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고 싶다](61)청보리 일렁이는 가파도

[그곳에 가고 싶다](61)청보리 일렁이는 가파도
보리밭 사잇길엔 봄이 한가득
  • 입력 : 2014. 04.18(금) 00:00
  • 김성훈 기자 shki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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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안에서 보는 주변 풍경 환상적
돌담길을 따라 걷는 재미도 일품
보말로 만든 먹거리 등 별미 풍성

바람이 머무는 섬 가파도에 초록물결이 일고 있다. 봄 바람 가득 머금은 청보리가 넘실대고 있는 것. 가파도의 청보리는 국토 최남단 땅끝에서 가장 먼저 봄을 전한다.

가파도는 대정읍 모슬포항에서 뱃길로 20여분 달리면 닿는 총면적 0.9㎢ 규모의 섬이다. 해안선 길이는 4.2㎞에 이르며 최고높이가 고작 20.5m에 불과하다. 멀리서 보면 평평하고 납작해 바다와 살짝 붙어있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제주의 부속섬 중 용수조건이 가장 좋고 주변 해역에는 어로자원이 풍부하다. 전복, 소라, 옥돔, 자리돔, 자리젓 등의 특산물이 유명하며 유적으로는 조개무지, 선돌, 고인돌군 등이 있다. 네덜란드인 하멜이 조선에서 14년을 생활하다 귀국한 후 쓴 '하멜표류기'에 가파도를 '케파트(Quepart)'라는 지명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섬이 언제부턴가 세간에 관심이 폭증하기 시작한것은 봄을 전하는 청보리 때문. 4월 이맘 때면 가파도 섬 전체는 온통 초록빛으로 가득하다. 가파도 청보리 품종인 '향맥'은 타 지역보다 2배 이상 자라는 제주의 향토 품종으로 전국에서 가장 먼저 높고 푸르게 자란다. 섬 전체가 평평하고 제주올레 10-1코스가 조성돼 힐링공간으로 명성이 높아지며 찾는이들도 많아지면서 청보리 인기 또한 급상승중이다.

가파도의 매력은 청보리 뿐만 아니라 제주의 봄을 상징하는 유채꽃도 한몫 한다. 앙증맞은 길 옆으로 소담스럽게 피어나 수줍게 고개를 흔들며 사람들을 맞는다. 특히 돌담은 가히 예술이다. 보리밭 사이마다 무릎까지 또는 키높이까지 쌓아 올려진 돌담 밑을 걸어가는 것도 묘미다.

가파도의 또 다른 즐거움은 티끌하나 없는 깨끗한 바다. 고개를 내밀어 바닷물을 보면 그 밑바닥까지 훤히 들여다 보인다. 섬내 풍경이 아름다운 가파도는 시선을 멀리 두면 또다른 매력에 빠져드는 공간이다. 청보리밭 너머로 웅장한 송악산과 산방산이 내다보인다. 그 너머로는 한라산이 짙푸른 색으로 눈을 사로잡는다. 이웃섬이자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 또한 손에 잡힐 듯하다.

가파도를 둘러보는 데는 2시간 남짓이면 충분하지만 여유있게 돌아보고 주변 바다에서 생산되는 해산물 요리라도 맛보려면 3시간 정도는 있어야 한다. 섬내서 영업중인 식당가에서 보말죽과 성게국, 보말칼국수를 맛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마침 이곳 가파도에서는 19일부터 5월 11일까지 약 3주간 제6회 청보리축제가 열린다. 축제기간 보리를 소재로 한 섬의 역사와 자연, 독특한 생업문화를 엿보고 사색의 시간을 가질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청보리밭 걷기와 소망기원 돌탑쌓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초록의 싱그러움이 가득한 날, 파란 하늘과 깊고 푸른바다, 그리고 청보리로 채워진 가파도에서 마음껏 취해보면 어떨까. 축제 문의 794-7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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