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가 지켜야 할 신성한 가치를 묻다

지금, 우리가 지켜야 할 신성한 가치를 묻다
강우일 주교의 '기억하라, 연대하라'
  • 입력 : 2014. 02.14(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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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이름으로 행동하는 사람들, 국가의 안보를 걱정하면서 일한다는 사람들이 행하는 일들, 그들이 말하는 국가의 정책이 국민들의 동의나 공감대 속에서 집행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만을, 그러니까 지배층의 소수 권력자들만을 위한 것인 경우가 많습니다. 자기만의 편향된 사고와 이념, 자기들만의 기득권을 위해서 국가의 이름을 내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도 국가가 하는 일이라고 해서 우리 모두가 훼손할 수 없는 절대적인 가치로 받아들이는 것은, 너무 소박한 생각이 아닐까요."

2002년 10월부터 천주교제주교구장을 맡고 있는 강우일 주교. 강 주교는 지난해 5월 인권연대의 '수요대화모임'에 초청받아 서울에서 이런 내용으로 강연했다. 이 강연에서 강 주교는 제주도와 제주4·3에 빗대 국가라는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범죄들을 이야기하며 "국가는 언제나 신성하고 숭고하기만 한 존재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 시대의 몇 안 남은 어른으로 통하는 강우일 주교의 생각과 실천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인권연대 사무국장으로 있는 오창익씨가 기획한 '기억하라, 연대하라'이다. 인권연대 초청 강연 내용, 오창익 국장이 지켜본 강 주교의 삶, 우리 앞에 닥친 현실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강 주교의 생각이 담긴 글이 수록됐다.

강 주교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에서 활동하거나 젊은 시절 활발한 사회 참여를 했던 것은 아니지만 주교가 되기 전 신부 시절부터 시대적 소명을 확인하려는 노력을 줄기차게 벌여왔다. 김수환 추기경을 이어 서울대교구 교구장이 되리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강 주교가 임명된 곳은 제주였다. 육지로부터 끝없이 착취당해온 아픈 역사가 있는 제주는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함께 살고자 하는" 강 주교의 소망을 이루기에 적합한 곳이었는지 모른다.

2007년 노무현 정권이 제주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기로 했을 때 이에 대해 가장 발 빠르고 단호하게 행동했던 곳이 강우일 주교가 이끄는 천주교 제주교구였다. 강 주교는 "인간들이 의지하는 군사력이 결코 이 땅의 평화를 지켜주는 보증이 될 수 없음을 깨닫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4대강 문제가 구제역 사태에 대한 강력한 사회 참여 발언을 함으로써 제주만이 아니라 곳곳에 눈과 귀를 들어 입을 열었다.

오창익 국장은 "왜 우리나라에는 존경받을 원로가 없는지, 왜 우리나라에는 우리를 바른 길로 이끌어줄 어른이 없는지 한탄하기도 하지만 예수가 태어난 나자렛처럼 우리나라의 가장 작은 고을 제주에 강우일 주교가 있다. 그의 말을 듣고 그의 말을 따라 살아보자"고 말했다. 삼인.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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