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건강보고서 3H](45)기흉

[제주건강보고서 3H](45)기흉
낮엔 참을만 했는데 잠 청하려면 가슴 통증이…
  • 입력 : 2013. 11.22(금) 00:00
  • /조상윤기자 sycho@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기흉은 폐에 구멍이 생겨 공기가 새고 이로 인해 늑막강 내에 공기나 가스가 고이게 되는 질환이다. 제주대학교병원 흉부외과 김수완 교수가 기흉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폐에 생긴 기포 터지며 발생
키 크고 마른체형에서 빈발

흉강경 이용 수술할 경우도

키가 크고 마른 체형으로 주변 여학생들로 부터 훤칠하고 잘생겼다고 인기가 많은 대학교 신입생 K군. 대학 입학 후 담배를 하루 반 갑 정도 피우고 있으며, 술은 별로 좋아하지 않고, 운동으로는 큰 키 때문에 농구를 즐겨한다. 그런데 수업 도중 우측 가슴에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한 통증이 갑자기 발생했다. 심호흡을 하면 통증이 심해지고, 상체를 앞으로 숙이고 숨을 얕게 쉬면 통증이 호전됐다. 숨쉬기가 다소 불편하지만 호흡 곤란은 없었다. 저녁이 되자 가슴 통증은 사라졌다. 안심하고 잠을 청하려고 했으나 가슴이 답답한 느낌이 지속되고, 가슴 안쪽에서 '꾸륵꾸륵' 소리가 나는 것도 같아 불안해 취침할 수 없었다. 밤 12시가 되도록 증상이 사라지지 않아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흉부 X-선 검사 결과 우측 폐로 '기흉'을 진단 받았다. 제주대학교병원 흉부외과 김수완 교수로 부터 자문을 받아 '기흉'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앞의 사례는 전형적인 '자연'기흉 환자다. 병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별다른 외상 없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기흉을 일컫는다. 기흉이란 공기가 가슴에 있다는 뜻으로 우리말로 표현하면 '공기 가슴증'이라고 할 수 있다. 폐의 일부분에서 얇은 기포가 발생한 가운데 이 기포가 터지면서 들여마신 공기가 폐 밖으로 빠져 나오는 현상이다. 빠져나온 공기는 몸 밖으로 나갈 수가 없기 때문에 흉강에 쌓이게 되고, 마치 풍선과 같은 폐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쭈그러드는 현상이다.

앞의 환자처럼 자연 기흉은 주로 키가 크고 마른 체격이며, 10대에서 30대 사이의 남자에서 자주 발생한다. 흡연이 관련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가슴벽이 납작한 체형과 동양인에게서 흔히 발생한다. 기흉을 일으키는 기포의 발생에 대해 그 원인 및 조건은 확실치 않다. 그러나 키가 크고 야윈 사람에게서 성장과정 중에 상대적으로 폐조직이 폐혈관에 비해 빨리 자라는 셈이 되기 때문에 폐동맥에서 멀리 떨어져 있게 되는 부위 즉, 폐첨부에서는 혈관공급의 부족으로 국소허혈이 초래돼 소기포들이 형성 된다는 가설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우측폐에 기흉이 발생해 폐가 쭈그러든 것(왼쪽)과 흉관 삽입 후 폐가 재팽창된 모습.

자연 기흉의 증상은 크게 통증과 호흡곤란이 있다. 기흉이 발생한 폐는 쭈그러들어 기능을 못하기 때문에 호흡곤란이 흔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한 쪽의 폐가 대부분 정상이기 때문에 호흡곤란은 흔하지 않다. 통증 양상이 특징적인데 숨을 크게 들이 쉬거나 기침을 하면 가슴 안쪽에서 바늘로 쿡쿡 찌르는 듯한 통증이 발생한다. 반대로 숨을 얕게 쉬거나 상체를 숙이고 있으면 통증이 사라진다. 폐 자체는 통증을 느끼지 못하고, 폐를 둘러싼 막과 흉벽이 서로 맞닿으면서 생기는 통증이기 때문에 폐가 완전히 쭈그러든 상태에서는 오히려 통증이 사라진다. 이런 통증의 양상 때문에 환자가 낮에 응급실을 방문하지 않고, 밤에 잠을 청하려고 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기분 나쁜 느낌이 들어 응급실을 찾게 된다. 대부분의 환자는 위험하지 않지만 큰 기포가 터져 기흉이 발생하거나 폐 상태가 워낙에 좋지 않은 환자는 갑자기 사망할 수도 있다.

응급실에서 기흉이 진단된 후에는 대부분 흉관 삽입을 통해 치료하게 된다. 왼쪽의 흉부X선 사진에서 처럼 흉관 삽입 후 폐가 완전히 펴지게 되고, 터졌던 기포가 아물게 되면 더 이상 공기 누출이 되지 않아 흉관을 제거하고 퇴원할 수 있다. 하지만 재발률이 50% 이상으로 매우 높기 때문에 흉강경을 이용한 폐절제술이 필요하다. 수술 이후 재발률은 5% 정도로 낮출 수 있다. 수술은 보통 재발할 때 시행하지만 다음의 경우에는 바로 수술을 시행해야 한다.

▷공기유출이 심해서 폐의 재팽창이 제대로 안되는 경우 ▷공기유출이 7일 이상 지속되는 경우 ▷양측에서 동시에 기흉이 생기거나 그러한 병력이 있는 경우 ▷흉부 X-선 사진에서도 보이는 큰 기포가 있는 경우 ▷직업적인 요인이 있는 경우(비행기 조종사, 잠수부, 외딴곳에 사는 사람 등) ▷혈흉, 농흉 등의 합병증을 동반한 경우.

수술은 전신 마취속에 폐의 기능을 정지 시키고, 흉강경으로 비디오를 보는 것처럼 시야를 확보한 후 자동으로 절개와 봉합을 시키는 기계를 사용해 기포를 포함한 폐의 일부를 절개하는 방법이다. 개흉술이 아니라 2㎝정도의 작은 상처가 세 군데 정도 생기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통증이 적고 수술 상처에 문제가 없어 퇴원이 빠르다. 일상 생활에도 바로 적응할 수 있다.

40~50대 나이인 경우 가슴 통증이 발생하면 심장 질환을 의심해 바로 응급실을 찾게 된다. 그렇지만 심장 질환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10대에서 20대의 젊은 학생인 경우에도 가슴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대부분 기흉이 원인이다. 기흉이 초기에 확인된 경우에는 문제가 없으나 젊은 나이의 가슴 통증이라고 무시하게 돼 진단이 늦어지면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중고등 학생이라도 가슴이 따끔따끔 아프고 답답한 증상 등이 있다면 바로 응급실이나 흉부외과를 방문해 기흉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4883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