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노현상은 추위에 노출되거나 정서적 스트레스를 받았을때 손가락·발가락 등의 끝부분에 혈관이 수축, 혈액순환장애를 일으키는 것을 일컫는다. 제주대학교병원 류마티스내과에서 레이노현상 여부를 진단하기 위한 조갑주름 모세혈관 현미경 검사가 실시되고 있다. 제주대학교병원
추위나 스트레스로 손발 끝 색깔 변해증상 나타나면 1차성·2차성 구분이 중요추위 피하고 장갑·수면양말 등 착용 도움생활습관 변화로 개선 안되면 약물치료
날씨가 추워지면서 손발끝 시림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상적으로 날씨가 추워지면 손발끝의 모세혈관이 수축하면서 손시림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손시림과 함께 손가락, 발가락 끝의 색이 하얗거나 퍼렇게 변하면 레이노현상(Raynaud's phenomenon)을 의심해야 한다. 제주대학교병원 류마티스내과 박은정 교수의 협조를 통해 레이노현상에 대해 알아본다.
# 레이노현상
레이노현상은 추위에 노출되거나 정서적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손가락, 발가락 끝이 하얗게(pallor) 변하고, 시간이 경과하면 퍼렇게(cyanosis) 변하는 것을 말한다. 손가락 동맥과 피부세동맥의 혈관경련수축(vasospasm)에 의해 일어나며, 국소적인 혈관조절기능의 이상에 의해 발생한다. 이상 부위를 다시 따뜻하게 해주면 발적(rubor)이 되면서 회복하게 된다. 색조 변화와 함께 통증, 저림, 감각저하,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지는 증상 등이 동반될 수 있다. 진단을 위해 3가지 색 변화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손가락의 일부 또는 전체에서 발생하지만 손 전체에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고, 주위 정상 부위와 경계가 명확하게 지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심한 경우 귀, 코, 혀 등에도 발생할 수 있다.
레이노 현상.
# 레이노현상의 분류 및 원인
다른 질환이 없으면서 레이노현상이 생기는 경우를 1차성 레이노현상이라고 하고, 레이노현상을 일으킬 수 있는 다른 기저 질환이 있거나 혈관수축을 유발할 수 있는 약제를 복용 중인 경우를 2차성 레이노현상이라고 한다.
1차성 레이노현상은 전체 인구의 2~30%에서 관찰되며, 20세 이전의 젊은 여자에서 잘 생긴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많다. 대개의 경우 증상이 심하지 않고 혈관의 주조적인 변화는 없기 때문에 허혈에 의한 조직 손상으로 진행하지는 않는다.
반면 2차성 레이노현상은 전신경화증을 비롯한 루프스, 혼합결합조직병, 쇼그렌증후군, 류마티스관절염 등의 류마티스 질환이나 혈관 또는 혈액의 이상으로 혈관이 막히기 쉬운 질환, 약물 등에 의해 유발될 수 있다. 1차성 레이노현상과 다르게 20세 이후에 발생하고, 증상이 더 심하며, 궤양 등 허혈에 의한 조직 손상이 동반될 수 있다. 2차성 레이노현상의 경우 류마티스 질환 발병의 조기에 나타날 수 있어 원인이 되는 기저 질환이 있는 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 레이노현상이 있을 때 필요한 검사
레이노현상이 있을 경우 1차성인지 2차성인지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감별하기 위해서는 류마티스 전문진료를 통해 레이노증상 이외 류마티스 질환에서 보이는 다른 증상들이 동반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진료 후 류마티스 질환이 원인이 돼 발생하는 레이노현상이 의심되는 경우 혈청검사에서 항핵항체를 확인하거나 손발톱바닥 모세관현미경(nailfold capillaroscopy)을 갖고 손톱주름모세혈관의 소실이나 비정상적인 확장소견이 보이는지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저 류마티스 질환이 있는 경우 손톱주름모세혈관은 모세혈관고리가 구불구불하고 확장되며, 일부 부분에서는 소실되는 양상을 보이게 된다. 이러한 소견은 류마티스 질환에서 다른 임상증상들이 나타나기 전에도 발견될 수 있는 소견으로 질환의 조기 진단에 매우 유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외 유발검사를 통해 레이노현상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꼭 필요한 검사는 아니고 전문의의 판단에 따라 시행하게 된다. 예로 99mTc-MDP은 레이노현상을 진단하는데 이용되는데, 찬물에 한손을 담그면 환자에서는 과민한 혈관 수축에 의해 찬물에 담그지 않은 손에 비해 동위원소 섭취가 감소된 영상을 얻을 수 있다. 시간이 경과 후에 영상을 얻으면 찬물에 의한 혈관수축의 회복이 지연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말초혈관의 수축을 유발할 수 있는 약제 복용력도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다.
# 레이노현상의 경과
1차성 레이노현상의 경우 특별한 합병증을 남기지 않는다. 그러나 2차성 레이노현상의 경우, 동반된 기저 질환에 의해 장기 합병증으로 손가락의 함요, 궤양, 괴저가 발생할 수 있다. 지속적인 허혈상태는 궤양을 형성하고 2차 감염 등의 위험이 있다.
# 레이노현상의 치료
우선 추위를 피하고, 이환된 부위를 항상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뜻한 장갑이나 수면양말 등이 도움이 될 수 있고, 상처가 나지 않도록 항상 주의해야 한다. 또 니코틴은 말초혈관수축을 유발할 수 있어 레이노현상이 있는 환자의 경우 금연해야 하며 이외 유발 가능한 약제를 조절할 수 있다면 조절해야 한다. 이와 같은 생활습관의 변화에도 증상의 개선이 없을 경우 칼슘채널억제제와 같은 혈관확장제 등의 약물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2차성 레이노현상의 경우 생활습관의 변화만으로는 조절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궤양 등의 합병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전문의의 진료를 통한 기저 질환의 치료가 꼭 선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