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耳順, 우아하고 아름답게 출발하자

[월요논단]耳順, 우아하고 아름답게 출발하자
  • 입력 : 2014. 01.27(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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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마의 해인 2014년 갑오년은 나에게 특별한 출발의 의미를 갖는다. 갑오년에 태어나 환갑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논어에서 이순(耳順)은 사람의 나이 예순 살을 이르는 말로 공자가 60세가 돼서 천지만물의 이치에 통달하고, 듣는 대로 모두 이해할 수 있게 됐다는 데서 온 말이다. 이순이면 무슨 말을 들어도 괘념치 않을 법 하건만 아직도 흘려들은 말 한마디에도 잠 못 이루며 신경을 쓰게 된다. 이제는 육십이 됐으니 이순하자는 당부의 말로 해석하고 노력을 해야겠다.

어느 시인의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내용처럼 나이 들어가며 조금은 새롭게 느끼는 변화가 있다.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며 세상의 중심이 나 자신에서 조금씩 밖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내 주변에도 눈이 가고, 갑자기 잊고 지내던 사람들의 안부가 궁금해지고, 작고 보잘 것 없는 것들이 더 안쓰럽게 느껴진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측은지심인지 이유는 분명하지 않지만 어쨌든 나뿐만이 아니라 남이 보인다. 조금씩 마음이 순하고 착해지는 것을 느낀다.

요즈음 서산대사의 선시(禪詩) '눈길을 밟으며'가 생각난다. '눈 덮인 벌판을 지날 때 어지럽게 걷지 마라. 오늘 내 발자국은 뒷사람들의 길이 된다'는 글귀이다. 처신을 올곧게 해 후배의 귀감이 되라는 글로 해석하고 있다. 그래서 지난 36년의 교직생활이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는 삶이었는가 반문해 보고 반성도 해본다. 만일 내가 아니었더라면 더 나은 선생님이 나 대신 학생들 앞에 서서 학생들이 더 행복하게 성장하도록 돕지는 않았을까? 그러한 반성이 나를 작게 만들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끝없이 노력하게 하는 원동력도 됐던 것 같다. 최고의 학교장은 명석하면서 게으른 사람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 경지를 감히 넘볼 수 있는 사람은 못된다. 다만 어리석으면서 부지런한 최악의 학교장은 아닌지 늘 돌아보고 있다.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뜻하지 않게 나의 뾰족한 뿔로 들이박아 타인의 가슴에 흉터를 남긴 일을 돌아보고 미안함을 전한다. 아낌없는 사과가 중요하듯 타인이 내게 준 고통에도 관대한 자세를 가질 일이다. 용서란 단지 자기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에게 베푸는 가장 큰 사랑이라고 달라이 라마는 말했다.

인생은 60부터 시작이다. 노년이 아니라 성숙한 중년의 우아하고 아름다운 출발점이다. 내 나이 육십이지만 그렇다고 젊은 세대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젊은 세대들이 나처럼 자랑스러운 60대를 맞게 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말기 암환자가 임종 전에 후회한다는 내용인데, 한 살이라도 더 먹기 전에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즐기는 법을 배우고, 베푸는 법을 배우겠다. 인생의 의미를 새롭게 하고, 깊은 맛을 음미하면서 살고, 혜안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겠다. 자기 삶에 대한 진한 긍정과 낙관 속에서 능동적 행동 변화를 추구하는 열정적 삶을 살아가자. 그러면 죽어가는 중년이 아니라 멋지게 사는 인생의 주인공이 된다. 열심히 산다면 중년은 축복의 순간이 된다.

자식들도 건강하게 커서 결혼도 하고 대기업의 변호사, R&D 연구원으로 둘 다 전문직이다. 친손자 선물도 받았다. 아내는 37년간의 교직생활을 마감해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다. 내 앞길에 고민의 안개가 모두 걷혀 투명하다. 그래서 지금 생활에 만족한다. 지금까지는 현실에 얽매여 있었지만 이제는 삶의 깊이와 내면에 관심을 둬야 하겠다. 더 바랄 것이라고는 건강하게 사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에 대해 항상 감사하며 살아가겠다.

<김태수 장전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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