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선호 제주대학교병원 안과
우리는 눈을 통해 세상을 본다. 눈은 우리 몸의 기관 중의 하나이지만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관은 아니다. 때문에 눈에 이상이 있더라도, 어느 정도만 보이면 저절로 좋아지겠지 하고 병원을 찾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진료를 하면서 환자에게 증상에 대해 묻다 보면, 이렇게 무심한 사람도 있을까 싶을 때가 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처럼 병이 커져 눈이 거의 보이지 않을 때가 돼서야 병원을 찾아오기 때문이다. 가래로 막기라도 하면 다행이겠지만, 여느 질병처럼 눈도 정상으로 돌릴 수 없을 때가 많다.
대표적인 예 몇 가지만 들겠다.
당뇨병이 있는 환자들의 경우 눈에 합병증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은 대부분 알고 있다. 그러나 눈의 '당뇨망막병증'이 심해지기 전까지 환자는 증상이 없으니 시력이 떨어지기 전까지 병원을 찾지 않는다. 당뇨망막병증이 심하면 나빠진 시력을 회복시키기는 매우 어렵고, 남아 있는 시력을 지키기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 당뇨망막병증에 대한 정기진료와 적절한 시기에 레이저 치료만 받았어도 될 것을 수술까지 하게 되고, 그래도 시력을 보존하기 어려운 경우를 제법 보았다.
안구 내에 출혈이 생기는 질환도 있다. 대표적인 게 눈에 오는 중풍이라고 하는 '망막혈관폐쇄'인데, 신생혈관이 생겨도 출혈량이 적으면 수일 내에 저절로 맑아지기도 한다. 뒤늦게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종종 그랬고, 이번에는 좋아지지 않아 왔다고 얘기한다.
질병의 초기에는 시야의 일부만 가려 보이는 증상이 있는 질환 중 대표적 질환이 '망막박리'이다. 만약 주변부에 국한돼 있는 상태로 온다면 레이저 치료만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많으나, 중심 시력까지 떨어져야 병원을 방문한다. 역시 수술이 필요하다. 주변부가 꽤 오래 전부터 안 보였으나 좋아지겠지 생각했다 말하는 환자들이 제법 있다.
노인들 실명의 주 원인 중 하나인 '연령관련황반변성'도 마찬가지다. 질환에 의해 중심부가 손상돼 흉터가 지고 나면 더 이상 치료할 방법이 없으나, 그 전이라면 안구 내 주사가 개발돼 있어 시력을 유지하거나 향상시킬 수 있다. 얼마 전에는 한 눈이 잘 안 보인다는 환자가 있었다. 시신경 문제가 의심이 돼 증상이 언제부터 있었는지 물어보니 15년 됐다고 했다.
물론 환자들은 경제적, 시간적 이유를 들기도 한다. 그러나 잠시 생각해 보자. 첫째, 안 보고 살 수 없지는 않은가. 둘째, 질환이 심해져 안 보일 때가 되면 초기에 비해 치료비도 눈덩이처럼 불어 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치료해도 정상 시력을 회복 못할 수 있다. 눈이 우리에게 말하는 그 증상들을 무시하면 안된다. <이선호 제주대학교병원 안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