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는 2011년 12월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소멸위기 언어' 5단계 중 4단계인 '아주 심각한 위기에 처한 언어'에 등재되었다. 이제 그로부터 2년이 지났다. 그동안 제주어를 되살리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있었지만 그 성과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는 실정이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드라마 '응답하라 1994'를 보면서 다른 지방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이 생겼다. 물론, 1994년에, 그것도 서울 안에 있는 학교에서 대놓고 '나 촌놈이오' 하고 지방어를 쓸 수 있는 드라마의 배경이 비현실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드라마에는 현재가 반영되어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2013년의 현재에서 지방어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없었다면, 드라마 전체가 지방어 일색인 '응답하라 1994'는 기획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 와중에 제주어가 제외되었다는 것은, 제주인이 한국에서 소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지방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든 언어라는 점 때문이기도 하고, 대중매체에 얼굴을 비출 만한 젊은 세대의 인물들 중 제주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제주어를 제대로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점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나부터도 제주어를 사용할 때 어미만 바꿀 뿐 구체적인 제주어 명사들 중 몇은 생전 처음 들어보는 단어들이 수두룩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세대가 제주어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에 대해 탐구하는 것이 자신을 탐구하는 일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언어는 사용자의 사고와 감정에 깊숙이 관여한다. 쉬운 예로, 한국어의 '정(情)'이란 단어가 대체 어느 외국어로 제대로 번역될 수 있겠는가. 같은 사람이라도, 영어를 쓸 때와, 한국어를 쓸 때와, 고향의 지방어를 쓸 때의 사고와 감정이 다르다. 그 언어를 선택해야 하는 때와 장소가 다른 이유는 그 언어를 쓸 때 나오는 '나'의 모습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공식적이고 의례적인 자리에서 영어와 한국어 대신 제주어를 쓴다고 상상해 보자. 기막힌 일화로 기억될 것이 분명하다.
어떤 이들은 지방어가 그 지방 사람들 간의 인척관계를 위해 사용된다고 비판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영남이나 호남 등 이 나라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큰' 지방 사람들에게만 들어맞는 비판이다. 소수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 제주인들에게는 이런 비판이 정당하지 않다. 오히려 제주어를 쓰는 순간, 자신이 소수에 속해있다는 정체성을 '커밍아웃'하는 일이 될 것이다. 뒤집어서 생각하고 싶다. '소수인 것이 뭐 어때서?'라는 생각. 영어에도, 한국어에도, 다른 지방어에도 없는 사고와 감정이 제주어에는 있고, 그것은 소수인 제주인들만이 느낄 수 있다. 그것은 우리 세대가 오히려 더 제주어에 대한 탐구를 이어나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소수에 속해 있어서 불행해'라는 자의식이 '나는 특별해'로 바뀌기 위해서 말이다. 다수가 알 수 없는 사고와 감정을 통해 내 개성을 끌어내는 것이 지금 내 또래의 제주인들에게 주어진 의무이다. 제주어를 최대한 이용하고, 이왕이면 현대의 개념과 만나는 제주어를 발굴해 내는 것, 이것이 우리의 과제다. 그래서 다수의 생각을 뛰어넘어 소수의 특별함이 담긴 생각을 펼치는 것, 이것이 우리의 과제다.
<양은석 서울예대 문예창작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