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로병사]현명한 선택
  • 입력 : 2014. 02.21(금)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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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환자를 진단하고 수술하고 있지만 '암'이라는 진단을 환자에게 처음 알려주고 설명하는 순간은 항상 떨리고 조심스럽다. 하지만 일부 환자들은 앞으로의 진단 계획과 치료과정을 설명해 주려는 순간 "서울가서 수술할래요. 의뢰서 써주세요"라며 진료실을 나가기도 한다. 이러한 환자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의사로서 허탈한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아직도 제주에서 암 치료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서울로 가는 환자들이 많은 것 같다. 몇 년 전 유방암이라는 진단을 듣자마자 무작정 의뢰서를 받아간 한 환자는 친척의 권유로 서울의 모병원에서 유방암 수술을 받았으나 그 병원에는 방사선 치료 장비가 없어 수술 후 다시 제주로 돌아와 방사선 치료를 받게 된 경우도 있었다.

유방암의 진단과 치료과정에는 정확한 영상진단(영상의학과), 정확한 판독(병리과), 적절한 범위의 수술(외과), 항암화학요법(혈액종양내과) 그리고 방사선치료(방사선종양학과)가 필요하고, 치료 후에는 최소한 5년 이상의 추적관찰이 필요하다. 이러한 모든 과정에서 최소한 5명의 전문의가 협진을 통해 환자마다 가장 적절한 치료과정을 토의해서 결정하게 된다. 그렇지만 치료하는 중간에 병원이 바뀌게 되면 치료과정 연계가 잘 이뤄지지 못해 부적절한 치료가 될 가능성이 생기고,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가 감수하게 된다. 앞서 언급한 환자처럼 진단,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가 제각각 다른 병원에서 진행된다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 걱정된다.

물론 암 진단 후 불가피하게 타 지역에서 치료를 받아야 할 상황이라면 그 지역에서 가장 적절하게 치료를 할 수 있는 병원과 의사를 권유 후 진료 의뢰를 해드리기도 한다.(유방암을 진료하는 의사가 다른 지역의 유방암 진료 의사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지 않을까?)

유방암은 비교적 진료지침이 잘 정립된 질환이라 병원마다 치료성적의 차이가 거의 없다. 작년 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발표한 '유방암 진료적정성 평가' 결과에 따르면 전국 99개 의료기관 중 72기관(72.7%)이 1등급으로 조사됐으며 제주대병원도 99.09점으로 1등급을 받았다. 유방암의 경우에는 제주에서 치료를 받더라도 서울의 대형병원과 비교해 치료내용과 성적은 동일하다는 것이다. 경험이 풍부한 의사가 치료를 더 잘 할 수도 있겠지만 치료성적이 똑같다면 힘들게 비행기를 타고 다니면서 명의를 찾아 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재혁 제주대학교병원 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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