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愛 빠지다]바다에 반한 남자 김종성씨

[제주愛 빠지다]바다에 반한 남자 김종성씨
마을에 긴 생명을 지닌 문화를 입히다
월정에 카페·게스트하우스 열어…빈집 탈바꿈해 문화공간 계획도
  • 입력 : 2013. 12.27(금) 00:00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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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여행을 왔다가 바다에 끌려 제주에 정착한 김종성씨와 아내 윤미애씨가 다정하게 포즈를 취했다. 강희만기자

'지금은 가진 게 없지만 10년 안에 예쁜 바다가 보이는 곳에 작은 커피숍을 만들어 줄게.' 뉴질랜드 유학 당시 만난 지금의 아내에게 그가 한 말이었다. 십년하고도 삼년이 더 걸렸지만 약속은 이뤄졌다. 올해 6월말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해안도로에 문을 연 카페 '로와(Lowa)'. 이곳은 김종성(45)씨가 아내 윤미애(43)씨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김씨에게 월정리 바다는 특별하다. 서울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살고자 했을 때 제일 먼저 떠올린 곳도 월정리였다. 2~3년 전 제주로 여행을 왔다가 마음을 끌었던 바다 때문이었다. 건축업체를 운영했던 그와 비슷한 일을 하는 이주민들이 정착해 있었던 것도 낯선 곳에서의 출발에 대한 고민을 덜어줬다. 그렇게 월정리 바다는 그의 약속 속 '예쁜 바다'가 됐다. 김씨는 직접 카페를 설계했고, 아내는 커피를 배우기 시작했다.

김씨의 건축물에선 월정리 바다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다. "바다를 주연으로 삼자"는 생각으로 설계한 카페는 최대한 꾸밈을 절제했다. 시멘트, 나무, 유리 등 건축 자재를 간소화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아름다운 바다를 가리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았어요. 튀지 않는 카페를 만들려고 했죠. 직원들은 손님들이 잘 찾을 수 있게 간판을 크게 달자고 했지만 바다 앞에서 잘난 척하고 싶지 않았어요."

카페 '로와'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게스트하우스 '쪼인'을 열었다. 카페와 마찬가지로 그가 직접 건축한 공간이다. 김씨가 제주에 내려온다는 계획을 듣고는 마음 맞는 사람들이 힘 모아 꾸린 곳이다. 마케팅 하는 사람, 드라마 찍는 사람 등이 함께하고 있다. "가족 같은 후배 '쪼스'(별명)는 대기업에서 마케팅 관련 일을 했던 경력을 살려 문화공연을 기획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김씨가 말했다.

쪼인에서 열리는 공연은 '열린 공간'이다. 투숙객만이 아니라 관심 있는 누구라도 참여해 즐길 수 있다. 28일에는 음악콘서트 '정다운의 라이브숲'이 이곳에서 진행된다. 가수 강산애와 뚜럼브라더스 등이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김씨는 최근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서귀포시 성산읍 내에 돌창고를 문화예술인을 위한 작업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작업이다. 제주의 돌담집이 사라지는 게 안타깝다는 성산읍의 요청을 받아 시작한 일이다. "전공이 건축설계 디자인인 만큼 제주에 건축과 관련된 일을 돕고 싶었다"는 그에겐 의미 있는 첫걸음이다.

요즘엔 월정리 내에 빈집을 알아보고 있다. 방치돼 있는 마을의 빈집을 특색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서다. "마을이 긴 생명을 가지고 발전하려면 문화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나온 움직임이다. 월정리 내에 정착해 살고 있는 만화가 등 문화예술인들과 연계해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제가 처음 느꼈던 것처럼 월정리가 아름답게 발전하길 바랍니다. 문화가 담겨 있다면 마을이 더 오래 사랑 받을 수 있겠죠. 그런 공간을 만드는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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