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간질로 불렸던 소아의 뇌전증은 성인의 뇌전증과는 달리 완치율이 약 65% 정도로 높은 편에 속한다. 특정 뇌기형이나 뇌염 등의 심각한 요인 없이 저절로 생겨난 뇌전증이라면 치료가 잘 되는 편으로 경련 조절을 위해 최소한 2년 정도의 항경련제 복용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뇌전증 환자들은 질병의 심각성을 잘 알기 때문에 항경련제를 철저하게 복용한다. 그러나 2년 동안 매일 아침, 저녁으로 항경련제를 챙겨먹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10% 미만의 약을 잘 복용하지 않는 환자들이다. 항경련제를 수개월 복용하면서 경련이 없으면 다 나았다고 판단, 자의로 약을 끊고 지내다가 경련이 재발해 입원한 환자들을 임상에서 자주 접하게 된다. 따라서 경련의 재발을 막기 위해 약을 정확한 시간에 꾸준히 챙겨먹어야 하며 이를 위해 환자 본인과 보호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여동생이 고등학교 시절 결핵에 걸렸던 때가 떠오른다. 처음 2~3개월간 항결핵약을 잘 복용하다가 증상이 없자 몰래 약을 중단했다. 결국 약제내성 결핵이 발생해 2년 뒤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서 한쪽 폐를 절제하는 수술을 하게 됐다. 수술장에 들어갈 때 인턴이었던 나는 울먹이면서 여동생을 직접 수술방까지 데려갔다. 그때 기분이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여동생이 외래진료를 다니면서 간간히 결핵약을 복용하지 않았음을 담당의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치료과정에서 약을 꾸준히 복용하지 않았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약제내성 결핵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해주지 않았고, 항결핵제를 반드시 잘 복용해야 한다고 각인시켜 주지도 않았다. 1차적으로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은 환자의 잘못도 있지만 그때 담당의가 약을 제대로 복용 안했을 때 결과의 심각성을 환자와 보호자에게 교육시켜 주었다면 폐절제술까지 이르는 참담한 결과는 없었으리라 생각한다.
치료를 위한 기본적인 요소는 환자, 보호자 그리고 의사, 세 사람의 마음가짐이다. 환자는 질환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치료약을 꾸준히 복용해야 하며, 보호자는 환자가 치료기간 동안 약을 잘 복용할 수 있도록 조력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의사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약을 제대로 복용해야함을 확인하고 교육하고 각인시켜 주어야 한다.
뇌전증 치료를 위한 2년간의 장기 레이스는 환자 혼자 달리는 것이 아니라 보호자와 담당의와 함께 뛰는 것이다. 여러 이유가 있으나 환자, 보호자, 의사의 마음가짐으로 극복해야 한다.
장기간 약을 복용해야 하는 환자가 있다면 약을 잘 복용하고 있는지 확인해 주고 약을 잘 복용할 수 있도록 격려하며 환자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의사와 보호자가 돼야 한다. 또 질병을 극복하고자 하는 환자의 의지가 치료의 지름길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김승효 제주대학교병원소아청소년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