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거면 키우지 마세요"

"이럴 거면 키우지 마세요"
  • 입력 : 2014. 05.09(금) 00:00
  • 이태윤 기자 lty9456@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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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들의 현장리포트]제주광역유기동물보호센터를 가다
버려지는 반려동물 꾸준히 증가 추세
늙고 골병들어 시름하는 동물 수두룩






"자신의 경제적 상황이나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일순간의 흥미로 반려동물을 분양받았다가 늙고 병들면 내다버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자신의 반려동물이 눈을 감는 날까지 책임감을 갖고 잘 키워 줬으면 좋겠어요."

지난달 23일 제주시 용강동에 위치한 제주광역유기동물보호센터에서 만난 김문용(35) 주무관은 주인들의 무책임으로 버려진 보호동 철창에 갇혀있는 반려견들을 바라보며 안타까워했다.

버려지는 애완견과 고양이 등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제주광역유기동물보호센터는 보통 150~200마리, 많게는 300마리의 유기동물을 수용하고 있다. 취재팀이 찾아간 센터에는 주인 또는 새 보호자를 기다리는 유기동물 167마리가 머물고 있었다.

이곳에 오는 동물들은 주인이 어릴 때는 잘 키우다가 늙고 병이 들면서 싫증을 느끼거나 이사, 의료비 등 경제적 부담 등을 이유로 주인이 의도적으로 버린 동물들이 많다. 대부분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유기동물 포획팀이 센터와 행정시, 동물병원 등에 들어온 민원신고를 받거나 순찰 등을 통해 포획해 들어온다.

유기동물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제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포획된 유기동물은 제주시 2074마리, 서귀포시 639마리 등 총 2713마리로 전년(2369마리)보다 14.5% 늘었다. 2009년 995마리, 2010년 1168마리, 2011년 1651마리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중에는 다행히 주인을 찾아 집으로 돌아가거나 무료분양으로 새 주인을 만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늙고 병이 들어 버려지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에 걸려 들어오기 때문에 자연사하거나 지병의 경중에 따라 분양 가능성이 낮아지는 동물은 순차적으로 수용인원에 맞게 안락사 처리되고 있다. 무료분양은 평일 오후 2시부터 1시간 가량 이뤄진다.

제주광역유기동물보호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센터에 온 동물 1873마리 가운데 개 205마리는 주인을 찾아 집으로 돌아갔고 467마리는 새 주인에게 분양됐다. 나머지 295마리는 안락사했으며 491마리는 질병 등의 이유로 자연사했다. 고양이는 273마리 가운데 20마리는 주인에게 돌아갔고 24마리는 새 주인에게 분양됐다. 반면 191마리는 자연사했고 10마리는 안락사했다.

유기동물을 줄이고 잃어버린 반려동물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반려동물 등록제가 시행되고 있다. 반려동물 등록제는 유기동물의 몸 안이나 목 부분에 마이크로칩을 장착해 등록하거나 외장형 부착 그리고 목걸이를 걸도록 하는 제도다. 제주지역에서는 지난 2009년 4월 동지역 시범사업으로 시작해 올해 1월부터 전 지역으로 확대 시행하고 있다. 도는 도민들이 부담없이 반려동물을 등록할 수 있도록 지난해 조례를 개정, 2016년 6월까지 등록 수수료 2만원을 면제해주고 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따르면 4월말 현재 제주시 6574마리, 서귀포시 1960마리 등 총 8534마리가 등록증을 발급받았다. 하지만 이는 도내 등록 대상 반려동물 1만7710마리 가운데 48%로 절반도 넘지 못하는 수준이다. 상당수 반려견주들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도 하고, 동물을 유기할 때 의도적으로 목걸이를 제거해버리면 소용이 없기 때문에 실효성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시 관계자는 "전국 최초로 무료 등록을 실시하는 등 반려동물 등록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 나가고 있다"며 "무엇보다 제도가 자리 잡기 위해선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주인들의 인식개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광역유기동물보호센터는 앞으로 애견미용, 유기견돌보미, 동물보호 교육, 자원봉사자 모집 등 반려동물에 대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박소정·송은범·이태윤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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