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로병사]조종사와 의사, 그리고 신뢰

[생로병사]조종사와 의사, 그리고 신뢰
  • 입력 : 2014. 08.22(금)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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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찬일 제주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제주도민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비행기를 자주 타게 된다. 내 자신도 올해 3월 부임한 뒤 학회 참석과 같은 공적인 일이나 친지 방문 등의 사적인 일로 항공사 마일리지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그런데 비행기를 자주 타게 되니 이전에는 몰랐던 일들을 종종 겪게 됐다. 지난 5월 비교적 맑았던 날 이른 아침에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던 중, 제주공항 상공까지 왔다가 제주공항에 자주 발생한다는 국지적 돌풍 (윈드 시어 wind shear)을 경험하고 회항했던 일이 있었다. 평소에는 자동차나 배를 타도 멀미를 잘 하지 않는 편인데, 태풍이 제주도로 접근하던 날 중요한 업무로 인해 서울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가 멀미로 고생한 날도 있었다. 이런 일을 몇 번 겪다 보니 이제는 비행기를 탈 때마다 걱정이 앞선다. 날씨가 좋지 않는 날은 좋지 않으니 걱정이고, 날씨가 좋은 날도 제주도와 한라산의 지리적 특성상 자주 발생한다는 국지적 돌풍 때문에 비행기 이착륙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 매번 신경이 쓰인다.

얼마 전 비가 오고 바람이 많이 불던 날 오후, 흔들리는 비행기 안에서 작은 깨달음이 있었다. 내가 아무리 걱정을 하고, 창 밖을 보며 어떻게 해야 비행기가 덜 흔들릴까 고민을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탄 비행기의 조종사가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안전하고 부드럽게 비행기를 조종해 주기를 바라고 또 그렇게 하고 있다고 믿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내가 하고 있는 일로 연결이 됐다.

몸이 불편해 병원에 내원한 환자들은 걱정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중한 병은 아닐지, 고칠 수는 있을지, 그 과정에서 육체적, 정신적 괴로움은 없을지, 다양한 걱정을 가진 채로 의사를 만나게 된다.

요즘은 인터넷을 통한 정보가 넘쳐나지만 이것들은 대부분 단순한 지식의 나열에 불과한 경우가 많으며, 과도하게 양이 많기만 하고 체계화되지 않은 정보는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 환자 개개인의 상황과 여러 가지 요인들을 통합해 진단하고 치료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의사밖에 없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게 되자 어깨가 무거워 온다. 내게 진료를 받는 환자들은 작은 부분이든 큰 부분이든 본인의 생명과 관련된 것을 내게 맡기는 것인데, 나는 이에 합당한 노력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생긴다.

제주공항에 내려 귀가하려던 발걸음이 병원 연구실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병원에 도착해 보니 저녁 늦은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연구실에 불이 켜져 있다. <송찬일 제주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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