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 맛집을 찾아서](71)번영식당

[당찬 맛집을 찾아서](71)번영식당
갓잡은 생선으로 만든 조림이 일품이네
  • 입력 : 2014. 04.11(금) 00:00
  • 김지은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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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영식당의 생선조림 메뉴는 묵은 '마농지'와 제주 '콩지'를 가미해 색다른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강희만기자

묵은 '마농지'·제주 '콩지' 가미
조림 양념과 어우러져 색다른 맛
바다향이 입맛 감싸는 물회 별미

2년 전 가게를 열 때만 해도 주력 메뉴는 활어회였다. 그래서 이름도 '번영횟집'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메뉴가 잘 팔리기 시작했다. 오고가다 생선조림을 맛본 손님들이 입소문을 내면서 조림을 찾는 발길이 늘었다. 횟집보다 번영식당이란 이름으로 알려진 것도 그때부터다.

제주시 봉개동에 위치한 번영식당에선 다양한 생선조림을 맛볼 수 있다. 우럭, 쥐치, 갈치, 고등어 조림 등 입맛에 맞는 메뉴를 선택 가능하다. 이 중에서 손님들이 많이 찾는 건 우럭과 쥐치 조림이다. 수족관에서 갓 건져올린 활어로 만들어지는 이들 조림은 번영식당의 대표 메뉴이기도 하다.

주인장 김애순(49)씨는 조림용 재료로 '생물'을 고집해 왔다.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도 재료에 따라 음식맛이 결정된다는 이유에서다. 조림의 주 재료가 생선이다보니 더욱 신경쓰는 부분이다.

"냉동 생선으로 조림을 해보기도 했는데 생물로 했을 때와 맛이 다르더라고요. 쫄깃하고 부드러운 맛 대신에 식감이 퍽퍽해 맛이 없었죠.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갓 잡은 생선으로 조림을 만들고 있습니다." 김씨의 말이다.

조림에 들어가는 재료에는 정성이 담긴다. 음식의 깊은 맛을 더하기 위해 멸치와 다시마, 무, 양파 등을 넣어 육수를 내는 건 기본이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만들어 냈다는 양념은 미리 만들어 놓고 일정 시간 숙성 과정을 거친 뒤 사용한다. 조림에 들어가는 무는 두툼하게 썰어 미리 양념에 조려 놓는다. 재료 깊숙이 양념이 배게 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완성된 생선 조림은 짜거나 달지 않아 뒷맛이 개운하다. 양념을 밥에 비벼 먹기에도 부담 없을 정도다. 담백하면서도 칼칼한 끝 맛이 구미를 당긴다.

번영식당 조림만의 특이한 점이 있다면 묵은 '마농지'와 제주 메주콩으로 만든 '콩지'를 넣는 것이다. 간장에 재운 것을 조림에 넣는다는 게 선뜻 이해가 안될 지도 모르지만 이게 의외로 별미다. 짠 맛이 강할 거라는 생각과 달리 조림 양념과 어우려지며 색다른 맛을 낸다. 김씨는 "햇마농을 사용하면 맛이 덜하기 때문에 1년 동안 묵힌 것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마농지와 콩지를 넣어 제주의 토속적인 맛을 살리고 있다"고 했다.

주인장은 조림과 함께 곁들어지는 반찬까지 꼼꼼히 챙긴다. 제철 나물을 직접 캐서 찬을 만드는 등 손님들의 식욕을 돋울 수 있는 찬거리를 준비한다. 기본 대여섯 가지의 반찬이 상에 오른다. 좋은 재료를 아끼지 않는다는 주인장의 철칙이 느껴진다.

번영식당의 조림을 맛보고 싶다면 방문 전에 미리 예약하는 게 좋다. 갓 잡은 활어를 손질해 조리하다 보니 30~40분 기다리는 시간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충분히 끓이지 않고 급하게 상에 올리면 맛에서 티가 난다"고 김씨는 말했다. '기다림의 미학'이 음식맛에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5월부터는 물회도 개시된다. 바다의 향을 입안 가득 느끼고 싶다면 전복, 성게, 해삼, 생선회 등이 어우러진 모듬 물회가 제격이다.

매주 둘째 넷째 일요일은 문을 닫는다. 우럭조림은 3명이 함께 먹을 수 있는 중간 크기가 3만원, 대자가 4만원이다. 문의 064-721-6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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