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31일. 어느덧 다사다난했던 한 해의 끝자락에 성큼 다가섰다. 그동안 우리가 걸어왔던 일 년은 어땠는가. 연초에 마음먹었던 결심들은 잘 이루었을까.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다가오는 아쉬움과 섭섭함은 매번 느끼는 감정이지만, 때로는 지난날들을 되돌아보게끔 하는 촉매가 되어준다.
필자의 2013년은 차가운 겨울, 후회와 함께 시작되었다. 대학생으로서 매순간 최선을 다하지 못한 내 모습을 보면서 뒤돌아보면서, 눈이 쏟아지는 길 위로 쓸쓸히 걸어갔던 그날이 아직도 선명하다. 두 차례의 장학생 탈락과 만족하지 못했던 일 년 성적표. 처음으로 내 자신이 겪었던 실패들을 곱씹어보았다.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계획 없이 보낸 시간들이었다. 하루하루 기대감 없이 다가왔던 365일. 준비 없이 매번 닥치는 대로 하던 습관이 실패를 자초한 것이다. 그래서 필자의 2013년은 실패를 극복하기 위한 '시간 설계'에 그 의미를 두었다. 남들과 똑같이 주어진 시간 속에서 어떻게 하면 의미 있게 하루를 살아갈 수 있을까. 그 시작은 포트폴리오였다.
그동안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았던 포트폴리오. 다시금 보면서 빈 페이지를 채워나가기로 결심했다. 막연히 대학원에 가겠다는 생각이었지,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다. 진로부터 다시 세웠다. 그때는 하지 못했던 작품 설계와 공모전 그리고 해외여행. 작은 A4 용지에 앞으로 채워나갈 계획들을 새까맣게 적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만큼 간절히 무언가를 바랐던 적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물론 계획했던 것에 비해 아직 이루지 못한 것들이 있고, 아직도 닥치는 대로 하는 습관을 다 고치진 못했다. 하지만 그때의 마음가짐이 있었기에 조금은 철든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실패를 통해 얻은 깨달음은 내게는 큰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내게 찾아온 첫 변화는 주어진 하루가 달라졌다. 일상적으로 듣던 전공수업도 강의 실라버스를 보고 책을 찾아가며 공부 전략을 세우니, 소소한 재미가 되었다. 가끔은 혼자서 공모전을 준비할 땐, 계획을 짜는 것이 많은 시간 절약이 되었다. 기대감 없이 찾아왔던 365일이 조금은 재밌고 소중해졌다.
한 해의 마지막 기로에서 다시 펜을 잡고 계획을 세워보았다. 일 년 동안 아쉬웠던 것, 이루지 못했던 것들도 있지만 이번에는 특별히 여행을 짜보았다. 2013년은 부정적인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2014년은 의미 있는 추억으로 시작하고 싶었다. 하루하루가 기대되는 오늘이 되었으면 한다.
<오소진 제주대학교 전자공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