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쓴다, 새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

매일 쓴다, 새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
  • 입력 : 2014. 11.14(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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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산문집 '소설가의 일'
캐릭터 짜기에서 문장쓰기까지
창작의 비밀에 생의 비밀 있어

미문 쓰겠다면 미문의 인생을

"매일 글을 쓴다. 한순간 작가가 된다. 이 두 문장에 사이에 신인, 즉 새로운 사람이 되는 비밀이 숨어 있다."

글은 어머니 이야기로 시작된다. 제과점을 운영해온 어머니는 당연하다는 듯 매일 뭔가를 만들었다. 단팥죽, 팥빙수, 햄버거 패티, 바닐라아이스크림 등이 오랜 친구처럼 어머니 곁에 머물렀다. 그는 스무살 때 역전 근방에서 매일 몇 편씩, 때로는 몇십 편씩의 시를 노트에 쓸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와 동네 가게 주인들이 보여주는 세계 속에서 성장한 덕분이라고 했다. 획기적으로 나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은 세계 속에서 어떤 희망이나 두려움도 없이 마치 그 일을 하려고 태어난 사람들의 세계 말이다.

어느 날 그는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시를 썼다. 도무지 자신이 쓴 글처럼 보이지 않는 그 설렘 앞에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그 순간 그는 새로운 사람(신인)으로 태어났다.

김연수 산문집 '소설가의 일'은 일종의 창작론이다. 글을 쓰기 위한 열정과 동기, 플롯과 캐릭터 짜기, 미문을 쓰기 위한 방법에 이르기까지 실질적인 창작의 매뉴얼이 이어진다.

소설가는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한다. 소설을 쓰고 산문을 쓰는 일만이 아니다. 취재를 위해 누군가를 만나고, 마감이 끝난 뒤 한가함을 맛보기 위해 아무도 없는 오후의 탁구장에서 탁구를 치는 일도 모두 소설가의 일이다. 사소하고도 다양한 일상은 모두 창작의 일로 연결된다.

작가에게 중요한 건 오직 '쓴다'는 동사다. 그가 생각하는 젊은 소설가는 사랑에 빠진 사람이다. 스물네 시간 백치에 가까울 정도로 문장, 더 많은 문장들을 생각한다.

소설 쓰기는 우리네 삶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소설 속 캐릭터를 만들려면 그 사람에게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 그 사람에게 감정이입해 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 남을 사랑하는 일도 그와 같다.

그 사람이 하는 말과 행동, 표정과 몸짓은 바로 그의 세계관을 보여준다. 삶의 순간순간, 말과 행동이 어떻게 바뀌는지, 좌절을 겪고 절망을 이겨내며 어떻게 변해가는지는 소설 속 인물에게만 해당되는 일은 아니다.

"흔한 인생을 살아가더라도 흔치 않은 사람이 되자. 미문을 쓰겠다면 먼저 미문의 인생을 살자. 이 말은 평범한 일상에 늘 감사하는 사람이 되자는 말이기도 하다. 그게 바로 미문의 인생이다. 소설 속의 인생 역시 마찬가지다. 추잡한 문장은 주인공을,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자기 인생을 뻔한 것으로 묘사할 때 나온다. 사랑하지 않으면 뻔해지고, 뻔해지면 추잡해진다." 문학동네. 1만3000원.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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