을 선택하기도 하는 비이성적이고 야만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에 폭력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는 설명을 제시하면 된다. 제시문 (가)와 (나)의 핵심 내용을 잘 요약한 후, 제시문 (가)의 입장에서 제시문 (나)를 설명하는 것이 우수답안이라고 할 수 있다. 형식적으로 (가)의 입장에서 (나)를 설명하라는 요건을 충족시키는 점이 중요하며, 답안 길이에 적합하도록 서술구조를 잘 갖추고 어휘 및 문장 전체의 표현력을 잘 갖추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논제 2>제시문 (라), (마), (바)는 폭력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각각의 시각이 보여주는 특성을 설명하시오.

▶우수답안=제시문 (라)는 종류에 관계없이 폭력 자체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또 폭력의 크기에 따라 그 부당함의 크기도 달라지며, 그 죄의 경중도 차이가 있다고 지적한다. 결국 국가의 집합적 목적을 위해 행해지는 폭력, 특히 타국에 대한 침공은 정당화될 수 없을 뿐 아니라, 그로 인해 발생하는 폐해가 다른 종류의 폭력에 비해 크기 때문에, 인간이 행하는 불의 중 가장 그 죄가 무겁다고 본다.

이에 반해 제시문 (바)는 종류에 따라 폭력이 긍정적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주장한다. 압제자들이 사용하는 폭력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이들의 폭력에 저항하는 혁명적 폭력은 그 정당성을 용인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 압제에 대항하는 폭력을통해 무자비한 통치 하에 놓인 사람들의 고통을 종식시킬 수 있다는 점, 즉 혁명적 폭력은 인간을 해방시키는 과정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제시문 (마)는 그 정당성 여부를 논의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폭력 개념의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과거에는 신체적 위해만을 의미하던 폭력의 의미가 이제는 가학적인 언어 활용이나 참을 수 없는 분위기 조성 등 비(非)물리적 압박도 포함하게 됐다는 것이다. 결국 타인의 정신적, 심리적 스트레스를 발생시키는 행위도 폭력으로 봐야 한다는 것으로까지 사회의인식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하나의 판례를 통해 보여주는 것이다.

▶우수답안 분석=본 문항은 폭력의 정당성 여부를 가늠할 기준에 대해 묻고 있다. 무조건 폭력은 나쁘다거나 종류에 따라 폭력이 인정될 수 있다는 상반된 주장을 명확히 구분해 내는 필력이 요구된다. 추가적으로 그와는 다른 차원에서 논의되는 폭력 개념의 외연 확대를 짚어내는 서술이 필요하다.

우선 제시문 (라)와 (바)는 모두 그 주장에 동의하거나 반대할 수 있는 요소들을 구비하고 있다. 하지만 요구되는 내용은 시험 참가자의 의견을 묻는 것이 아니다. 이들의 차이를 우선 선별하고 이를 정확히 대비시키는 것이 답안 작성의 핵심이다. 만약 이들을 구분하지 못하고 글의 줄거리만을 요약했다면 최적의 답이라고 하기 어렵다. 제시문 (마)는 위의 두 제시문과 다른 성격이다. (바)에서 주장되는 바를 정리하는 것이 기본적인 답안 작성 방법이겠지만, 앞선 제시문들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보여준 다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위에 제시된 답안은 이와 같은 요소들을 모두 충족했다. 우선 각각의 제시문을 정리하는 개별 단락 서두에 서로의 차이를 명확하게 기술하고 있다. 예를 들면 (라)의 경우 "종류에 관계없이", (바)는 "종류에 따라"라는 표현을 넣어 둘을 구분했으며, 이어지는 주장들도 이들의 차이를 확인하는 쪽으로 정리됐다. (마) 단락도 "그 정당성 여부를 논의하는 차원에서 벗어나"라는 식으로 앞선 제시문과의 차별성을 선명하게 하고, 정리된 주장을 이해하기 편하도록 서술해 가고 있다. 문항이 '다양한' '특성'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고 있기에 주어진 제시문의 차이점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기법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와 같은 차이점을 먼저 충분히 설명한 뒤, 만약 추가로 (사)에서 거론된 폭력 개념의 확장이 폭력 정당성의 가치를 묻는 (바)와 (아)의 주장에 연결돼 논의될 수 있다면, 가산점을 받을 수도 있겠다.

<논제 3>제시문 (사)에서 주장하는 폭력에 대처하는 자세를 요약한 후, 제시문 (가)∼(바)를 이용하여 '폭력'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우수답안=제시문 (사)에서 주장하는 폭력에 대처하는 자세는 '정치적 담론으로서의 관용'이라 볼 수 있다. 정치적 담론으로서의 관용이란 나와 다른 사람들과의 차이를 인정하는 개인적 윤리의 차원을 넘어서 다양성, 정체성, 정의, 시민적 공존의 특정한 양태와 관련된 것이다. 때문에 개인적 차원이 아닌 정치적인 차원에서 행해지는 관용은 지배 권력과 무관할 수 없기에 폭력은 절대적으로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적 관용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오히려 폭력을 탈정치화시킴으로써 폭력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우려는 개인적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차원에서 폭력을 완전히 배제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역설적으로 확인시켜 준다. 물론 제시문 (가)와 (나)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인간에게는 동물과 다른 지성, 문화, 이상과 이데올로기가 있다. 그로 인해 인간의 본질 중 하나인 잔인함이 드러난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이런 부정적인 이성을 극복할 수 있는 긍정적인 이성 또한 있다. 인간은 폭력을 행하는 것이 잘못된 행위임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폭력을 저질렀다는 것은 그 이외의 요소, 즉 상황에 따른 폭력의 동기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폭력의 동기와 그 폭력이 이루어졌던 상황을 완전히 배제하고 폭력 그 자체로만 처벌해야 한다는 제시문 (다)의 견해는 지나치게 원론적이고 비현실적인 것일 수 있다. 더구나 (라)에서도 인정하는 것처럼 폭력에는 좋은 폭력과 나쁜 폭력, 작은 폭력과 큰 폭력 등 그 의미와 가치가 서로 다를 수 있기에 폭력을 상황에 맞게 구분해서 평가해야 한다. 제시문 (바)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나쁜 폭력을 응징하기 위한 좋은 폭력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것을 간과하면 더 큰 폭력이 야기될 수 있다. 더구나 제시문 (마)에서처럼 언어적이거나 정신적인 폭력 또한 광의의 폭력에 해당된다면 폭력을 피하기는 더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현대 사회에서 폭력이라는 단어는 한 의미로만 해석되지 않는다. 폭력을 해결하고 더 나아가 폭력이 일어나기 전에 폭력을 방지하려면 폭력을 무조건 반대하지 말고, 오히려 넓은 시각으로 폭력의 의미를 다양하게 해석하고 구분해서 평가해야 할 것이다.

▶우수답안 분석=본 문항은 자신의 견해를 서술하는 문제이기에 폭력에 대해 찬성 혹은 반대하는 입장에서 자신의 입장을 분명하고도 논리적으로 서술해야 하는 것이 관건이다. 배점도 가장 크고 답안 길이도 가장 길게 요구되는 통합 논술 문제이므로 주어진 제시문들 상호 간의 논리적 연결성을 파악하고 유형화하여 폭력에 대한 자신만의 견해를 분명하게 제시한 것을 우수답안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자신의 견해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은 경우나 제시문을 모두 사용하지 않는 경우 그리고 제시문 (사)의 논지와 연관시키지 않은 경우 감점 요인이다.

특히 제시문 (사)처럼 폭력에 대해 무조건 반대하는 대부분의 경우에도 제시문들과 상관없이 상식적이고 원론적으로 서술하는 경우는 감점요인이다. 가령 제시문 (가) (나)와 (사)를 연결시키면서, 폭력을 피할 수 없다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도덕을 추구하고 지속적으로 반성해야 한다는 것을 지적해야 한다. 제시문 (다)에서 지적되었듯이 폭력 자체가 인간 스스로 선택한 자발적이고도 이성적인 행위이기에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면 더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특히 현대로 올수록 폭력은 물리적 폭력만이 아니라 제시문 (마)에서처럼 비물리적 폭력까지 포함될 때 폭력에 대한 우리의 자세는 더욱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

결국 제시문 (바)처럼 아무리 미래를 위하거나 공익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폭력이라도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부르기에 근절되어야 한다는 점을 제시문 (사)와 연결시키면서 결론으로 삼을 경우 우수답안이라고 할 수 있다. 폭력에 반대하는 의견보다 더욱 논거 제시가 어려울 수 있는, 폭력을 일부 인정하는 경우도 또 다른 우수답안에 해당한다. 앞에 제시된 예시답안에서처럼 제시문 (사)의 주장에 반대하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의 폭력이나 긍정적 미래를 위한 수단으로서의 정당한 폭력 등에 대해서는 폭력의 불가피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를 주어진 제시문들과 모두 연관시키면서 예시답안처럼 서술한다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제주도논술면접교육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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