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광장]불편한 미술관 건축을 말하다

[한라광장]불편한 미술관 건축을 말하다
  • 입력 : 2014. 06.24(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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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들어 전 세계적으로 미술관들이 경쟁적으로 건립되고 있다. 스페인의 빌바오 구겐하임이나 영국의 데이트모던처럼 성공적인 사례에 고무된 많은 도시들이 미술관을 통해 도시브랜드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모방열기가 한몫을 하고 있다. 제주도도 예외는 아니어서 근래에 들어 많은 공공미술관과 박물관들이 생겨나고 있다. 예술의 공급루트가 보다 풍부하게 증가한다는 측면에서는 확실히 긍정적인 신호인건만은 틀림없지만 그 이면에 미술관 건축에 있어서 문제점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 중에 하나가 너무 건물의 외형에 신경을 쓴 나머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나 설계단계부터 충분한 연구 없이 피상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아서 나중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 우려하고 있다.

미술관 건축에 있어서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은 미술관이 위치할 지역에 대한 충분한 자료수집과 분석이다. 또한 미술관이 어떤 콘텐츠들을 담아야 할지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필요하다. 이러한 연구 과정에 있어서 지역주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 또한 빼놓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만일 이런 부분들을 소홀히 하거나 단지 형식적인 절차로만 치부한다면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실패의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더구나 그러한 오류들이 계속적으로 되풀이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미술관 건축은 크게 기능적으로 전시시설, 교육시설, 수장시설로 나눌 수 있다. 이러한 시설들이 미술관콘텐츠와 맞물려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어야 최상의 결과물들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언뜻 보면 미술관 건축은 설비들이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단순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 이면에는 매우 복잡하고 세심한 배려가 숨어있다. 예를 들어 가로세로 4~5미터크기의 회화작품을 전시한다고 하자. 그렇다면 작품의 크기에 걸맞은 벽면이 필요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이 작품이 전시실 안으로 진입할 수 있는 충분한 크기의 문과 운반설비, 또 작품의 회전반경을 고려한 동선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다양한 미디어들이 점차 현대예술의 영역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미래에 대한 예측과 대응이 가능하도록 미래지향적으로 미술관을 설계할 수 있는 안목도 요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열에 아홉은 기본적인 부분에 있어서 여러 가지 문제들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전시실 벽면에 노출된 소방설비와 전기콘센트로 인한 시각적 불편함을 말할 것도 없고 부적절한 위치에 매달린 조명, 오직 사람만을 위한 크기의 문, 화물엘리베이터의 부재 등 미술관 건축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들이 무시되고 있는 점은 명백한 설계의 오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문제들은 미술관 기능을 약화시키고 제한하는 주요 원인을 제공한다. 때문에 완공이후에도 추가적인 예산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일들이 다반사로 일어나게 된다.

현대 미술관 건축에 있어서 외형디자인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외관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기본적인 기능을 무시할 수는 없다. 천천히 그리고 충분한 자료 수집과 연구를 토대로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설계상의 오류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이경은 기당미술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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