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건강보고서 메디컬센터](40)부비동염(축농증) 수술의 진화-내비게이션 이용 영상유도수술법

[제주건강보고서 메디컬센터](40)부비동염(축농증) 수술의 진화-내비게이션 이용 영상유도수술법
  • 입력 : 2014. 10.10(금) 00:00
  • 조상윤기자 sych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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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김정홍 교수팀이 내비게이션을 이용한 영상유도수술법을 통해 재발성 만성부비동염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제주대학교병원

합병증 최소화·재수술 줄이는데 큰 역할
내시경 통한 부비동 수술 미비점 보완
의공학 기술 발전으로 치료법 진일보

과거에는 낯선 곳으로 여행을 하는 사람에게 필수적으로 지참해야 하는 것은 지도였다. 그러나 요즘은 처음 가보거나 세월이 지나 예전에 갔던 곳을 다시 찾아가고자 할 때 길이 새롭게 나 있을 것을 감안해 내비게이션이라고 하는 '길도우미'를 필수적으로 챙기게 되고 만약 없으면 길을 헤맬까 노심초사한다.

이처럼 현대문명의 이기(利器)로 발달된 내비게이션이 최근들어선 일부 질환의 치료에도 이용되고 있다. 제주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김정홍 교수의 협조를 통해 내비게이션을 이용한 부비동염의 수술에 대해 알아본다.

사람의 코 안쪽 비강과 부비동이라고 하는 구조는 신경이나 혈관이 그물망처럼 주행하고 안구내벽, 뇌기저부와 같은 중요 보호벽과 여러 개의 골갑개가 존재하는 미로와 같은 구조인데, 어둡고 깜깜한 동굴처럼 방향과 위치를 모르면 병변을 온전히 제거하려다가 순간적인 판단 착오로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비동염의 수술은 과거에는 의사가 코 안을 관찰하기 위한 도구로 백열등 조명하에 머리반사경을 쓰고 비경을 통해 코 안을 들여다보거나 코 밖 접근법 혹은 상악동경유법 등의 다양한 경로를 통해 '비가역적'으로 이환된 병적 점막을 모두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초기 개념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고식적 수술 방법은 수술 후 심한 가피나 신생골 형성, 점액낭종과 만성 골염의 발생 등 많은 부작용이 초래됐다.

이 후 코 안 점막의 점액섬모수송 및 청소에 대한 생리 기전이 밝혀지고 내시경의 발달 및 다양한 수술 기구의 개발, 부비동의 환기와 배출의 장애 요인들을 제거해 정상 점막기능으로 회복시켜 주는 개념이 정립되면서 내시경 부비동 수술이 급속히 보편화되고 발전하기 시작했다.

부비동염 수술.

병변이 있는 부위는 정확히 모두 제거하고 병변이 없는 정상 점막이나 회복이 가능한 점막은 최대한 보존하려는 근본 원칙에 의해 만성 부비동염의 내시경 수술 성적은 향상됐다. 뿐만 아니라 출혈로 인한 환자의 불편을 최소화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내시경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곳의 병변은 수술 중 예기치 않은 합병증을 고려해 완전히 제거하지 못하고 남기게 돼 재수술의 빌미를 남겼다.

이런 난관 속에서 의용공학 기술의 발전을 통해 1990년대 초 관절경 수술에서 연골을 제거하기 위해 만들어진 흡입 절삭기(Microdebrider, Soft tissue shaver)가 부비동 내시경 수술에 도입되면서 만성 부비동염 수술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됐다. 골막을 보존하면서 비용종이나 병적 점막을 정밀하고도 신속하게 제거할 수 있고, 혈관이나 중요 조직의 손상을 피해 마취 시간을 줄이면서 적은 출혈의 수술을 할 수 있게 됐다. 가장 큰 이점은 절제와 동시에 흡입이 가능해 선명한 수술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이 장비는 다른 기구들과 달리 병변에 닿는 순간 병적 점막이 제거되기 때문에 수술하는 사람의 손 감각을 느낄 수 없는 조건에서 결손된 안와내벽으로 부터 돌출된 지방조직을 흡입하다가 안구 내직근을 손상시켜 영구적인 안구운동 장애를 초래했다. 또 염증이 심하거나 재수술을 하는 경우 해부학적 구조의 심각한 변형으로 뇌기저부를 병변으로 오인해 무리하게 힘을 주다가 뇌기저부를 관통해서 뇌척수액 비루를 유발하거나 시신경과 내경동맥의 손상을 초래하기도 했다.

만성 비부비동염에 대한 부비동 내시경 수술의 성공률은 75~98%로 보고되는데, 실패율을 고려하면 3~15%의 환자에서는 부비동 내시경 재수술이 필요하다고 한다. 한 번 잘못된 수술을 받았던 부비동은 정상 해부학적 구조물이 소실되고, 반흔, 골성 비후 등으로 출혈의 소지가 높고 주변 구조물들과의 위치 관계를 확인하기가 어려워 1차 수술보다 수술이 힘들고 합병증이 생길 확률이 높아 수술 성공률이 더 낮은 것으로 돼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부비동 내시경 수술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이비인후과 영역에서도 내비게이션을 이용한 영상유도수술법이 시도되면서 다시 한 번 큰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이 수술법은 수술 시야에 있는 탐침자(probe)의 위치가 수술 전 찍은 전산화단층촬영 영상에서 실시간으로 3차원적인 해부학적 정보를 제공해 수술 중에 병소의 정확한 위치 확인이 가능해지고, 정상 해부학적 구조물들이 소실되고 왜곡되더라도 합병증을 최소화하고 좀 더 완벽한 수술을 시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 부비동염 수술의 혁신적인 진화라고 의료계에선 판단하고 있다.

단점은 실제 수술 시야에서 탐침하는 기구의 위치와 실제 영상에서 나타나는 위치 간의 오차인데 요즘은 1㎜ 이하의 오차 범위를 가질 정도로 아주 정밀한 수술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의료비용의 추가와 수술 시간의 경미한 증가가 있지만 조만간 의료급여화가 진행되고 수술자의 경험이 많아지면 자연히 해결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내비게이션을 이용한 영상유도수술법은 향후 내시경 수술로는 접근하기 힘들었던 전두동이나 뇌기저부 병변, 나아가 해부학적 변이가 심해 근본적인 비부비동염의 수술적 치료가 어려웠던 환자에게 있어 정확한 방향과 위치를 제공해줌으로써 수술 후 합병증을 최소화하고 좀 더 완전한 수술을 시행해 재수술의 가능성을 낮추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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