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로병사]권위(權威), 조금은 다른 의미의 해석

[생로병사]권위(權威), 조금은 다른 의미의 해석
  • 입력 : 2014. 07.18(금)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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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원 제주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의사고시에 합격하고 인턴 생활을 시작한 지 며칠 되지 않았을 때이다. 이른 아침 병원 복도를 걸어가고 있었는데 진료 대기실 의자에 앉아 있던 할아버지 한 분께서 나를 보더니 갑자기 벌떡 일어서서 두 손을 모으고 길게 읍을 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이고 원장님 안녕하세요!' 당황한 나는 엉겁결에 같이 두 손을 모으고 90도 넘게 인사를 드렸다. '아 네…, 안녕하세요…'. 그 어색한 상황을 어찌할 바를 몰라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한동안 그 상황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 할아버지는 나를 알고 계셨던 걸까?', '왜 나에게 인사를 하셨지?…' 풀리지 않던 의문은 얼마 지나지 않아 싱겁게 알아내게 되었다. 수술 보조를 하기 위해 탈의실에서 수술복으로 갈아입을 찰나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흰 가운. '맞아… 내가 의사였지…'.

그 일이 있고 난 지도 벌써 10년이 지났다. 그 동안 수많은 환자를 진료했고 그들 및 그들의 가족들에게 여러 차례 인사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그 당시 느꼈던 표현하지 못할 감정들은 많이 무뎌진 듯하다. 문득 나의 10년 의사 생활을 되돌아본다. '과연 의사로서의 나는 환자분과 보호자분들에게 진심으로 존중을 하고 성심성의껏 대하여 왔을 까?' 지금 생각해 보면 내 자신이 대견스러울 만큼 그들에게 진심어린 마음으로 대하였던 적도 있었지만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질 만큼 거만하고 오만한 적도 그 못지않게 많았던 듯하다.

진료를 하는 데에 있어 의사와 환자와의 친밀한 관계를 뜻하는 라뽀(rapport)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때로는 치료에 결정적으로 작용을 할 때도 있다. 이는 환자가 자신을 진료하는 의사에 대한 확고한 믿음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며 이러한 믿음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 중 하나가 의사의 '권위'라고 생각한다. 어디 의사 사회뿐이랴. 국회의원, 선생님, 직장상사 등 여러 직업군에서 권위는 의사 결정 수단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고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권위'라는 단어를 찾아봤다. '남을 지휘하거나 통솔하여 따르게 하는 힘' 혹은 '일정한 분야에서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위신'이라고 나와 있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권위'의 의미를 나누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권위적인 사람'과 '권위 있는 사람'. 권위적인 사람은 스스로 자기를 높이려 하는 사람이고 권위 있는 사람은 남이 자기를 높여주는 사람이다. 스스로 반성해본다. 나는 권위적인 사람이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권위 있는 사람이고 싶은 것일까? <강경원 제주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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