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안덕면 형제섬. 사진=강경민기자·조성익 자문위원
국내 유명 아치 포인트 중 단연 으뜸산호들 아치 장식… 물고기 군무 장관수심 18m 이내 초급자도 어렵지않아
산방산 바로 앞에서 내려다 보이는 무인도 형제섬. 사계리 포구에서 남쪽으로 1.5㎞ 떨어져 있다. 크고 작은 섬이 마치 형제처럼 마주하며 떠 있다. 섬 이름의 유래이기도 하다. 길고 큰 섬을 본섬, 작은 섬은 옷섬이라 불렀다 한다. 본섬에는 작은 모래사장이 있고, 옷섬에는 주상절리층이 일품이다. 바다에 잠겨있다가 썰물때면 모습을 드러내는 새끼섬과 암초들이 있어 보는 방향에 따라 섬의 갯수가 3~8개로, 그 모양도 가지각색이다. 일출과 일몰시 사진촬영 장소와 최고의 낚시포인트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런 형제섬 바로 앞 바닷속은 다이버들에게도 유명한 곳이다. 국내 다이빙 포인트 중 수중아치는 여러 곳에 산재해 있다. 하지만 형제섬의 수중아치는 그 중 규모 면에서 가장 으뜸이라 할 수 있다.
최근 탐사대는 형제섬 포인트를 찾았다. 연일 이어진 쌀쌀한 날씨로 걱정이 됐지만 탐사 당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15~18도로 괜찮았다. 바람도 없고 파도도 높게 일지 않아 다이빙하기에 큰 무리가 없어 보였다. 다만 박무 등으로 인해 흩뿌연 하늘 탓에 수중 시야가 잘 나올 지 걱정됐다.
▲형제섬 아치 포인트. 절벽상단에서 암반이 바닥으로 흘러내린 웅장한 모습과 내부의 해송과 분홍수지맨드라미, 고르고니언산호 등이 아치를 더욱 돋보이게 장식하고 있다. 사진은 수중아치 내부에서 군무를 펼치는 줄도화돔 무리
사계항에서 출발해 본섬에 닿기 전(섬에서 500m~1㎞ 떨어진 지점)에 위치하는 포인트에는 현재 3개의 가이드라인이 설치돼 있다. 각각 세 곳의 수중아치 바닥과 연결돼 있는데, 이 곳이 해녀들의 활동공간이기 때문에 물질작업시 입출수가 용이하도록 설치한 것이다. 탐사대 김진수 자문위원은 "형제섬에는 20여명의 다이버가 동시에 통과할 수 있는 대형 아치에서부터 혼자서 통과할 수 있는 작은 아치까지 반경 50m 이내에 5곳이 존재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탐사대는 세 곳 가이드라인 중 가장 큰 수중아치 바닥에 설치된 가이드라인을 잡고 입수하기 시작했다. 구름낀 날씨와 달리 입수를 시작하자 마자 바닥이 훤히 드러날 정도로 시야가 좋다. 외해방향에서 흘러오는 조류를 형제섬이 막아주면서 물살이 세지 않았다. 가이드라인을 잡고 탐사대가 줄줄이 바닥으로 안착했다. 수심은 10m도 나오지 않았다. 썰물이었다. 고개를 돌리자 거대한 수중아치가 탐사대를 반긴다. 마치 또다른 세계로 안내하는 입구같다고나 할까, 마치 물속에 잠겨 사라진 도시 입구에 와 있는 듯한 신비로움까지 느껴진다. 조성익 자문위원은 "형제섬 수중아치 포인트는 수심이 18m 이내 지역이어서 초급다이버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라며 "하지만 반드시 이곳 지형에 숙달된 전문가와 함께 해야 전체를 1회 다이빙으로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탐사대는 수중아치를 드나들며 주변 생태계를 면밀히 관찰·촬영했다. 절벽상단에서 암반이 바닥으로 흘러내린 웅장한 모습과 내부의 해송과 분홍수지맨드라미, 고르고니언 산호 등은 아치를 더욱 돋보이게 장식하고 있었다. 특히 자리돔과 줄도화돔 무리, 돌돔과 벵에돔들이 아치 내부에서 유영하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왜 이곳이 최고의 낚시포인트로 유명한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형제섬 포인트는 굳이 다이버가 주변지역까지 힘들게 유영하지 않아도 한 곳에서 종합선물세트를 받을 수 있는 곳이었다.
▲연산호 사이 쏠종개 무리
▲긴가지해송
▲고르고니언산호
▶풀어야 할 과제=국내 최대 규모라는 형제섬 수중아치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해당 지역이 유어장으로 지정돼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해녀 등 지역주민들이 다이버들을 반기지 않는 탓에 사실상 다이빙이 금지된 곳이기 때문이다.
제주에는 합법적으로 수중 사냥 등 해산물 채취가 가능한 유어장이 몇 곳 있다. 유어장의 주체는 해당지역의 어촌계로 다이버들은 누구든지 해당 어촌계를 통해 어촌계가 지정하는 선박으로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형제섬 관할 어촌계인 사계리 어촌계에서는 다이버들의 입장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김영민 어촌계장은 "예전에 일부 먹거리다이빙 때문에 해녀들이 분노했고, 지금도 인식이 좋지 않아 다이버들이 찾아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지난 2000년 한해 어촌계에서 운영하는 보트를 이용해 다이빙이 가능했지만, 이마저도 찬반 양론에 부딪쳐 또다시 출입이 금지됐다고 한다.
그러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에코(Eco) 다이빙'이 다이버들에게 확산되고 있고, 지역사회에서도 다이버들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사계항에서 열린 '연산호 바다올레 축제'를 통한 형제섬 포인트와 바다숲 생태조성지에 대한 공개는 도내 전역에 산재한 명품 다이빙 포인트에 대한 관광자원화와 어촌계의 수익사업 다각화 등과 맞물려 꼬인 실타래를 풀 수 있는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다.
고대로·최태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