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술계에는 작은 사건이 하나 있었다. '공장미술제'에 참여한 작가들이 기획자에게 지원금 즉 아티스트피(artist fee)를 지급하지 않은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 사건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지만, 특히 불합리한 지원금 관행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공장미술제'처럼 부족한 예산을 이유로 지원금을 주지 않는 경우에서부터 유명한 외국작가들에게 너무 많은 지원금을 주어 한국작가들에게 돌아갈 지원금이 없는 경우에 이르기까지 작가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는 허다하다.
작가, 작품, 전시 등에 대한 이해의 부족도 작가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 원인이 된다. 작품은 판매뿐만 아니라 대여되기도 한다. 작품대여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기업이나 관공서 등에 작품을 빌려주는 경우를 떠올리지만, 작품은 단체전에 가장 많이 대여된다. 다만 전시에 작품을 대여하는 경우, 보통 작품을 '출품'한다고 말하기 때문에 대여의 한 형태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할 뿐이다. 이렇듯 출품이 대여의 한 형태라는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에게 작품 대여비가 지급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작가의 창작활동에 대한 정당한 대우는 미술계 내에서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기준들을 마련해 나갈 때 가능해 질 수 있다. 얼마 전 '예술가의 인건비'라는 주제를 가지고 토론회를 한 적이 있다. 예술가에게 인건비란 무엇인가, 작품의 가격책정에 있어서 작가의 인건비는 반영되어야 하는가, 예술가의 인건비와 지원금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등 다양한 질문에 대한 의견들이 오고 갔다. 예술가의 인건비란 무엇인가에 답하기 위해서 먼저 예술가가 노동자인가 아닌가를 다시 질문해야 했으며, 의견들은 분명하게 갈라졌다. 이후 진지한 토론이 이어졌으며 제기된 많은 질문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동의하는 지점들도 찾아갈 수 있었다.
어떠한 결론도 도출되지 않았지만 '예술가의 인건비'에 대한 토론회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지금까지 이러한 논의의 자리가 없었던 것을 확인하게 된 시간이 되었고, 참석한 사람들이 이러한 자리가 지속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깨닫게 된 것이었다. 인건비에 대한 고민은 예술가의 활동영역이 미술계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는 지금 예술가가 어떠한 방식으로 사회 내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 하는가의 문제와 연결된다. 예를 들어 작가 최정화의 경우 디자이너와 건축가로도 활동한다. 무대디자인, 영화 미술감독으로도 활동했다. 이렇게 다른 분야에서 작가가 활동할 때 작가는 자신의 가치를 어떤 기준에 따라 책정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한 번에 이렇게 다양하고 복잡한 질문들에 대해 답할 수는 없다. 따라서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한 것이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불편한 이야기다. 고귀한 예술의 가치를 세속적인 가치로 환원시키는 것을 용납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관점의 이야기까지 진지하게 오고 갈 수 있을 때 예술가들은 피상적인 위치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이 자리에 서서 정당한 대우를 받고 살아가게 될 것이다. <김연주 문화공간 양 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