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제대로 된 과업지시서 만들 수 없는가?

[월요논단]제대로 된 과업지시서 만들 수 없는가?
  • 입력 : 2013. 12.16(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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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주되는 공공건축물의 설계경기와 용역의 과업지시서 내용을 들여다보면 발주처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적지 않다. 발주처에서 사업수행기관이나 단체에게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것이 과업지시서다. 말 그대로 과업을 수행함에 있어서 해야 할 내용을 담은 지시서이다. 과업지시서의 내용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충실한가에 따라 용역결과의 질적 수준은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공공기관의 사업 대부분은 공공성이 강해 시민들의 생활에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거나 줄 수밖에 없는 특수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공공기관에서 발주하는 사업의 과업지시서는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공공기관이 발수하는 적지 않은 사업들의 과업지시서가 그다지 충실하게 작성됐다고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의 내용이 아니라는 점은 관련분야 종사자들의 한결같은 생각일 것이다. 특히 설계경기가 그러하고 각종 용역의 과업지시서도 크게 다를 바 없다. 공공기관에서 제시하는 과업지시서의 공통적인 점은 '제주다운'이라든지 '지역성을 담아내는' 등과 같은 지극히 추상적인 내용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뿐만 아니라 사업의 성과와 직결되지 않는 사항까지도 포함돼 있는 불합리한 점을 들 수 있다. 이와 같이 비생산적이고 불합리한 과업지시서가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과업지시서를 작성하는 과정에 있어서 실무부서와 담당자가 왜 사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목적과 목표의 파악이 부족하고 또한 누구를 위한 사업인지와 대상지역이 적절한지, 그리고 어떻게 운영되고 관리돼야 하는지 등의 프로그램에 대한 적절한 검토와 논의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거나 다른지역의 유사한 사례를 참조해 과업지시서를 작성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검토과정이라고는 설계경기의 심사과정이나 자문위원회가 있지만 위원의 역할은 1회의 심사와 자문정도에 불과해 한계성을 갖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담당자의 전문성이 절실히 요구되기도 하지만 사업 추진과정에 있어서 과업지시서에 담을 내용을 충실하게 검토할 수 있는 일종의 과업지시서 검토위원회를 둬 검토과정을 갖는 것이 절실하다고 생각된다. 검토위원회를 통해 사업비의 적정성과 사업발주방식, 사업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프로그램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함으로써 과업지시서의 질적 수준을 담보하는 것이다. 물론 검토위원회의 위원들은 해당사업의 심사에 참여하거나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또한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일 경우 사업발주단계에서 종합적인 방향성을 검토하는 기획단계에서부터 마무리단계까지 이르기까지 총괄하는 한시적인 기획위원회를 구성해 발주방식, 프로그램, 설계변경의 적절성 등 일련의 과정을 총괄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을 갖게 함으로써 공공건축의 사회적 기여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최근 공공분야에서 기획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본래 기획이란 정책결정 과정에서 도출된 일반적인 목표를 구체적인 목표로 재구성해 가장 효율적이고 적용 가능한 방법을 개발 혹은 선택하는 지적활동(知的活動)이라 할 수 있다. 행정기관의 과업지시서에는 그러한 지적활동의 고민이 담겨있는지, 그러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진지한 검토가 필요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제주도가 특별자치도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김태일 제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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