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문 해설]
[가]는 마가렛 버트하임의 '공간의 역사'에서 발췌한 글이다. 필자는 사이버스페이스가 단순한 정보 공간 이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주장한 이유는 첫째, 사이버스페이스는 사회적 상호 교류와 의사소통을 위한 공간으로 발전하고 있다. 둘째, 사이버스페이스는 정신, 즉 자아를 위한 새로운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셋째, 사이버스페이스는 새로운 다른 자아를 표현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넷째, 사이버스페이스는 공동의 경험을 창조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한다. 다섯째, 사이버스페이스는 공적이고 안전한 놀이 공간을 제공한다는 것 등 여러 가지 이유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머드 게임을 예로 들어 새로운 자아의 표현 공간으로서 사이버스페이스의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나]는 서동진의 '성적 소수자의 삶과 인권' 중 '편견을 넘어 평등으로'라는 부분에서 발췌한 것이다. 가상공간은 성적 소수자들에게 그들의 존재를 알리고 친교의 장을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으로 가상공간의 긍정적인 역할을 주장하는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가상공간이 현대사회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단적인 예를 보여주고 있다. 가상공간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여러 사람들에게 그들의 정체성을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타인과의 교류와 공감을 통해 정체성을 만들어 가려고 하는 경우, 가상공간은 매우 적합한 틀을 제공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게다가 가상공간은 그 특성상 공간적 제약이 없기 때문에 전 지구적 흐름과도 밀접하게 연결될 수 있다.
[다]는 알레서스 드 토크빌 원저, 박지동이 번역한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발췌한 것이다. 민주 국가에서는 개개인들이 상부상조해야 하는데, 이는 단체 생활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내용이다. 각 개인이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타인과의 상호 관계에 따른 협력과 결사를 이루어야 자신의 주장을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 다시 말해, 개인은 어떤 집단에 속해서 활동할 때, 보다 강력한 개인이나 시민으로 부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의 힘이 점점 약해지고, 사회 구조의 힘이 강해질수록 각 개인들은 다른 개인들과의 만남을 통해 결사를 조직하고, 그것을 통해 개인의 뜻을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라]는 레식의 '코드: 사이버 공간의 법 이론'에서 발췌한 글이다. 사이버공간을 현실로부터 도피하고자 하는 수단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이들이나 사이버공간을 자유와 익명성이 보장되거나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믿는 일종의 무정부주의자들에게 지금 사이버공간에 일어나고 있는 변화들, 앞으로 닥치게 될 여러 다양한 형태의 규제들이 어디서 기원하는지 어떻게 해석되는지를 법학자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는 글이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사이버공간을 지배하고 규제하고자 노력할 것이라는 전제를 바탕에 깔고, 실제로 사이버공간의 사용자들이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사이버공간을 움직이는 코드 자체를 규제하는 것 이외에도 여러 다양한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 사이버공간과 그 사이버공간 상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생활을 규제할 수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사이버공간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적어도 법과 관련해서는 사이버공간 내에서 어떤 식으로든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을 바꾸게 해주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그 공간을 규정하는 코드의 기능과 동작 방식 등이 그대로 사용자들의 행동 양식을 규정해 버리기 때문에 현실 공간에서 비디오 카메라나 도청장치와 같은 감시·통제 수단 역시 코드의 형태로 작동하고, 이러한 수단들이 사용자들이 모르는 사이에 몰래 오·남용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서는 코드 자체가 공개되어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방어막이 된다는 사실을 저자는 잘 설명해주고 있다.
[마]는 사이버 공간에서 행해지는 다양한 일탈 사례를 정리한 것이다. 인터넷 게임 중독으로 게임을 하다 상대방과의 사이버상의 폭력이 현실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흔히 발생하고 있다. '현피'라는 단어가 생겨날 정도로 사이버 공간상의 일탈 행위는 매우 심각해지고 있다.
사이버 공간의 대중성과 익명성(匿名性)을 이런 사이버 폭력만이 아니라 사이버 음란물의 불건전한 유통이나 전자상거래를 이용한 사기 등의 범죄행위, 지적 재산권과 관련하여 저작물의 불법 복제, 인터넷 도메인 분쟁 등 새로운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또 다른 예로는 비대면성과 익명성을 잘못된 방법으로 사용하여 욕설이나 비방, 성희롱, 명예훼손 등 사이버 상의 언어폭력도 연예인들을 극단적인 자살에 이르게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일탈행위는 이제 그대로 방치해 도 될 정도로 단순한 문제가 아님을 게임 아이템의 불법적인 거래와 관련하여 많은 청소년들이 당하고 있는 피해 사례를 통해 잘 설명해주고 있다.
[출제 의도와 논제 분석]
[논제 1]
제시문 속에 담긴 필자의 주장과 그 이유를 찾아내어 명확히 설명할 것을 요구하는 유형이다. 사이버스페이스의 기능에 대한 주장을 먼저 제시한 후 필자가 제시하고 있는 이유를 자신의 표현으로 요약할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주요 내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독해력과 사이버스페이스의 기능과 관련된 이유를 분별하여 인지하는 분별력을 평가하고, 자신의 표현으로 글을 쓸 수 있는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목적으로 출제되었다.
중요한 것은 제시문의 문장을 그대로 되풀이하지 말고 제시문을 요약하는 수준에서 답안을 작성해야 한다. 필자의 주장하는 사이버스페이스의 기능에 대해 단락별로 주장의 이유를 파악하고, 핵심어를 중심으로 요약하여 답안을 작성하면 충분히 좋은 답안을 작성할 수 있다. 필자의 주장은 사이버스페이스가 단순한 정보 공간 이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첫째 단락에 있고, 그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이유는 각 단락마다 제시되고 있다. 사이버스페이스가 사회적 상호 교류와 의사소통의 공간으로, 정신적 경험과 게임의 공간으로, 다른 자아를 창조하고 표현하는 공간으로, 상상적인 놀이 공간으로, 공적으로 접근가능하고 안전한 공간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지적해야 할 것이다.
[논제 2]
제시문의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한 후, 이를 논의의 근거로 삼아 가상공간의 역할이나 가치에 대해 논의하는 유형이다. 제시문 [나]에서는 논제에서 요구하는, 가상공간의 역할과 가치와 관련된 예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제시문 [다]에서는 사회 내에서 각 개인들이 만들어내는 단체, 즉 자발적 조직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논제와 관련하여 [나]와 [다]의 핵심적인 내용을 연결하면, 가상공간의 특징에 대해 언급하면서 정보사회에서 가상공간이 담당하는 역할에 대해 논의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현대사회에서의 자발적 조직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해 지적하고, 이와 관련하여 가상공간을 통해 실현할 수 있는 사항에 대해 논의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방향을 염두에 두면서, 제시문 [나]에서는 성적 소수자들이 왜 가상공간을 통해 공동체를 만들고, 그곳에서 어떻게 정체성을 만들어 나가는지에 주목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이 왜 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또 가상공간이 그것을 어떻게 가능하게 하는지에 대하여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제시문 [다]를 근거로 하여 현대 사회의 개인들은 개별화, 비연대화, 고립화되어 있기 때문에 공동체적 연대와 만남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공동체적 연대와 관련하여 가상공간의 역할이나 가치에 대해 논의해야 할 것이다.
[논제 3] 사이버 공간의 역할이란 주제와 관련하여 [가]~[다]의 내용을 이해하고 이를 [마]에 나타난 사이버 공간상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의도에서 출제되었다. 먼저 [가]글에서 사이버 공간이 정보 수집의 통로를 뛰어넘어 사회적 교류와 의사소통, 정체성을 확인하고 자아를 실현하는 공간으로서 긍정적인 역할을 제시하고 있다. [나]는 사회적으로 소외된 소수의 개인들도 사이버 공간을 통해 자아를 확인하고 정체성을 확인하게 됨을 강조하고 있다.
제시문 [다]는 민주국가에서 독립된 개인은 취약하기 때문에 욕망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단체라는 결사체를 통해 독립된 존재로서의 위상을 지켜나갈 수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제시문들은 활용하여 [마]에 제시된 사이버 공간의 일탈 행위, 즉 사이버 범죄의 원인과 문제점을 도출하고, [라]에 제시된 자유의 규제자를 통해 사이버 공간의 역기능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그 방안을 종합적으로 정리하고 서술할 수 있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제시문들을 통해 사이버 공간의 순기능과 역기능의 문제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라]에 제시된 자유의 규제자를 어떻게 활용함으로써 사이버 공간의 역기능을 해결할 수 있는지 최선의 방안을 다양한 맥락에서 종합하여 제안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예시 답안]
[논제 1] 예시 답안
사이버스페이스가 단순한 정보 공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주장한 것은 사이버스페이스의 기능이 정보 수집에서 사회적 상호 교류와 의사소통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이버스페이스는 인간이 현실에서 경험하거나 행동해 보지 못한 환상 세계를 창조하고 경험할 수 있게 함으로써 새로운 자아로 다시 태어나게 한다. 즉 사이버스페이스는 자아의 구성과 재구성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실험실이 된 것인데, 그 대표적인 예가 머드(MUD) 세계이다. 여기에서는 간단한 명명과 기술적인 조작으로 다른 자아가 창출된다. 또, 사이버스페이스는 개인의 경험과 상상력은 물론 전세계 공동의 그룹 환타지까지 가능하게 하는 거대한 공간이다. 사이버스페이스는 가장 안전하고 공적으로 접근 가능한 공간으로서 현실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방식으로 다른 자아를 창출해 내는 열린 세계로의 기능을 하게 되는 것이다.
[논제 2] 예시 답안
현대사회에 들어와서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말미암아 각 개인의 삶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이러한 엄청난 변화의 중심에는 인터넷으로 접하는 가상공간이 있다. 가상공간에서는 익명성이 보장되고, 시공간의 제약이 없으며, 전 지구적인 흐름을 가장 빠르게 접할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가상공간은 개인들의 일상적인 삶의 공간으로 부각되기에 이른 것이다. 가상공간은 제시문 [나]에 나타난 것처럼, 공감과 교류를 통해 자아 정체감을 형성해 나가기에 적합한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같은 취향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개인들이 가상공간을 통해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대체로 특정 개인이 어떤 사회적 현상이나 구조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내어 구체적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어렵다. 물론 방법적으로 손쉬워졌을지는 모르지만, 개개인이 개별적으로 호소하는 목소리는 실질적인 힘으로 작용하기 어렵다. 이런 면에서 볼 때 각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형성하는 커뮤니티의 가치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커뮤니티의 가치, 즉 현대 사회에서 공동체가 가지는 의미는 제시문 [다]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다]의 필자는 현대 사회에서 개인들이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발적인 결사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대 사회의 개인들은 개별화되어 있기 때문에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 그리고 그들과 소통하며 어떤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누구나 소통과 교류를 원활하게 실현할 수 있는 공동체를 꿈꾸지만, 각 개인의 일상은 개별화, 고립화, 분업화되어 있기 때문에 현실 공간에서 공감과 교류를 통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상공간을 통해서라면, 현대사회에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 이미 인터넷 동호회나 커뮤니티, 웹진 등을 통한 학문적, 일상적 교류는 활성화되어 있다. 물론 이러한 가상공간은 통제가 잘 안 되는 공간으로 전락할 위험성도 안고 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타인들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더욱이 다양한 공동체들이 존재하고, 그 공동체들끼리 연대와 올바른 비판이 이루어진다면 현대 정화 사회에서 가상공간은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논제 3] 예시 답안
근래 사람들은 정보통신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사이버 공간을 정보 수집뿐만 아니라 사회적 상호 교류와 의사소통을 통해 자아실현의 공간으로 활용하게 되었다. 또한 온라인상에서 동호회를 조직하거나 게임을 즐기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삶의 위상을 높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인터넷 이용 인구 급증 현상은 사이버 폭력 및 테러, 인터넷 중독, 불법 복제, 해킹, 음란물의 불건전한 유통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만남을 가능케 하는 문화의 특징은 비대면성, 익명성이다. 그런데 이러한 익명성을 통해 얻게 된 자유로움이 개인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자아를 실현하는데 활용하지 못하고 오히려 개인적 욕구 불만을 분출하는 도구로 악용되면서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사이버 공간의 또 다른 특성은 통신망의 기술 자체가 추구하는 개방성에 있다. 이로 말미암아 음란물의 불건전한 상거래, 불법 도박, 사기 등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되고 있다. 특히 인터넷 게임 중독은 가상현실에 익숙해진 나머지 '현피'와 같은 신종 단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심각한 현실 부적응이라는 문제를 야기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개별화와 조직으로부터의 분리는 결국 연대의식의 약화까지 초래하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 발생하는 역기능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 규범에 의한 실명제가 거론되지만 이것은 자유로운 의사 표현의 억제와 개인정보의 유출이라는 더 큰 제약을 유발할 수 있다. 그리고 시장에 의한 일탈행위의 제한은 경제적인 면에서 일탈행위를 차단하는 장치로는 일정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으나 원천적인 해결방안은 되지 못한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무분별한 일탈행위는 익명성과 비대면성을 악용한 데서 야기되는 만큼 자유의 규제자인 코드를 통해 제약을 가하는 것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일탈행위를 불가능하게 하는 코드를 사전에 설계하는 방법이 현실적으로 유용한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인간존중, 이타심, 협동정신, 공동체 의식과 같은 사회규범을 이행할 수 있도록 코드화하는 것이 정보화 시대에 사이버 일탈행위를 줄이는 근원적이고 확실한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