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광장]런더너, 파리지앵 그리고 제주도민

[한라광장]런더너, 파리지앵 그리고 제주도민
  • 입력 : 2014. 11.25(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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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필자는 유럽의 박물관과 미술관에 있는 소장품들을 직접 가까이서 보고 싶은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나홀로 유럽여행을 기획, 첫 번째 기착지인 런던으로 향했다. 런던 도착 3일째 방문한 내셔널 갤러리는 말 그대로 명불허전이었다. 아침 10시 개장과 동시에 제일 먼저 입장한 필자는 거장들의 작품에 푹 빠져있다가 오후 2시가 되어서야 공복을 느끼고 근처의 프레타 망제라는 꽤 유명한 샌드위치 가게에 들어가 허기를 달래기로 했다. 여행자들의 특성상 주머니에는 잔돈들이 넘치게 되는데 필자는 풍성한 이 동전들을 모두 털어버리기로 하고 무려 30여개에 달하는 동전을 프랑스식 샌드위치와 카페오레의 대가로 매장 직원에게 내밀었다. 이쯤 되면 진상 손님인 것 같아 약간 미안하기도 하였으나 어떻게 반응할까하는 궁금함도 있었는데 예상외로 그 직원은 얼굴 찡그림 하나 없이 선선히 그 잔돈을 받고 하나씩 세기 시작한다. 게다가 돈이 조금 모자라다며 내 앞에서 다시 세어 보여주는 여유와 친절함까지 보여준다. 필자는 약간의 문화적 충격을 받는다. 이는 설렁탕 한 그릇을 먹고 500원, 100원, 50원, 10원짜리 동전들로만 계산하는 형국이라 짜증없이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을 터인데 말이다.

런던과 파리, 유서깊은 이 두 도시 사람들에게는 유사한 면도 있고 서로 다른 면도 있었다. 필자의 주관적인 느낌과 경험에 의해 두 도시 사람들의 특성을 요약하자면, 런더너는 무뚝뚝하고 친절하지 않으나 예의바르다는 것이고, 파리지앵은 밝고 친절하나 예의를 별로 차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친절과 예의는 동일선상에 놓여 있는 것 같이 느껴지는데 두 도시 사람들의 이런 묘한 부조화는 신기하기까지 하다. 필자가 만났거나 대화했거나 스쳐간 런더너들은 대부분 무뚝뚝한 표정을 짓고 있으나 그에 어울리지 않게 모두, 정말 모두 'sorry'를 입에 달고 다닌다. 길을 비켜 지나가거나 살짝 어깨가 닿는 등 사소한 스침에도 sorry를 연발한다. 이 sorry라는 말 안에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느낄 수 있어 필자도 런던에 있는 동안 그들과 같이 sorry를 자연스레 입에 달고 다니게 되었다. 그에 반해 파리지앵들은 자발적으로 친절을 베푸는데 익숙하며 살갑다. 살짝 눈이 마주치면 미소를 짓는 것도 정겹다. 지도를 펴들면 어디를 찾느냐고 자발적으로 묻고 도와주는 사람도 파리에서는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샹제리제 거리에서 만난 미모의 20대 초반 마드모아젤과 파리 호텔 프런트의 마드모아젤의 친절과 미소는 잊혀지지 않는다. 생각해 보면 런더너의 sorry와 파리지앵의 미소는 표현방식은 다르되 그 속마음은 한 가지,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아닐까.

돌아와 우리 제주도민들의 얘기를 좀 해보자. 앞서 언급했던 런더너, 파리지앵들에 대한 얘기는 어찌보면 그들에 대한 필자의 지극히 한정되고 주관적인 느낌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그런데 필자가 오랫동안 느껴온 점은 우리 제주도민들이 친절하거나 예의바르거나 남을 잘 배려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무수히 드나들었던 식당에서는 친절과 배려가 느껴지기는 커녕 불쾌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이러한 필자의 감정 또한 지극히 한정되고 주관적인 느낌이었으면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렇지만은 않은듯하여 씁쓸하다. <오태형 부경대학교 국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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